전주시와 롯데가 전주 종합경기장 일대 개발에 나선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 일대를 시민의 숲과 컨벤션센터, 호텔 등이 들어서는 마이스 산업의 혁신기지로 개발하는 '시민의 숲 1963'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서신동 롯데백화점이 이전하며 롯데호텔도 들어설 전망이다. /뉴시스 |
'시민의 숲 1963' 프로젝트, 롯데백‧호텔 들어서...시민단체 "생존권 롯데에 맡기려느냐"
[더팩트 | 신지훈 기자] 전주시와 롯데가 손잡고 1980년 건립돼 체육시설로 기능을 상실한 전주 종합경기장 부지(12만3000㎡) 개발에 나선다. 이곳으로 서신동에 위치한 롯데백화점이 이전한다. 이 일대 부지에 롯데호텔도 들어설 전망이다. 수년간 표류해온 전주 종합경기장 개발이 14년 만에 본격화될 전망이지만 보존을 고수하겠다던 기존 공약을 뒤집는 것이어서 당분간 논란이 예상된다. 시민단체는 성명을 내고 '전주시는 롯데와의 협의를 중단하고 시민과의 약속을 지킬 것'을 촉구하며 나섰다.
17일 김승수 전주시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전주 종합경기장 부지를 재생방식으로 전주시의 핵심가치인 사람, 생태, 문화를 담은 시민의 숲과 컨벤션센터, 호텔 등이 들어서는 마이스(MICE)산업의 혁신기지로 개발하는 ‘시민의 숲 1963’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계획에 따르면 종합경기장 부지는 ▲정원의 숲 ▲예술의 숲 ▲놀이의 숲▲미식의 숲▲MICE의 숲 등 크게 다섯 주제로 조성된다. 정원‧예술‧놀이‧미식의 숲 부지가 전체 면적의 3분의 2가량을 차지하게 된다. 나머지 마이스의 숲 부지 약 4만㎡에는 국제규모의 전시장과 국제회의장 등을 갖춘 컨벤션센터와 200실 이상 규모의 롯데호텔이 들어서게 된다. 또 판매시설로 전주시 완산구 서신동의 롯데백화점이 이곳으로 이전한다.
종합경기장 소유주인 전주시는 롯데백화점이 들어서는 판매시설 부지를 롯데쇼핑에 50년 이상 장기임대해주고, 롯데쇼핑은 전시컨벤션센터를 지어 시에 기부채납하게 된다. 호텔도 20년간 롯데쇼핑이 운영한 후 시에 반환한다.
김 시장은 "특히 지역상권 보호를 위해 백화점을 중심으로 한 판매시설 면적을 애초 6만4000㎡에서 절반 이하인 2만3000㎡로 줄였다"고 설명했다.
전주시는 롯데백화점이 들어서는 판매시설 부지를 롯데쇼핑에 50년 이상 장기임대해주고, 롯데쇼핑은 전시컨벤션센터를 지어 시에 기부채납하게 된다. 호텔도 20년간 롯데쇼핑이 운영한 후 시에 반환한다. /전주시 제공 |
전주시는 종합경기장 대체시설로 전주월드컵경기장 인근에 총 900억 원을 투입해 국제경기를 치를 수 있는 1만5000석 규모의 1종 육상경기장과 8000석 규모의 야구장을 새로 짓는다. 시는 오는 7월 이전 기본계획 용역에 착수해 롯데와의 이행계획 협약서를 체결할 계획이다. 이후 내년 1월까지 기본 행정절차를 마무리한 후 내년 7월 공사에 착수해 오는 2023년까지 개발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2005년, 전주시는 전라북도 소유인 종합경기장을 무상으로 넘겨받은 뒤 이곳에 경기장을 허물고 1600억 원을 투입해 쇼핑몰과 영화관 등을 갖춘 컨벤션센터와 호텔 등을 짓기로 한 바 있다. 당시 전주시는 재정이 열악한 점을 고려해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롯데쇼핑을 민간사업자로 선정, 롯데쇼핑에 종합경기장 용지 절반을 주기로 했다. 대신 롯데쇼핑은 도심 외곽에 육상경기장과 야구장 등을 건립해준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민선6기 김승수 시장은 지역상권 붕괴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자 전임 시장 때 계획했던 쇼핑몰과 호텔 신축을 유보하고 롯데쇼핑과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후 자체 예산으로 이곳을 시민공원으로 개발하기로 방침을 바꾸며 사업이 또 다시 중단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김 시장은 이날 "시민의 성금을 모아 지은 종합경기장 용지를 매각하지 않고 지역경제 피폐를 막기 위해 판매시설도 최소화해 지역상권을 지켜내면서 경기장 부지 재생을 하게 됐다"며 "도시는 사람을 담는 그릇이다. 도시의 물리적 공간과 채워지는 컨텐츠에 따라 시민들의 삶도 달라진다. 60여년 시민들의 기억이 축적된 종합경기장을 숲과 마이스 산업의 혁신 기지로 전환해 전주의 새로운 성장 거점으로 만들어 내겠다"고 강조했다. 전주시 체육종합시설추진단 관계자도 "종합경기장이 재창조되도록 각종 행정 절차를 비롯해 롯데쇼핑과 계약 등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이같이 지지부진하던 전주 종합경기장 부지 개발이 당초 계획을 수정해 다시 추진될 전망이지만 시민단체는 전주시의 개발 계획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중소상인연합회 등 일부 시민단체들은 전주시가 새롭게 내놓은 개발계획에 대해 공약 파기를 언급하며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전라북도 중소상인연합회와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는 기자회견을 통해 전주시가 새롭게 내놓은 개발계획에 대해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김승수 시장이 시민들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지역경제와 중소상인의 생존을 롯데의 손에 맡기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뉴시스 |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는 17일 성명을 통해 "경기장을 시민의 품으로 되돌리고 대규모 상업시설 입점을 막겠다고 수 차례 발언한 김 시장이 약속을 저버리고 지역경제와 중소상인의 생존을 롯데의 손에 맡기려 하고 있다"며 "롯데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전주시는 협의를 당장 중단하고 시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김승수 시장은 '롯데에게 50년 이상 무상 임대하면 시민의 땅을 지키는것이다'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같은 기간은 사실상 롯데에게 시의 땅을 내준 것이나 다름없고 이 기간 동안 지역상권도 초토화 될 것이며 나중에 땅을 돌려받는다 하더라도 지역경제를 되살릴 수는 없을 것"이라며 "재벌기업에 이권을 헌납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곳에 들어설 롯데백화점도 두 배 이상 커질 것이 예상되며 매출액도 6000억 원에 다다를 것이다. 2000여 개에 달하는 인근 점포가 문을 닫고 점포당 3~4명의 종사자가 실직하게 될 것"이라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또 2012년 12월31일 롯데쇼핑과 계약을 체결할 당시 전주시장이자 현 전북도지사인 송하진 도지사를 고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이창엽 사무처장은 "법률 전문가의 판단을 통해 가능하다면 시민의 이익을 배임한 혐의로 고발까지 고려하고 있다"며 "김승수 전주시장도 미국 센트럴파크를 예로 들며 종합경기장을 시민의 공원으로 재탄생해 돌려주겠다고 한 공약을 지켜야할 것이다. 앞으로 지역 상인과 시민사회단체 등이 연대해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도 이날 발표된 시의 개발 방향에 반대하고 나섰다. 정의당 전주시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전주시장은 전주 종합경기장을 롯데공원으로 만들려한다"며 "손바닥 뒤짚 듯 공약을 저버린 김승수 전주시장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전주시는 이에 대해 공약파기를 거론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18일 <더팩트>에 "2012년 민간사업자로 선정된 롯데에 장기임대해주는 것만으로 공약파기를 거론하는 것은 무리"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