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립 50주년 기념식서 깜짝 발표…"자리에서 물러나 응원할 것"[더팩트|이진하 기자] 동원그룹 김재철(85) 회장이 그룹을 이끈 지 50년 만에 돌연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김 회장의 차남 김남정(46)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그룹을 이끌게 됐다.
김재철 회장은 16일 경기도 이천 연수원 '동원리더스아카데미'에서 열린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깜짝 발표를 했다.
김 회장은 "이제 회장직에서 물러서서 여러분의 활약상을 지켜보며 응원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동원의 창업정신은 성실한 기업 활동으로 사회정의의 실현이었고 오늘의 비전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사회 필요기업"이라며 "여러분의 활동이 사회에 필요한지를 진지하게 생각하며 정도로 가는 것이 승자의 길이라는 것을 늘 유념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창립 50주년에 대해선 "동원이 창립된 1969년은 인류 최초로 우주인 닐 암스트롱이 달에 발을 디딘 해"라며 "선진국은 달에 도전할 때 동원은 바다 한가운데서 낚싯대를 드리워 놓고 참치가 물기를 기다리는 사업을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동원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김재철 회장은 창립 50주년을 앞두고 오랜 고민 끝에 퇴진 결단을 내렸다. 후배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도록 물러서야 할 시점을 고심한 것으로 보인다는 전언이다.
회장직에서 물러난 김재철 회장은 그룹 경영에 필요한 경우만 조언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원로로서 한국 사회를 위해 기여하는 방안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 퇴진 후 동원그룹 경영은 차남인 김남정 부회장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지주회사인 엔터프라이즈가 그룹의 전략과 방향을 잡고 각 계열사는 전문 경영인 중심으로 독립 경영을 하는 기존 경영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동원그룹의 모태는 동원산업이다. 김재철 회장은 원양어선을 타며 모은 돈 1000만 원을 자본금으로 회사를 창립했다. 그는 1969년 4월 16일 서울 명동의 작은 사무실에서 직원 3명과 원양어선 1척으로 사업을 일궜다.
김 회장은 원양어업으로 잡은 물고기 전량을 팔아 120만 달러 수출 실적을 달성하며 창업 1년 만에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그로부터 3년 만에 성장률 600%를 기록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이후 원양신규 어장 개척과 첨단 어법 도입 등으로 자산총액 9조 원에 달하는 '대기업'으로 빠르게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