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주요 계열사 'CEO·이사회 의장' 분리 움직임…전면적 수준 아니라는 의견도[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오면서 주요 대기업 총수들의 행보에 재계 시선이 쏠린다. 특히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결정을 계기로 '이사회 독립' 안건이 주요 관심사로 떠오른 모양새다. 당장 이번 주 주총을 통해 구광모 회장 시대를 본격화하는 LG그룹의 주요 계열사들도 이사회 독립성 확보를 위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LG에 따르면 LG전자는 오는 15일 주총과 이사회를 열고 조성진 부회장의 최고경영자(CEO) 및 이사회 의장 겸직을 해제하고 이사회 의장에 권영수 ㈜LG 부회장(최고운영책임자)을 선임할 예정이다. 앞서 조성진 부회장은 지난 2017년 3월 의장에 선임돼 CEO와 의장직을 2년 동안 겸직해왔다. 한상범 부회장이 CEO와 이사회 의장을 겸하는 LG디스플레이도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데 동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LG 주요 계열사인 LG화학과 LG유플러스는 이미 CEO와 이사회 의장이 분리된 상태다. LG화학은 지난해 말 박진수 전 부회장이 퇴임하면서 이사회 의장만 맡게 됐고, LG유플러스는 권영수 부회장이 CEO 자리를 하현회 부회장에 내주고 ㈜LG로 이동하면서 CEO와 이사회 의장이 분리됐다.
이는 이사회의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보장하기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CEO는 오직 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효과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CEO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건 글로벌 스탠다드에 접근하기 위한 행보"라며 "선진국에서는 CEO와 의장이 분리돼 CEO는 경영을 책임지고, 이사회는 경영을 감시·견제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기업뿐만 아니라 이미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CEO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책임 경영을 강화한다"며 CEO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한 바 있다. 당시 삼성전자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상훈 경영지원실장 사장에게 의사회 의장을 맡겼다. 삼성의 또 다른 계열사인 삼성전기의 경우 지난 2016년부터 주주친화 경영을 위해 사외이사에게 의장직을 맡겨왔다.

올해 주총 시즌에서 '이사회 독립성 확보'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이유는 최태원 회장의 결정 때문이다. 앞서 최태원 회장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겸했던 SK㈜는 지난 5일 이사회를 열고 이사회가 이사 중 1명을 의장으로 정하도록 하는 정관 변경안을 이달 말 주주총회에 상정하기로 했다. SK㈜ 관계자는 "주주친화 경영을 선도해온 SK㈜가 글로벌 투자 환경에 맞는 이사회 역할과 권한 강화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LG가 이사회 독립성 강화 추세에 완전히 올라탄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LG하우시스와 LG상사 등 LG 계열사들이 아직 이사회 분리 의사를 나타내지 않고 있다. 특히 LG하우시스는 '대표이사로 선임된 이사는 의장이 될 수 없다'는 기존 정관 문구를 삭제하는 안건을 주총에 상정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좋은기업지배연구소는 의견문을 통해 "이 안건은 대표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 가능성을 열어두었기 때문에 반대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재계는 일단 지켜보자는 반응이다. 핵심 계열사인 LG전자에서 CEO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결정이 내려진 만큼 향후 다른 계열사로 충분히 확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LG그룹은 통상 LG전자에 신규 정책을 시범 적용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이를 계열사 전반으로 확대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실상 그룹 2인자인 권영수 부회장이 주요 계열사의 의장직을 맡는 것을 놓고 '이사회 독립성 제고'보다는 '지주사 권한 강화'라는 해석을 여전히 내놓는다. 특히 구광모 회장이 ㈜LG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LG그룹 차원의 이사회 독립성 강화가 추진되고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당분간은 구광모 회장이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LG그룹의 이사회 독립성 확보 작업은 천천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구광모 회장 체제가 완전히 자리 잡기 전에는 구광모 회장이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는 등 전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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