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확대경] 신동빈 롯데 회장, 가족친화적 조직 문화로 '유리천장' 깬다
  • 이성락 기자
  • 입력: 2019.04.12 05:00 / 수정: 2019.04.12 05:00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여성 인재 발굴 및 육성을 위한 가족친화 경영 정책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더팩트 DB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여성 인재 발굴 및 육성을 위한 '가족친화 경영 정책'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더팩트 DB

신동빈식 가족친화적 조직 문화 확산 '사라지는' 유리천장[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여성 인재 발굴 및 육성을 위해 '가족친화 경영 정책'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말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6명의 여성 임원을 늘려 "여성 리더를 적극 육성하겠다"고 공언한 이후 최근 "2020년까지 여성 임원 60명, 책임급 이상 여성 간부를 3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제시하면서 새로운 '경영 문화'를 창출하는 데 집중하는 모양새다.

롯데그룹은 지난 10일 여성가족부와 우수한 여성 인력을 고위직까지 성장시키기 위한 실천 과제를 담은 자율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지난달 여성가족부와 10개 경제 단체가 체결한 '성별 균형 포용 성장 파트너십'의 후속 과제 중 인식개선 사업의 일환으로 기업이 자율적으로 성별 균형 수준을 높이기 위한 목표 및 계획 등을 제시하고 이행하는 '기업과의 자율협약 이어가기(릴레이) 캠페인'의 시작이다. 롯데는 이번 협약과 관련해 가시적인 성과를 보인 점 등을 인정받아 자율협약 1호 기업으로 선정됐다.

앞으로 롯데는 지속적인 교육과 네트워킹 지원을 통해 2022년까지 여성 임원 60명(현재 36명), 책임급 이상 여성 간부를 전체 30%(현재 14%)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또한, 선우영 롯데롭스 대표에 이어 2호 여성 최고경영자(CEO) 배출에도 힘을 쏟을 예정이다.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이사(부회장)는 "신동빈 회장의 다양성 철학에 따라 지난 14년 동안 여성 인재 육성을 위해 노력한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앞으로도 여성 신입사원들이 자연스럽게 CEO의 꿈을 키울 수 있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황각규 부회장의 발언대로 신 회장이 진두지휘하는 여성 리더 육성 정책은 단기적인 수준을 넘어선다. 신동빈 회장이 강조한 다양성 중심의 경영철학은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가로막아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받던 '유리천장'을 조금씩 깨는 것이 기업의 경쟁력뿐만 아니라 국가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그룹 차원의 공감대로 이어졌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500대 기업 여성 임원 현황을 보면 2017년 기준 임원 중 여성은 454명으로, 전체의 3%에 불과했다.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늘어났지만, 여성이 고위직으로 진출하는 것을 가로막는 유리천장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취업 관련 정보 사이트 인크루트가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공시한 시총 상위 30개 기업의 임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여성 임원 비율은 4%에 불과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여성 임원 비율이 20% 수준인 것을 고려해 비교하면 유리천장의 존재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동빈 회장이 내건 여성 간부 30% 목표는 이러한 현실을 생각하면 파격적인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그동안의 확대 추이를 봤을 때 롯데가 이 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 또한 제기되고 있다. 롯데의 여성 임원은 지난 2012년(3명) 처음 탄생한 이후 현재 12배나 늘어났다.

재계는 롯데그룹 내 여성 직원들의 약진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었던 이유를 놓고 개방적이고 공정한 조직 문화가 조성됐기 때문으로 평가한다. 단순히 숫자만 늘리기 위해 '뽑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가족친화적 조직 문화를 구축해 여성 직원이 '뽑힐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공을 들였고,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이사와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성별 균형 포용 성장 파트너십 1호 기업 자율협약식에서 협약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롯데그룹 제공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이사와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성별 균형 포용 성장 파트너십' 1호 기업 자율협약식에서 협약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롯데그룹 제공

롯데는 가족친화적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일과 가정의 균형'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또 관련 주요 과제를 설정해 계열사 전파를 독려하고 있다. 대표적인 과제로는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가 있다. 과거 남성 육아휴직은 사회적 공감대 부족으로 사용률이 극히 저조했지만, 의무화를 통해 롯데 남성 직원들은 배우자가 출산을 하면 최소 1개월 이상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육아휴직을 통해 육아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고, 배우자에 대한 이해·공감 등을 경험하자는 취지다.

회사에서 육아휴직을 사용한 직원은 지난해 6월 기준 2000명을 돌파했다. 롯데는 남성 육아휴직자들을 위한 '대디스쿨'도 운영해 노하우를 전수, 남성 직원들이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교육하고 있다. 롯데는 이러한 활동이 배우자의 육아 부담 경감뿐만 아니라 워킹맘의 경력 단절을 최소화하는 데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성 직원의 경우에는 2012년부터 자동 육아휴직을 도입해 여성 직원이라면 눈치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육아휴직 후 복직을 돕기 위한 웹기간 학습 시스템 '톡톡맘'을 운영, 오랜 시간 업무와 떨어져 있던 육아휴직자의 복직에 대한 두려움을 덜어주고, 회사 생활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온라인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복직 이후에는 '맘스힐링'이라는 오프라인 교육을 통해 복직자들이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시간을 갖도록 했다.

롯데는 일터에서 육아 등으로 인해 마음껏 일하지 못하는 여성 직원들이 부담 없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자녀'와 관련된 제도 및 혜택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자녀를 돌보면서 회사 생활을 지속할 수 있도록 초등학교 입학, 대학수학능력시험 등 자녀들을 돌봐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오랜 기간 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제도를 개발해 확대하는 중이다. 직접적인 육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2년 동안 월 10만 원씩 유치원 학자금을 지원하는 제도도 있다. 또한, 롯데는 현재 25개 수준인 직장 어린이집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부정적인 선입견을 해소하고, 여성 직원들에게 '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와우(WOW) 포럼'을 실시하고 있다. '와우 포럼'은 그룹의 다양성 중심의 경영철학을 공유하고 여성 간부들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12년부터 시작됐다. 롯데는 자체 개발한 '여성 인재 육성 지표'에 따라 평가, 여성 인재 육성 우수 계열사를 선정해 상을 주는 등 각 계열사가 적극적으로 여성 친화 정책을 추진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롯데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PC가 꺼지는 'PC 오프', 초과근로를 임금 대신 휴가로 보상하는 '근로시간 저축 휴가제', 업무시간 외 모바일을 이용한 업무 지시를 금지하는 '모바일 오프', 정시 퇴근문화를 만드는 '집중 근무제' 등의 제도를 만들어 전 계열사로 확대하는 등 근무 환경을 개선하는 작업에도 힘을 쏟고 있다. 근무 시간 단축 노력은 '가족친화적 조직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조처이자 직원들이 '일과 가정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환경을 만들라는 신동빈 회장의 특명이기도 하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여성이 고위직으로 진출하는 사례가 늘어나려면 직원들이 일을 위해 가정을, 가정을 위해 일을 포기하는 상황에 놓이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아직 여성에게 육아가 집중되는 편이라 어려운 건 사실"이라며 "일과 가정의 균형, 그리고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만드는 일과 관련해서는 롯데가 모범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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