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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에 '백기' 카드업계, 통신·유통 등 대형가맹점 협상 어쩌나
입력: 2019.03.14 00:01 / 수정: 2019.03.14 00:01
카드사들이 현대기아차와의 수수료 협상에서 사실상 백기를 들면서 남은 초대형 가맹점들과의 협상에서도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 /더팩트 DB
카드사들이 현대기아차와의 수수료 협상에서 사실상 '백기'를 들면서 남은 초대형 가맹점들과의 협상에서도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 /더팩트 DB

카드노조, 무책임한 금융당국 '지적'…"파업 투쟁 불사할 것"

[더팩트|이지선 기자] 현대·기아차와 카드업계의 수수료율을 두고 벌어진 줄다리기에서 사실상 카드사들이 '백기'를 들면서 남아있는 초대형 가맹점과의 협상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이하 카드노조)는 이번 사태로 대형 가맹점이 협상 우위에 있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13일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가 현대·기아차와의 수수료율 협상을 마무리지었다. 아직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은 롯데카드와 삼성카드는 현대차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1.8%대 후반인 현대차의 수수료율 조정안을 받아들이기로 한 만큼 사실상 현대차가 '승기'를 잡은 셈이다.

당초 카드업권 전체가 합심해 수수료율을 2%대까지 인상하는 안을 요구했지만 현대차가 '가맹 계약 해지' 카드를 꺼내들자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은 추후 있을 다른 초대형가맹점과의 협상에서도 불리한 고지에 놓이게 됐다. 초대형 가맹점들이 초반부터 강경책을 내놓는다면 카드사들의 운신의 폭은 좁아지게 된다.

현재 카드업계에서 수수료율 인상을 요구한 업종은 통신·항공·유통 등이다. 만약 이들과도 효과적인 수수료율 인상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카드사들은 금융당국의 수수료 개편안에 따른 수수료 인하 여파로 인한 손실을 고스란히 감수해야 한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11월 제시한 카드수수료 개편안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연 1조4000억 원의 수수료 수익이 감소하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이 손실을 초대형 가맹점의 적격비용에 마케팅비용을 포함해 최종적으로 수수료율을 올릴 수 있도록 하면서 보전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다만 금융위원회는 실효성있는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카드수수료 개편안에서 연매출 500억 원 이상 가맹점에 대해 수수료율을 올릴 수 있도록 규정하는 문구를 포함하지 않은 것이다.

카드노동조합협의회는 금융당국이 초대형 가맹점과의 수수료율 협상에 당국이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해야한다고 주장하며 13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중구=이지선 기자
카드노동조합협의회는 금융당국이 초대형 가맹점과의 수수료율 협상에 당국이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해야한다고 주장하며 13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중구=이지선 기자

이에 대해 카드노조는 금융당국이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카드노조는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형가맹점 수수료에 대한 금융당국이나 공정위의 조치가 없으면 총파업 투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현정 전국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은 "오는 21일 금융당국과의 논의에서 구체적인 당국의 해결책이나 강제적인 조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투쟁 수위를 높일 것"이라며 "사실상 대형가맹점과의 협상에서 '을'의 입장인 만큼 손해를 카드사가 오롯이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준영 전국사무금융노조 신한카드지부 위원장은 "금융당국은 앞서 초대형 재벌 가맹점에 대한 역진성 해소와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힌 바 있다"며 "카드사에 우월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는 초대형 대기업에 대한 수수료 인상은 불가한것이 현실이므로 법적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금융당국이 오히려 이번 현대차와의 수수료 갈등에서 카드사들에게 '현대차의 조정안을 받아들이라'고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카드노조는 "당국은 카드사들이 금융당국 가이드를 지키기 위해 현대차와 맞선 순간 물밑으로는 현 수준에서 협상을 진행하라고 요구했다"며 "금융위는 말뿐이 아닌 처벌이나 양벌규정 마련으로 역진성 해소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약 6000억 원의 손실을 대형 가맹점 수수료로 보전하라고 했던 것이 금융당국 입장인데, 사실상 금융위원회에서는 실효성 있는 처벌규정 등을 마련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카드사들이 수수료 인상안을 제시해봤자 감독당국이나 정부의 규정 없이는 초대형가맹점의 결정을 기다리는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atonce5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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