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류업계가 수입맥주의 공세로 부진하고 있는 가운데 오비맥주가 호실적을 보였다. /더팩트 DB |
오비맥주, "국산 맥주 경쟁력 강화 위해 3년간 1조 원 투자 단행"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주류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호실적을 보인 오비맥주가 관련 업계에서 유일하게 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다양한 수입맥주 라인업 보유가 이를 가능하게 했다는 분석이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지난해 매출 1조6981억 원으로 전년대비 2.1%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5145억원으로 전년 대비 4.1% 증가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전년 3272억 원에서 3806억 원으로 오르며 16.3%의 성장률을 보였다.
국내 주요 맥주 업체들은 모두 전년보다 매출이 소폭 감소했다.
다른 국내 맥주업체들이 적자의 늪에서 고전하고 있는 것과는 반대로 오비맥주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성장했다.
침체된 맥주 시장 속 오비맥주가 홀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오비맥주는 국산맥주의 빈자리를 수입맥주로 채우며 성장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왼쪽부터 오비맥주가 수입하는 버드와이저, 호가든, 카프리 제품 이미지 / 오비맥주 제공 |
오비맥주는 다양한 수입 맥주 라인업을 구축해 경쟁사 대비 수입 맥주 공세를 방어하기 유리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카스 등 국산맥주의 빈자리를 수입 맥주가 채워주면서 성장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수입 맥주의 시장점유율은 20%를 넘어 25%까지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오비맥주의 경우 세계 맥주 1위 기업인 AB인베브를 모기업으로 하고 있으며, 현재 카프리, 버드와이저, 호가든, 벡스, 스텔라, 레페, 산토리, 코로나, 레드락, 레벤브로이 등 19종의 수입맥주를 판매하고 있다. 따라서 오비맥주의 경우 다른 경쟁사에 비해 수입맥주와의 경쟁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판관비 등 비용 절감에도 성장하며 수익성도 높였다. 지난해 오비맥주의 판관비는 5370억 원으로 전년 5465억 원 대비 95억 원 감소했다.
주류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오비맥주만 맥주 업계서 유일하게 성장했다. /더팩트DB |
여기에 국내 맥주시장에서 확고한 점유율을 보유한 '카스'도 한몫한다. 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 카스는 국내 맥주시장에서의 50%가 넘는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카스에 힘입어 오비맥주는 2012년부터 국내 맥주시장 점유율 1위의 수성을 놓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국산 맥주에 대한 점유율이 감소하고 있어 카스 역시 이에 자유로울수 없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오비맥주의 매출은 카스가 80% 이상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국산 맥주 시장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카스의 경우 지난해 세금 포함해 930억원가량 매출이 줄었다"며 "카스가 역성장한 것은 2015년 이후 처음"이라며 위기감을 표했다.
국산 맥주 위기 속 오비맥주는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오비맥주는 최근 올해부터 2021년까지 연구개발과 설비 확충, 영업·마케팅 등을 위해 1조 원을 투자하는 내용의 재정계획을 수립했다. 신제품 연구개발과 생산설비 확충에 3000억 원을 투입하고, 이천공장에 수제 맥주 생산설비를 연내 구축할 계획이다. 맥주 브랜드 가치와 품질 경쟁력 제고에 7000억 원을 투자하고, 이 중 4000억 원은 대표제품인 카스의 품질 향상과 영업 및 마케팅에 쓰기로 했다. 또한 신재생에너지 전면 도입을 목표로 이천과 청주, 광주 등 3개 공장에 태양광발전설비를 설치한다고 밝혔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오비맥주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투자 규모를 꾸준히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