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이 오는 22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그는 고객 관리 중점의 경영 혁신으로 NH투자증권 수장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더팩트 DB·NH투자증권 제공 |
정영채 사장 이끈 NH투자증권, 지난해 당기순이익·IPO 주관 실적 성적표 아쉬움
[더팩트ㅣ지예은 기자] 'IB업계 대부'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이 이달 취임 1주년을 맞는다. 견고한 고객 가치 최우선 철학을 갖고 있는 그는 보수적인 색채가 짙은 NH투자증권에 '혁신'을 선도하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22일 정영채 사장이 취임한지 정확히 1주년을 기념하게 된다. 정 사장은 지난해 3월 업계 최초 IB(투자은행)사업부 출신으로 수장에 오른 이후 본격적으로 NH투자증권에 그만의 색깔을 입히기에 나섰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과감한 조직개편과 외부인사 영입 등을 통한 대대적인 조직 체질 개선은 물론 최근에는 업계 처음으로 직원들에게 목표치를 주고 평가하는 KPI(핵심성과지표)를 전면 폐지하는 등 파격적인 시도도 서슴치 않았다.
정영채 사장은 홀세일사업부 대표로 김태원 전 DS자산운용 공동대표를 영입했다. 기관투자 영업 전문가로 알려진 김 대표를 영입해 기관영업 강화에 나선 것이다. 또한 최근 임원으로 승진한 9명 중에 4명을 부장급에서 선임했다. 조직문화가 보수적인 NH투자증권으로서는 파격적인 인사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변화는 올해 상반기부터 전 영업점에 KPI를 폐지한 것이다. KPI는 임직원들이 달성해야 할 업무 목표, 과제 등을 의미한다. 금융권뿐만 아니라 기업 전반에서도 활용하는 제도로 직원 인사평가에 반영되고 있다. 이를 통해 성과급 지급 규모도 정해진다.
'IB업계 대부' 정영채 사장은 과거 고객 중심으로 진행해온 IB사업의 긍정적 성과를 토대로 전사에 "결과보다는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NH투자증권 제공 |
정영채 사장이 KPI 폐지를 선언한 것은 직원들이 실적에 연연함으로써 생기는 고객을 위한 자산관리의 한계를 없애기 위함이다. 이는 그간 고객 중심으로 WM사업을 하겠다고 외쳤지만 솔루션적으로 핵심을 외면하던 경쟁 증권사들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KPI폐지는 WM업계에서 뒷자리를 차지하던 NH투자증권을 선봉에 세우는 계기가 됐다. 결과보다는 '과정'에 더 큰 가치를 두고 고객과의 소통에 무게를 두겠다는 것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자산관리 사업을 들여다보겠다는 정 사장의 큰 그림인 셈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올해가 KPI폐지 도입 첫해기 때문에 실무에 있어서 적응하는 기간이 사실상 필요하다"면서 "전반적으로 직원들 호응이 좋다. 좋은 취지로 도입된 만큼 직원들이 힘들어도 함께 정착시켜 나가자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정영채 사장이 '과정'을 강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IB사업부 대표 시절부터 '과정'에 중점을 두는 변화를 추구해왔다. 정 사장은 NH투자증권 수장이 된 지난해부터 IB사업부에서만 시행해온 '콜 리포트' 시스템을 전사로 확대 및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콜 리포트'는 직원들이 고객을 만난 후에 작성하는 업무 일지로, 고객의 회사와 목적 등을 입력해 부서 내부에서 정보 공유를 목적으로 한 시스템이다. 정 사장은 물론 일반 직원들까지 작성이 필수지만 이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이들도 존재했다. 이에 그는 초기 문화 안착을 위해 해당 직원 일부를 인사 조치하기도 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보수적인 색채가 강한 NH투자증권에 정영채 사장이 수장으로 자리를 꿰하면서 KPI폐지와 파격적인 인사 등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다. /더팩트 DB |
하지만 현재는 내부적으로 큰 불만 없이 해당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정 사장이 'IB업계 대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데에는 철저한 고객 관리가 밑거름 됐기 때문"이라며 "WM사업도 고객 기반으로 성장해야 하는 만큼 소통 강화를 위해 도입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물론 직원 입장에서 언제 누구를 만나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하기에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고객 관리 면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기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KPI폐지로) 결과에 대한 평가 비중이 과정으로 집중된다고 하지만 직원 성과평가에 있어서 포상 또한 확실한 만큼 조직 전반적으로 긴장감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효율성에 대해서 아직까지 검증이 되지 않은 만큼 업계의 분위기가 다소 미온적인 것은 사실이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NH투자증권 내부는 물론 업계에서도 정영채 사장에 대한 평가는 다소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제 취임 1주년을 맞는 만큼 앞으로 그가 넘어야 할 산 또한 많다. 특히 NH투자증권이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만큼 종합금융투자회사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할 필요도 있다.
지난해 업계 자산규모 2위인 NH투자증권이 당기순이익 규모에서는 4위에 그쳤고, 기업공개(IPO) 주관 실적은 5위(3분기 기준 주관 금액 1680억 원)로 추락한 점은 아쉬운 대목일 수밖에 없다. 올해는 대형 딜도 많을뿐더러 정 사장이 '혁신'을 통한 분위기 쇄신도 본격화하는 만큼 실적에도 큰 변화의 바람이 불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