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26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 견해를 밝힌 가운데 대한항공 측이 입장 자료를 내고 "주주가치를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더팩트 DB |
대한항공 "국민연금 결정 매우 유감, 주주가치 고려하지 않았다"
[더팩트 | 서재근 기자] 국민연금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과 관련해 반대표를 행사하기로 했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이하 수탁위)는 26일 오후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 안건과 관련,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짓기 위한 회의를 진행했다. 수탁위 측은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에 관해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의 침해 이력이 있다고 판단해 반대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의 결정과 관련해 대한항공 측은 "이번 결정은 장기적 주주가치를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매우 유감스럽다"며 "국민연금의 사전 의결권 표명은 위탁운용사를 비롯해 기관투자자, 일반 주주들에게 암묵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신중한 판단을 내려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히, 사법부 판결이 내려지지 않았음에도 무죄 추정의 원칙이라는 법적 가치마저 무시하고 내려진 결정이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조 회장은 총 270억 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그러나 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지도 않은 사안을 두고 '기업가치를 훼손했다'고 결론 짓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는 게 대한항공 측의 주장이다.
대한항공의 지분 11.56%를 보유한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반대 견해를 밝히면서 조 회장의 대한항공 경영권 유지가 절실한 대한항공 측의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됐다. 조 회장이 이사 연임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하루 앞으로 다가온 주총 '표 대결'에서 참석 주주 3분의 2(66.6%) 이상으로부터 찬성표를 받아야 한다.
조 회장을 비롯해 특수관계인이 대한항공 지분 33.35%를 확보하고 있지만, 2대 주주인 국민연금에 반기를 들어줄 우호지분 없이는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분 20%가량이 국민연금의 손을 들어줄 경우 조 회장의 연임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대한항공은 27일 오전 9시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제57기 정기 주주총회를 진행한다. 이날 주총에서는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의 안건이 다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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