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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현장] KT 청문회, 화재 원인 '오리무중'…채용비리·후임 인선 '샛길'
입력: 2019.04.17 22:13 / 수정: 2019.04.17 22:13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지난해 11월 발생한 KT 아현지사 화재와 관련해 청문회를 개최했다. KT 측에서는 황창규 회장(가운데)과 오성목 네트워크부문장 사장(앞)이 참석했다. /국회=서민지 기자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지난해 11월 발생한 KT 아현지사 화재와 관련해 청문회를 개최했다. KT 측에서는 황창규 회장(가운데)과 오성목 네트워크부문장 사장(앞)이 참석했다. /국회=서민지 기자

KT 아현지사 화재 청문회, 소득 없이 '공전'만

[더팩트ㅣ국회=서민지 기자] KT 아현지사 화재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해 열린 청문회가 정쟁의 장으로 변질되면서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채 끝났다. 여야는 증인 출석과 KT 화재 상생협의체 구성을 두고 공방을 벌이는가 하면 채용비리 논란, 5G 품질 우려 등 청문회 본질에 어긋나는 질의들을 이어갔다.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지난해 11월 발생한 KT 아현지사 화재와 관련해 청문회를 개최했다. 이번 청문회는 KT 아현지사 화재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KT 아현지사 화재 외에도 KT 채용비리 의혹부터 후임 인선 등의 문제까지 거론됐다. /국회=서민지 기자
이날 청문회에서는 KT 아현지사 화재 외에도 KT 채용비리 의혹부터 후임 인선 등의 문제까지 거론됐다. /국회=서민지 기자

◆KT 채용비리부터 후임 인선까지…'아현지사 화재' 청문회 무색

KT 아현지사 청문회는 화재가 발생한 지 5개월 만에 개최됐다. 올해 1월부터 추진됐지만 여러 차례 무산되면서 우여곡절 끝에 열리게 됐다. 하지만 명확한 진상 규명 없이 공전이 거듭됐고, 채용비리 의혹을 비롯해 5G 품질 논란, 나아가 후임 인선 등 관련 없는 내용까지 다뤄졌다.

예상했던대로 KT 채용비리 논란과 관련해 정치적 공방이 펼쳐졌다. 현재 KT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딸 등에게 채용 과정에서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KT 채용비리 논란에 대해 "정치권 줄대기의 꽃은 채용비리"라며 "김성태 한국당 의원의 자녀뿐 아니라 조카도 KT에 있다고 들었는데, 직접 보고받거나 파악한 게 있냐"고 추궁했다.

한국당이 즉각 항의에 나서자 노웅래 과방위원장은 "화재 원인과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인 만큼 관련 있는 부분에 대해서만 질의해달라"고 중재했다.

하지만 김종훈 의원은 "이런 것 때문에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간접적인 관련이 있는 문제라고 반박했다.

때아닌 5G 품질 논란도 불거졌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강조했지만, 이용자 품질은 도외시하고 있다"며 "5G 불통 등으로 사용자 불만이 쌓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황창규 KT 회장은 "모든 임직원인 5G 품질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상용화 초기라 그런 면이 있지만, 빠른 시간 내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KT 차기 회장 인선 문제까지 다뤄졌다.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후계자를 뽑아 '황창규 2기' 체제를 꾸리려는 게 아니냐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깨끗하게 물러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김종훈 의원도 "황창규 회장이 차기 회장 선임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사회에서 결정하는 일이라 해도 일정 부분 관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확실하게 말해달라"라고 추궁했다.

이와 관련해 황창규 회장은 "전혀 관여하지 않겠다"고 재차 밝혔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아현지사를 비롯해 KT 그룹 내 문제 등 황창규 회장을 향한 질의가 이어졌다. /국회=서민지 기자
이날 청문회에서는 아현지사를 비롯해 KT 그룹 내 문제 등 황창규 회장을 향한 질의가 이어졌다. /국회=서민지 기자

◆여야, 유영민 증인 출석·상생협의체 구성 등 '정쟁'

사실 청문회는 시작부터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았다. 증인으로 채택된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 동행으로 불참하면서 여아가 기싸움을 벌였다.

김성태 한국당 의원은 "유영민 장관이 기습적으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며 여야 합의를 깼다. 정부여당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기획한 청문회를 이대로 진행할 수 없다"고 비판했고, 김성수 민주당 의원은 "이번 청문회는 황창규 회장의 부실경영에 따른 화재 책임을 추궁하기 위한 자리로 유영민 장관의 출석 여부는 부수적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여야 대립으로 정회와 속개가 반복되면서 오전 11시 20분이 돼서야 첫 질의가 시작됐다. 당초 오전 10시 청문회가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1시간 20분가량이 지연된 것이다.

정쟁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KT 화재 상생보상협의체' 구성과 관련해 한국당이 '패싱'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또다시 여야의 줄다리기가 펼쳐졌다. 앞서 KT는 아현지사 화재로 인한 피해보상을 논의하기 위해 국회 과방위와 소상공인연합회 등과 함께 상생보상협의체를 출범한 바 있다.

최연혜 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27일 KT 피해보상과 관련한 이해관계자 간담회가 의원회관에서 진행됐지만, 한국당 의원은 아무도 통보받지 못했다"며 "왜 제1야당을 뺀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노웅래 위원장은 "국회 차원의 지원이 아니라 시민사회단체의 주선으로 간담회를 여는 것을 국회의원 입장에서 지원했다"면서 "당시 분명히 야당 의원들에게도 연락했으며, 한국당 패싱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jisse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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