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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행의 소비자시대] '라이프니츠 계수' 숨기는 '이율배반' 손보업계
입력: 2019.04.06 00:00 / 수정: 2019.04.06 00:00
최근 대법원은 육체노동 가동연한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상향조정했다. 이를 빌미로 손해보험업계는 자동차보험 등 보험료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더팩트DB
최근 대법원은 육체노동 가동연한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상향조정했다. 이를 빌미로 손해보험업계는 자동차보험 등 보험료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더팩트DB

중간이자 할인 방식 숨겨 소비자 배상금액 줄여

[더팩트|조연행 칼럼니스트] 보험제도는 정부의 사회보장 역할을 보완하여 수행하기 때문에 많은 세제혜택을 주고 있다. 그래서 민영 보험회사라고 하더라도 그만큼 공공성과 사회성 등 공익적인 요구가 크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보험사들은 전혀 그렇게 하고 있지 않다. 소비자를 이익추구의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최근 대법원에서 육체노동 가동연한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상향한 판결이 있었다. 2015년 8월 당시 4살이던 A군이 수영장에서 물놀이 도중 빠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A군의 부모는 수영장 운영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A군에 대한 손해배상금 산출기준 가동연한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판결했다.

가동연한이란 사람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최고 나이를 의미한다. 이는 보험회사의 손해배상액 산정에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사망 또는 노동력을 잃은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계산할 때 기준이 된다. 대법원은 1980년대와 비교할 때 고령사회 진입과 평균수명의 연장, 경제 수준과 고용조건 등 사회·경제적 여건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는 점을 감안했다. 대법원은 "가동연령의 상향 여부는 일반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력과 국민 생활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고, 보험제도와 연금제도의 운용에도 상당한 관련이 있다"며 전원합의체에서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손해보험업계는 즉각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5년간 상실소득액을 더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자동차보험 보험료를 최소 1.2% 이상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그동안 가동연한이 낮게 책정돼 자동차보험 피해자들에게 65세까지 손해배상금액을 지급해야 하는 것을 60세까지 적게 지급해 온 것인 만큼 손보사들이 보험료 인상 주장보다는 우선 자동차사고 피해소비자들에게 '손해배상금을 5년 적게 지급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발표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손보업계는 피해소비자에 대한 미안한 마음은 전혀 없고 오히려 자동차보험 뿐만 아니라 다른 배상책임보험도 올려야 한다고, 법원 판결을 보험료 인상의 기회와 명분으로 삼고 있다.

손보업계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으로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손해배상에서 더 중요한 문제는 덮어두고 숨기고 있다. 바로 상실소득액 계산시 중간이자 공제시에 적용하는 라이프니츠 계수이다. 손해배상액은 월평균 소득금액, 가동연한, 할인이율 등을 기준으로 산출한다. 약관상 표현으로는 '사망자의 월평균 현실소득액에서 본인의 생활비를 공제한 금액에 취업 가능월수(가동연한)에 해당하는 라이프니츠 계수를 곱하여 산정한다'고 돼있다.

고트프리트 빌헬름 라이프니츠(Gottfried Wilhelm Leibniz )는 미적분을 개발한 독일의 철학자이자 수학자인데, 미적분보다 훨씬 더 우리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라이프니츠 계수'를 고안했다. 보험사고에 대한 손해보상금을 계산할 때, 모두 라이프니츠 계수를 사용한다.

이를 볼때 보험료 산정시 가동연한 뿐만 아니라 라이프니츠 계수가 크게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손보업계는 가동연한이 5년 늘어나 보험료 인상을 주장하지만 라이프니츠계수가 소비자에게 엄청난 손해를 입히고 있다는 것은 숨기고 있는 것이다.

장래의 손해배상은 현재가치를 계산한다. 만일 장래 발생할 손해에 대해 해당 연령시 그때 그때 정기금으로 배상을 받는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현실은 일시금 배상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장래 손해의 현재가치산정이 문제가 된다.

보험사들은 보험료를 계산할때는 라이프니츠식 계수를 사용해 납입 보험료를 늘리는 한편 보험금을 지금할때는 현행 이율을 적용해 보험금을 적게 주려고 하고 있다. /더팩트 DB
보험사들은 보험료를 계산할때는 라이프니츠식 계수를 사용해 납입 보험료를 늘리는 한편 보험금을 지금할때는 현행 이율을 적용해 보험금을 적게 주려고 하고 있다. /더팩트 DB

중간이자를 공제하는 경우 적용해야 할 할인율 적용방법은 라이프니츠(Leibniz)식 이외에 호프만(Hoffmann)식이 있는데, 호프만은 단리를 전제로 장래의 손해액과 같은 가치를 가지는 현재 또는 기준시점의 배상액을 산정하기 때문에 배상금액이 라이프니츠식 보다 많다. 대부분의 법원은 압도적으로 호프만식을 적용하고 있지만, 보험회사는 배상액이 적게 나오는 라이프니츠식 산정방법을 중간이자 공제방법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동일한 사고라도 손해배상 소송으로 법원에서 판결로 받는 금액이 보험사에서 지급하는 금액보다 더 많다.

현행 자동차보험의 상실수익액 계산은 자동차보험약관의 산정방법에 따라"사망본인의 월평균 현실소득액에서 본인의 생활비를 공제한 금액에 취업 가능월수에 해당하는 라이프니츠 계수를 곱해 산정한다"라고 되어 있다. 현재 라이프니츠 계수의 할인율은 2%대의 시중금리 보다 월등히 높은 5%이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 은행에는 적용할 수 없는 고금리다. 보험회사는 소비자들이 모르게 5% 높은 이자율을 적용해 피해자 및 그 가족이 보상받아야 하는 손해배상금을 터무니없이 적게 계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세 여성의 무과실로 인한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고에서의 손해액을 따져보면, 대법원 판결대로 가동연한을 60세에서 65세로 늘릴 경우 3억4100만 원에서 3억5300만 원으로 1200만 원 정도 손해배상금을 더 받을 수가 있다.

그러나, 현행 약관대로 5%의 높은 이율의 라이프니츠 계수를 적용하여 계산하면, 3억4100만 원인데, 현재의 실제 시장이율인 연 2%를 적용해 계산하면, 상실수익액은 5억4300만 원이 돼 사망자의 유족은 2억여 원(59%)을 더 받게 된다. 간단히 말하면 소비자에게 1200만 원만 지급하고 있지만 원래는 2억 원까지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IMF 외환위기 이후 최근 20년간의 명목이자율은 장기적인 하향추세이고, 현재 현행 2019년 코픽스금리는 1.99%, 은행의 1년만기 정기예금금리는 연 1.5% ~ 2.2%이며, 보험개발원의 공시기준이율은 2.6%이다. 보험회사는 소비자들에게 받은 보험료에 주는 이자율을 2.6%만 지급하면서, 손해배상금이나 보험금 줄 때는 고금리인 5%대로 할인해 적게 주는 꼼수를 쓰는 것이다.

보험사는 1965년 보험약관 개정 이후로 지금까지 5%로 할인한 라이프니츠 계수로 보험금을 줄여 지급해 많은 수익을 누려왔다. 세금 개혁과 국민 보험을 제안했던 라이프니츠가 살아있다면, 물가상승률이 이자율보다 높은 지금의 상황에서, 보험금을 줄 때는 라이프니츠 계수를 적용하지 못하게 했을 것이다.

이는 거대 보험사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제도라고 할 수 있으며 사회적, 경제적 약자인 피해자 및 그 가족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손해보상금 산출방식이다. 장기간의 손해일수록 피해소비자의 손해는 더욱 커진다. 미국, 영국, 캐나다, 독일, 일본 등 선진 외국의 경우에 과거에는 높은 이율을 적용한 적이 있으나, 최근에는 모두다 1.2~2.5%대를 적용하고 있다. 또한, 민법의 규정(민법 제 379조)을 적용받는 소송 판결과 달리 자동차 손해배상은 약관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즉시 현가할인율을 변경 적용하는 것이 가능함에도 손해보험업계는 '모르는 척' 고이율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손해보험사들은 '가동연한 65세' 판결을 기화로 보험료 인상만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그동안 소비자에게 불합리한 손해배상을 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현행 고이율의 라이프니츠 계수와 같은 소비자에게 불합리, 불공정한 약관내용이나 보상기준이 없는지 살펴보고 개선 노력을 우선적으로 기울이는 것이 마땅하다. 소비자들은 보험사의 그러한 행동을 원한다.


kicf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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