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면티·청바지입고 방탄소년단 공부하는 '현대차맨'
  • 서재근 기자
  • 입력: 2019.02.25 11:46 / 수정: 2019.02.25 11:50
현대자동차그룹이 오는 3월부터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를 시작으로 임직원들의 근무 복장을 자율화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더팩트 DB
현대자동차그룹이 오는 3월부터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를 시작으로 임직원들의 근무 복장을 자율화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더팩트 DB

'변화·혁신' 강조한 정의선, 현대차 '보수' 이미지 제대로 바꾼다[더팩트 | 서재근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그룹)의 변화 속도가 가파르다.

샐러리맨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넥타이와 와이셔츠를 벗어 던지고, '2030세대'의 문화와 융합하기 위해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하는 아이돌그룹과 연계한 마케팅에 나서는 등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체제 안착 이후 연일 전례 없는 '파격 실험'에 나서고 있다.

25일 재계와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는 다음달부터 서울 양재동 본사를 시작으로 임직원들의 근무 복장을 자율화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복장 자율화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오는 3월부터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며 "내부에서도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발맞춰 젊고, 유연한 조직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여러 의견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추진 중인 복장 변화는 단순히 캐주얼 정장 수준의 변화를 넘어 청바지에 운동화, 면티 등 어떤 규제나 제한을 두지 않는 '전면 자율화'로 현대차에서 '첫 단추'를 끼우고 기아차를 비롯한 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도 차례로 도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지난 2017년을 기점으로 국내영업본부와 연구소 등 일부 부서를 중심으로 매주 금요일마다 넥타이를 매지 않는 '캐쥬얼 데이'를 시행해왔지만, 전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요일 구분 없이 복장 자율화를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그룹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이 같은 '파격 실험'이 일하는 방식의 변화와 혁신을 강조한 정 수석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정 수석부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고, 일하는 방식에서 변화와 혁신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단행한 그룹 정기 인사에서 '정의선 체제'를 공고히 한 이후 현대차그룹의 변화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최근 포스코 출신인 안동일 사장을 현대제철 신임 수장으로 낙점하고, 10대 그룹 가운데 최초로 매년 상·하반기 연 2회 시행하던 대규모 신입사원 '정기 공채'를 없애고 직무 중심의 '상시 공채' 제도를 도입한 것 역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젊어진 마케팅' 역시 눈여겨 볼만하다. 현대차와 기아차 홍보팀 구성원들은 최근 '아이돌 공부'가 한창이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전략형 모델의 홍보 모델 역할을 하는 인기 아이돌그룹의 주요 활동과 팬덤, 이들로 파생하는 글로벌 문화 동향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올해 YG, JYP엔터테인먼트와 협업을 통해 젊은 세대를 겨냥한 문화 마케팅 활동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올해 YG, JYP엔터테인먼트와 협업을 통해 젊은 세대를 겨냥한 문화 마케팅 활동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 제공

현대기아차가 추진하는 글로벌 마케팅의 핵심 키워드는 'K-POP'이다. 그간 미국 최대 스포츠 행사로 꼽히는 '슈퍼볼' 광고, 미국 남자프로골프대회(PGA) '제네시스 오픈' 등 주요 스포츠 행사에 초점을 맞췄던 것과 달리 전 세계로 확산하는 'K-POP 열풍'의 주역들을 활용하는 문화마케팅으로 영역을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11월 플래그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의 홍보대사로 글로벌 무대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을 홍보대사로 선정하고, 미국 LA오토쇼와 제61회 그래미 어워즈 등 굵직한 국외 행사에서 차량을 노출하는 방식으로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었다.

최근에는 영국 런던 중심 피키딜리 서커스 전광판에 전 세계 팬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방탄소년단 글로벌 캠페인' 티저영상을 상영하는 방식으로 협업 범위를 확대, 젊은 세대들을 타깃으로 현대차 브랜드 알리기에 나섰다.

기아차 역시 지난달 YG엔터테인먼트와 파트너십을 통해 방콕과 홍콩, 싱가폴 등 아시아 7개 도시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개최하는 '블랙핑크 월드투어 With 기아'의 타이틀 스폰서로 활동에 시동을 건 데 이어 지난 21일에는 JYP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신인 걸그룹 'ITZY(있지)'의 데뷔곡 '달라달라' 뮤직비디오에 '쏘울 부스터'를 노출하는 등 문화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기아차는 앞으로도 국내 유수의 연예 기획사 및 K-POP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지속해 글로벌 문화 마케팅 활동의 폭을 넓혀나간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음악과 패션, 예술에 관심이 많은 'Y, Z세대'는 현재를 넘어 미래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예비 고객층이다"며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젊은 세대들에게 현대기아차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의 마케팅 활동을 지속해서 연구하고 활용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총수 일가가 참여하는 가족 행사 때도 위계질서를 철저하게 구분 짓는 다는 얘기가 안팎에서 나올 정도로 그동안 재계에서 '보수적이다'는 인식이 강했다"면서 "그러나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그룹 내 역할이 확대된 이후 내부 인사에서 고착화했던 '순혈주의'를 타파하고, 글로벌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빠르게 확대해 나가는 등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 수석부회장이 'IT 기업보다 더 IT 기업 같은 기업문화'를 강조한 만큼 현대차그룹 안팎의 변화는 앞으로 더욱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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