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면세업계 '면세품 인도장 혼잡 예상'…가맹점주 '불법유통 막아야'[더팩트|이진하 기자] "면세 품목이 다시 국내에 유통된다면 불법 아닌가요?"
국내 대표 로드숍 브랜드 5개의 점주들이 지난달 19일 '전국화장품가맹점연합회'(화가연)을 출범했다. 이들이 문제로 지적하는 네 가지 중 하나는 면세점으로 유통되는 화장품이 국내 온라인몰에 판매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후 몇몇 국회의원과 관세청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논의에 들어갔다.
관세청은 이르면 이달 안에 면세품 현장 인도 제한을 발표할 계획이다. 세부적인 내용은 면세품목에 면세 전용상품 라벨을 붙이는 것과 시내 면세품에서 면세품 현장 인도를 없애는 방안이다. 현재 면세점에서 판매되는 제품 중 주류와 담배를 제외하면 면세 전용상품이란 라벨이 붙어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관세청은 3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화장품 업계의 반발로 제기된 면세품 현장 인도 제한은 여러 방면을 검토하며 논의 중이고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으로 나가는 용도의 상품이 국내에 되팔고 있는 불법적인 상황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잘못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제도를 마련하고, 빠르면 이달 안에 보도자료를 통해 내용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논의가 이뤄지기 전 화장품 본사는 라벨을 붙이면 추가 비용 발생한다며 반대의견 내놨다. 하지만 관세청에서 논의가 진행된 후 입장이 달라졌다. A 화장품 업체는 "라벨링 등이 법제화된다면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로드숍을 운영하는 가맹점주들은 "아직 부족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B 화장품 로드숍을 운영하는 가맹점주는 "본사에서 라벨을 붙이겠다고 하는 것은 주류나 담배처럼 제품 설명과 함께 적혀있는 페인팅이 아니라 스티커를 붙이겠다는 내용"이라며 "이것은 떼어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에 이전과 별 차이가 없을뿐더러 립스틱과 같은 작은 제품에는 붙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K뷰티를 이끌고 있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측은 "아직 구체적인 방법이 논의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관세청에서 구체적인 지시가 있으면 여기에 적극 따를 방침"이라며 "면세용품에 라벨링을 하는 이유에 대해 적극 공감하기 때문에 물품을 구별하기 위해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면세점은 최대 매출을 기록하는 등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그러나 매출의 일등공신은 중국 보따리상인 '따이공'이었다. 이들은 내국인과 달리 '면세품 현장 인도제'에 따라 시내 면세점에서 구매한 국산 면세품을 출국장이 아닌 현장에서 바로 받을 수 있다. 이런 허점을 이용해 일부 면세 상품이 국내로 유통되기도 했다.
실제 지난 2016년과 2017년에 시내 면세점에서 판매된 샴푸가 시중에서 불법 유통됐다가 적발된 사례가 있다. 당시 면세점 직원이 중국인 명의를 이용해 면세품을 대량 구매하는 방식으로 물품을 유출시켰다.
사건이 발생하자 관세청은 항공권 예약을 자주 취소하거나 장기간 출국하지 않으면서 시내면세점에서 자주, 고액으로 구매하는 외국인에 대해 면세품 현장 인도를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현장 인도를 제한하면 인도장의 인도 건수가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면적을 확대하거나 신규 인도장을 마련해야 한다.
여기에 면세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공항 면세품 인도장은 대량으로 구매한 화장품을 재포장하는 중국인 보따리상들로 복잡한데, 시내 면세점의 현장 인도를 없애면 인도장의 면적을 넓혀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결국 면세점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불편을 겪게 돼 매출이 줄어들 것이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라벨링에 대한 입장은 엇갈렸다. 또 다른 면세업계 관계자는 "면세상품에 라벨로 표시될 경우 오히려 제품에 대한 품질 신뢰도가 상승해 매출 상승이 기대된다"며 "현재는 국내 면세점 품목 중 '면세용품'이라고 명시된 것은 주류와 담배뿐이라 화장품을 기점으로 면세용품 표기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관세청은 "여러 입장을 모두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불법 유통에 대해 근절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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