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부회장 '온고지신' 리더십, 삼성 변화 이끈다[더팩트 | 서재근 기자] 미래 성장사업을 선도·선점하기 위한 삼성전자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3세대 10나노급(1z) D램 개발과 '갤럭시 S10 5G' 출시 등 올해 들어서만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핵심 사업 분야에서 '세계 최초' 타이틀을 잇달아 거머쥐며 글로벌 시장에서 각 사업 부문 '퍼스트 무버'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 같은 삼성의 변화는 지난해 2월 경영 복귀 이후 그룹의 미래 신성장 사업 분야를 중심으로 인수합병(M&A), 연구개발(R&D) 및 마케팅 분야 인재 영입 등에 공을 들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전략과 맥을 같이 한다.
삼성전자는 1일 전 세계 최초 차세대 이동통신(5G) 스마트폰인 '갤럭시 S10 5G'의 출고가격(256GB 139만7000원, 512GB 모델 155만6500원)을 확정하고, 오는 5일 국내시장에서 처음으로 출시한다고 밝혔다. 5G 분야는 이 부회장이 지난해 8월 인공지능(AI)과 바이오, 반도체와 더불어 '4대 미래 성장사업'으로 낙점,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는 사업 부분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월 방한한 아랍에미리트(UAE)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흐얀 왕세제와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만나 5G 통신 기술에 관해 설명하고, 미래 산업 분야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반도체 분야 기술개발에도 탄력이 붙고 있다. 지난 21일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3세대 1z나노 8Gb DDR4 D램 개발 성공을 공언했다. 지난 2017년 11월 2세대 10나노급(1y) D램 양산에 나선 지 16개월 만에 거둔 성과로 업계에서는 "역대 최고 미세 공정 한계를 극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3세대 D램 양산을 본격화하고, 오는 2020년 차세대 D램(DDR5, LPDDR5 등)을 공급하는 등 공정 기반 프리미엄 메모리 기술 리더십을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 부회장은 올해 들어 국내외 굵직한 행사 때마다 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사들과 '초격차'를 유지, '세계 최고' 타이틀을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내왔다. 실제로 지난 1월 문재인 대통령 초청 '기업인과 대화' 행사 당시 이 부회장은 문 대통령과 경내를 산책하면서 반도체 시장 전망 등을 묻는 문 대통령 질문에 "이제부터 진짜 실력이 나올 때"라며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보름 후인 같은 달 30일에는 삼성전자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장에서 가진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간담회에서 "메모리분야는 물론 비메모리 분야인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 사업 분야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고 공언했다.
미래 신사업 육성에 대한 이 부회장의 경영 전략은 핵심 인재 영입으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AI와 빅데이터, 로봇 등 미래 신사업 핵심 기술 개발 연구 인력과 해외 영업 마케팅을 주도할 전문가를 대거 영입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AI 연구 역량 강화의 일환으로 해당 분야 권위자로 평가받는 데이비드 은 사장, 세바스찬 승 프린스턴대학교 교수, 다니엘 리 펜실베니아대학교 교수 등을 영입한 데 이어 올해도 인재 영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 분야에서는 위구연 하버드대학교 교수를 회사 연구 분야 최고직인 펠로우로, 빅데이터 분야에서는 미주리대학교 산업공학 교수를 역임한 이후 아마존에서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장우승 박사를 개발 총괄 전무로 영입했다. 글로벌 마케팅 분야에서는 디지털 마케팅 전문가로 꼽히는 윌리엄 김 전 올세인츠 최고경영자(CEO)를 무선 사업부 리테일·이커머스 총괄 부사장으로, 민승재 폭스바겐 미국 디자인센터 총괄 디자이너를 사내 디자인경영센터 상무로 각각 영입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이 인재 영입에 공을 들이는 데는 선대 때부터 이어져 온 '인재 경영' 철학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인재제일주의'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거쳐 이 부회장 체제까지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며 "매년 삼성에서 개최하는 '호암상' 시상식 역시 창업주의 사회 공익정신과 더불어 '인재 제일' 정신을 기리는 데 뿌리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창업주의 '인재경영', 끊임 없는 혁신을 기반으로 '세계 최고'를 지향했던 이건희 회장의 리더십 등 전통적으로 이어져 온 삼성 최고의사결정권자의 경영 방식에 현장 소통을 강조하는 이 부회장의 '실용주의'가 더해진 만큼 삼성의 변화는 다양한 방식으로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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