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현 OCI 부회장이 지난 2013년 OCI 사장직에 오른 뒤 6년 만에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OCI 기업집단의 실질적 오너인 이우현 부회장이 사장에서 회장이 아닌 부회장으로 승진한 이유에 주목하고 있다. /더팩트DB |
'오너경영인' 의지 강해 사업 전반에 책임감…낮은 지분율도 문제될 수 있어
[더팩트 | 이한림 기자] 지난 2017년 고(故) 이수영 전 OCI 회장의 별세 후 2년 간 공석이던 OCI 회장 자리에 이례적으로 전문경영인의 명판이 새겨져 눈길을 끌고 있다. 7년 여간 고 이 전 회장의 장남 이우현 사장을 한 단계 위에서 지원하던 백우석 OCI 부회장이 OCI의 3대 회장에 올랐기 때문이다.
OCI는 지난달 26일 제 45기 주주총회 직후 이사회를 열고 이우현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하는 안을 의결했다. 지난 2017년 10월 이 전 회장이 별세한 후 2년여간 공석이던 회장 자리에는 전문경영인인 백우석 부회장이 올랐으며, 이우현 사장의 빈자리는 김택중 OCI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채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이번 OCI의 인사가 다소 의외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표면적으로 문제가 없는 단계적인 승진이지만 OCI는 이수영 전 회장 별세 후 2년 여간 회장직을 공석으로 비워뒀었고, 이러한 까닭에 이우현 부회장이 어느정도 때가 되면 곧바로 회장직 오를 것으로 판단한 이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이우현 부회장이 오너 일가로써는 이례적으로 그간 OCI의 기업설명회나 주총에 모습을 드러내고 회사의 경영 성과와 향후 목표들을 직접 발표하는 등 '오너경영인'으로써의 모습을 보여주는 등 이 부회장의 경영 카리스마가 주주와 업계에서 인정받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인사를 통해 아버지의 뒤를 이어 OCI의 3대 회장에 오르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또한 1일 공시된 OCI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우현 부회장은 백우석 회장보다 연봉이 높았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총 15억9600만 원을 수령했으며 백 회장은 같은기간 14억9800만 원을 지급받았다. 이 부회장과 백 회장의 상여금은 8억3700만 원으로 동일했지만 급여와 기타 근로소득이 상이한 결과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 기본급에서 자녀학자금 2000만 원을 수령했고, 기타 근로소득을 포함한 업무용차량지원 관련 금액에서 백 회장보다 7500만 원 가량을 더 수령했기 때문이지만 결과적으로 사장이 부회장보다 연봉이 1억 가량 높은 모양새가 됐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OCI는 단계적 승진을 선택하며 전문경영인인 백우석 부회장을 회장으로 추대했다. OCI에 따르면 백 회장은 OCI의 전신인 동양제철화학부터 44년 간 근무하며 이회림 명예회장, 이수영 회장, 이우현 부회장 등 오너 일가를 바로 옆에서 보좌해왔던 인물이다.
백우성 OCI 회장(가운데)은 지난달 26일 서울 소공동 OCI 본사에서 열린 제45기 정기주주총회 직후 이사회를 통해 이회림 OCI 창업주, 이수영 전 회장에 이어 OCI 회장에 선임됐다. 사진은 백우석 회장이 이날 OCI 주총에서 의장을 맡아 발언하고 있는 모습. 이우현 부회장(왼쪽)은 경영 성과 발표를 위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이한림 기자 |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OCI의 인사가 이우현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수영 전 회장 별세 이후 '이우현 체재'에 돌입한 OCI가 일단 경영에 잔뼈가 굵은 백우석 부회장을 회장 자리에 앉히고 이우현 부회장이 한 단계 아래에서 본인의 경영 초석을 더욱 다져나가기 위함이라는 해석이다.
특히 이번 OCI 주총 직후 기자와 만난 이우현 부회장은 "제가 험한 일을 도맡아야죠"라고 하며 오너에 국한되지 않는 전문 경영인으로써의 가치를 인정받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김택중 신임 사장의 존재도 배제할 수 없다. 이우현 부회장은 이번 주총에서 김택중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대해 '고수'라고 표현했다. 이우현 부회장은 "김택중 사장이 사업개발, 연구기술개발, 공장운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며 "절체절명의 시기로 가고 있는 시장 상황에서 효율적인 판단을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또한 OCI가 기존 주력사업이던 석유화학 및 태양광 산업을 넘어 토지개발사업과 바이오 사업 등 신성장동력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에 이우현 부회장은 김택중 사장에게 화학·태양광 사업을 맡기고 본인은 새로운 투자처가 필요한 신사업 추진에 더욱 힘을 실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이 외에도 지분과 관련된 문제도 거론된다. 이우현 부회장은 지난해 이수영 전 회장이 보유한 주식 133만9674주를 상속받으며 경영권을 승계받았지만 상속세 납부를 위해 OCI 주식 가운데 일부를 처분했다. 현재 이우현 부회장이 오너 일가의 장남임에도 불구하고 OCI의 최대 지분 보유자가 아닌 이유다.
이우현 부회장의 OCI 지분은 지난해 3분기 기준 5.04%로 이화영 유니드 회장(5.43%)보다 0.39포인트 낮다. 이화영 회장은 이수영 전 회장의 동생으로 이회림 명예회장의 삼남이다. 또 이회림 창업주의 차남인 이복영 이테크건설·삼광글라스 회장 또한 5.02%의 OCI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우현 부회장과의 격차는 불과 0.02%포인트다. 이러한 상황에서 곧바로 회장직에 오르는 것은 지분 문제상 시장에서 지적을 받을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우현 부회장이 이수영 전 회장의 지분을 모두 상속받은 OCI 기업집단의 실질적 오너이기 때문에 향후 OCI의 실적이 반등된 모습을 보이고 신사업을 안정화하는 등 경영 능력을 보인다면 지분율은 달라질 수 있다"며 "같이 승진한 백우석 회장과 김택중 사장도 이우현 부회장의 아군이기 때문에 이우현 부회장이 이번 승진을 통해 선친 별세 후 어수선한 분위기를 바로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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