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오토의 금천멀티센터가 일부 사업을 허가받지 못해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장병문 기자 |
판금·도장 정비업 제외하고 판매 영업으로 시작
[더팩트ㅣ시흥동=장병문 기자] 메르세데스-벤츠 공식 딜러사인 KCC오토의 사업계획에 차질이 생기면서 수입차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이상현 KCC오토 부회장(KCC정보통신 부회장 겸임)의 시름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KCC오토가 야심차게 준비한 서울 금천구 시흥동의 메르세데스-벤츠 금천멀티센터가 환경오염을 우려하는 주민들의 반발에 막혀 애초 세웠던 사업계획을 수정하거나 연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 금천구청은 <더팩트>에 "지난달 15일 KCC오토 금천서비스센터에 판금·도장 시설이 포함된 자동차 정비업 등록 신고는 입주민대책위원회와 협의가 되지 않는 경우 불허하는 조건으로 조건부 사용을 승인한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KCC오토는 금천멀티센터에 판금·도장 시설 등 일부 정비업을 제외하고 자동차 매매업으로 사업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
<더팩트> 취재진이 7일 찾은 KCC오토 금천멀티센터는 아직 영업 준비가 되지 않았다. 멀티센터 정문은 출입이 막혔으며 내부는 마무리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다만 멀티센터 바로 옆에 임시서비스 센터를 운영하고 있어 수리를 받으려는 벤츠 차량이 드나들었다.
현장에서 있던 KCC오토 관계자는 "멀티센터는 마무리 공사가 진행 중"이라며 "완성되면 신차 및 중고차 전시장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임시 서비스센터만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CC오토는 이달 중 금천멀티센터에 자동차 판매 영업부문만 오픈할 예정이다.
최근 KCC오토는 서울 금천구 시흥동 부지에 1만 3537㎡(약 4095평), 지하 4층~지상 10층에 달하는 벤츠 전시장 및 정비공장이 들어서는 대규모 복합시설을 건축했다. 지난달 15일 금천구청 건축과로부터 건물 사용 승인을 받았다.
7일 금천멀티센터는 마무리 공사가 진행 중이다. 금천멀티센터는 이달 중 판매 영업부문만 오픈할 예정이다. |
KCC오토는 이 사업장을 통해 서울 서남권 지역을 비롯해 경기도까지 아우르는 판매·정비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이었지만 구청의 이 같은 결정으로 틀어지게 됐다.
앞서 금천서비스센터 인근 주민들과 일부 시민단체는 이 정비시설이 환경오염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사업 승인을 강하게 반대했다. 도장 작업과정에서 공장 밖으로 유해물질이 배출될 것으로 우려해서다.
금천멀티센터 뒤편에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비롯해 빌라, 단독주택 등이 밀집된 주거지역이다. 특히 학교와 어린이집, 유치원, 학원 등이 모여 있어 아이들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주민들은 지난해부터 올해 2월까지 구청과 KCC오토 본사를 찾아 시위를 벌여 왔다.
이에 대해 KCC오토는 도장시설에 최신 기술이 적용된 대기오염 물질 방지설비 및 필터를 적용해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하고 실제 운영상황을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끝내 주민들을 설득하지 못하면서 반쪽짜리 사업장으로 오픈하게 됐다.
금천구 건축과 관계자는 <더팩트>에 "해당 정비공장은 합법적인 시설이지만 유해물질 배출을 우려하는 주민들의 민원도 간과할 수 없다"면서 "KCC오토가 판금·도장 정비업 승인을 받으려면 주민들과 협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천멀티센터 뒤편에는 1764세대 대단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다. |
◆금천멀티센터로 도약하려다 위기 맞나
KCC오토는 금천멀티센터를 건립하기 위해 지금까지 총 350억 원을 쏟아부었다. 이는 KCC오토의 지난 2017년 영업이익 110억 원보다 3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예정대로라면 지난해 8월 준공 허가를 받고 한창 영업을 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구청로부터 공사 중지 통보까지 받기도 했다.
계획보다 반년을 훌쩍 넘기고 이제서야 영업에 들어가지만 이마저도 반쪽짜리다. KCC오토의 금천멀티센터에 판금·도장 정비업이 빠진 것은 뼈아프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임포터)는 지난해 수입차 업계 최초로 7만 대 판매 기록을 세우며 고공성장을 했다. 이는 르노삼성과 한국지엠의 8만~9만 대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국산 완성차 업체를 위협할 정도로 메르세데스-벤츠의 국내 인기는 뜨겁다. 이런 추세에 맞춰 KCC오토는 금천멀티센터를 건립하고 한단계 도약을 노렸지만 오히려 위기에 놓였다.
금천멀티센터가 이달 중 정식 오픈을 하더라도 판금·도장 정비를 할 수 없다. 10층 건물에서 정비시설이 들어설 약 6개 층은 멈춰있을 전망이다.
딜러사에게 서비스센터는 중요한 수입원이다. 수입차 시장은 경쟁이 치열해 높은 할인율로 고객을 끌어모은다. 과도한 할인 경쟁이 보편화되면서 딜러사의 마진은 줄어들고 있다.
이를 메우기 위해 딜러사는 서비스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마진 없이 차를 팔아도 판매량이 많으면 결국 서비스센터를 통해 수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금천멀티센터 옆 임시 서비스센터 벽면에는 도장 정비시설을 반대하는 플래카드(붉은색 원)가 걸려있다.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KCC오토의 2017년 정비 매출은 316억 원이다. 이는 전년도 정비 매출 219억 원보다 100억 원가량 급증한 수치다. 정비 매출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천멀티센터의 정비사업은 제동이 걸린 것이다.
KCC오토는 사업의 정상화를 위해 주민들과 계속 협의한다는 방침이다. KCC오토 관계자는 "민원 협상 주체의 잦은 변동으로 인해 협상에 애로사항이 많지만 원만한 협상 타결로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수입차 관계자는 "딜러사는 서울에 수백 평에 달하는 땅에 고급스러운 내외장을 한 전시장을 열고, 고가의 최첨단 장비를 갖춘 서비스센터를 갖춰야 한다"며 "초기 투자비가 워낙 많아 몇 해 동안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KCC오토 금천멀티센터의 경우 손익분기점을 넘기려면 예상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한편, 이상현 부회장은 수입차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라는 점에서 금천멀티센터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지 관심이 쏠린다.
이상현 부회장이 이끄는 KCC오토그룹은 2004년 KCC모터스(혼다)를 시작으로 아우토슈타트(포르쉐), KCC오토(메르세데스-벤츠) 등 수입차 딜러사로서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해 왔다.
이후에도 이상현 부회장은 사업 확장에 열을 올리면서 2011년 프리미어오토(인피니티), 2012년 KCC오토모빌(재규어 랜드로버), 프리미어오토모빌(닛산) 등을 라인업에 추가하며 총 7개 브랜드를 보유한 '메가딜러사'로 키워냈다. KCC오토그룹은 지난해 8월까지 누적판매 7만 대 돌파했다. 현재 서울, 경기, 인천, 원주, 대전, 대구, 제주를 포함해 전국 32개 전시장, 24개 서비스센터를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