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용카드사들의 수수료 인상 결정, 신흥국의 경제 위기 등 국내외 안팎에서 불확실성이 확산하면서 국내 완성차 제조사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더팩트 DB |
해외서 공장 접고 국내서 가동 멈추고 완성차 업계 깊어지는 주름
[더팩트 | 서재근 기자] 국내 완성차 제조사들의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신용카드사들의 수수료 인상 결정으로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모자라 임금협상을 둘러싼 노사 갈등, 해외 생산라인 가동 중단 등 회사별로 크고 작은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는 최근 신한·삼성·KB국민·하나·롯데 등 5개 카드사에 해지 통보를 한 데 이어 지난 7일 BC카드에 오는 14일을 기점으로 가맹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현대차의 이 같은 강경 대응은 앞서 지난 1월 말부터 신용카드사들이 이달부터 수수료율을 인상하기로 하면서부터다.
현대차에서 시작된 카드사와 '기 싸움'은 한국자동차산업협회까지 가세하면서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카드사들의 수수료 인상 결정과 관련해 "어려운 경영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결정"이라는 견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서도 지난 5일 의견서에서 "자동차구매 때 소비자들의 카드사용 확대로 카드사들의 수수료 수입은 증가하는 상황에서 조달금리 하락, 연체비율 감소 등 인상요인이 없다"며 "카드사들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자동차업계는 수백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이는 고스란히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경영위기 극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업계와 정부의 노력이 무의미하게 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물론 전날(8일) 오후 현대차가 카드사에 수수료율 인상과 관련해 조정안을 제시, 분위기 반전 가능성을 남겨뒀지만, 신한·삼성·롯데 등 3개사에서 수용 거부 의사를 밝혀 난항이 예상된다. 완성차 업계에서 한 목소리로 카드수수료 인상 문제에 쓴소리를 하는 데는 국내외 불확실성 여파로 연일 뒷걸음질 치고 있는 실적과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현대차의 경우 미중 무역전쟁과 신흥국의 경제 위기 등으로 지난해 국제회계기준(IFRS) 적용 이후 가장 낮은 2.5%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군산공장 폐쇄, R&D 법인 분리 이슈로 곤욕을 치렀던 한국지엠은 최근 준중형 SUV 개발권을 중국에 넘길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말 바꾸기' 논란까지 불거졌고, 르노삼성 자동차는 '2018 임금 및 단체협약'을 두고 9개월째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노조의 부분파업으로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
공장폐쇄, 노조 파업 등 안팎으로 악재가 산재한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자동차(이하 르노삼성)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내수 시장에서 전년 대비 29.5% 줄어든 9만3317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고, 르노삼성 역시 지난해 9만369대의 판매실적으로 10.1%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그나마 '신차 효과'로 내수 3위에 오르며 실적 반등을 꾀하고 있는 쌍용자동차도 지난 2017년 653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후 지난해에도 642억 원 규모의 손실 기록하는 등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제조사별로 살펴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국내 완성차 업계 '맏형' 현대차는 회사 수익의 3.5배가 넘는 배당금을 요구하는 등 연일 공세를 펴는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과 오는 22일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앞둔 데다가 중국에서는 부진한 실적으로 중국 베이징 1공장 가동 중단을 검토하는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쌓여 있다.
지난해 군산공장 폐쇄, 연구개발(R&D) 법인 분리 이슈로 그 어느때 보다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한국지엠은 8일 준중형 SUV 개발권을 중국에 넘길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말 바꾸기' 논란까지 불거졌다. 이에 회사 측은 즉각 입장자료를 통해 "지난해 12월 18일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 신설 법인 설립 당시 2대 주주인 산업은행 측과 합의한 내용에는 변동 사항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 분위기다.
르노삼성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부진한 실적을 해소하기 위한 실마리도 찾지 못하고 있는 것도 모자라 '2018 임금 및 단체협약'을 두고 9개월째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노조의 부분파업까지 더해지면서 말 그대로 '벼랑 끝'에 몰렸다. 특히, 협상 데드라인이었던 8일 열린 제20차 협상에서도 양측은 합의에 이르는 데 실패했다. 노조 측이 전면 파업까지 예고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한 가운데 모기업인 프랑스 르노그룹에서 "파업을 지속할 경우 신차물량 배정 자체를 철회하겠다"며 강수를 두면서 르노삼성의 고심은 더욱더 깊어지고 있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수년째 업계 안팎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업체별로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며 "개별 회사의 자구적인 노력만으로는 최저임금 문제와 카드수수료 인상, 글로벌 경제 위기 등 완성차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는 불확실성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인 만큼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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