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 부회장·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한·인도 국빈 오찬 참석[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났다.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진행된 국빈 오찬 자리에서다. 오찬에 앞서 청와대에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모디 총리의 정상회담이 진행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모디 총리는 공동 언론발표문을 통해 "전략적이고, 실질적인 교류와 협력을 강화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모디 총리 측 요청에 따라 초청됐다. 양국 정상이 만나 우의를 확인하는 자리에 손님으로 참석한 셈이다. 하지만 재계는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오찬 참석을 놓고 손님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평가한다. 양국 교류와 협력 강화의 실행자, 또는 상황에 따라 수혜자가 되는 만큼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사실상 이번 회담의 중심적인 인물이라는 분석이다. 두 사람의 향후 인도 시장에서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사실 이번 만남이 더욱 '특별'해진 이유는 재계 총수급으로 두 사람만 초청 명단에 올랐기 때문이다. 당초 모디 총리는 지난 21일 한국 기업인들과 만나는 '한·인도 비즈니스 심포지엄' 참석에 앞서 여러 재계 총수와 릴레이 면담을 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2015년 5월 방한 당시 정몽구 현대차 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을 잇달아 만났던 그 방식이다. 하지만 바쁜 일정 등을 이유로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수석부회장만 따로 만나게 됐다.

이는 인도 현지에서의 기업 영향력과 친분 등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먼저 삼성전자는 1995년 인도에 일찌감치 진출해 휴대전화·TV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노이다, 첸나이 등 제조공장 2곳을 운영하며 현지 고용 창출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외에도 삼성전자는 인도에서 연구개발센터 5곳, 디자인센터 1곳 등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준공된 노이다 공장은 6억5000만 달러(약 7300억 원)가 투입되는 등 대표적인 대규모 투자 사례로 꼽힌다. 이 투자는 지난 2016년 이재용 부회장과 모디 총리의 만남과 투자 논의의 결과물로 설명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또 노이다 공장 준공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모디 총리를 만나 직접 신규 생산라인을 소개하기도 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모디 총리는 인도의 고속 경제성장에 삼성이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을 치켜세우며 더 많은 투자를 요청하기도 했다.
현대차의 경우에도 인도 자동차 시장에서 입지가 탄탄하다. 회사 내부적으로도 부진을 겪고 있는 중국 시장의 대안으로 인도 시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첸나이 공장 확장 등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전기차 등 친환경차 출시를 위해 2020년까지 3년 약 1조10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2015년 모디 총리가 방한했을 때 정몽구 회장과 함께 만났고, 2016년에는 재계 인사들과 인도를 방문해 모디 총리와 친분을 쌓았다. 지난해 2월과 9월 별도 만남을 갖기도 했다.
그동안 쌓은 성과와 인연이 향후 사업을 펼쳐나가는 데 있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모디 총리 등 양국 정상이 함께 힘을 실어주면서 효과가 극대화됐다는 의견이 나온다. 재계는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미래 유망 소비 시장으로서 잠재력이 매우 큰 인도 정상의 '애정 사정권'에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이번 만남의 의미가 크다고 평가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앞으로 잠재력이 큰 인도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점에서 모디 총리의 '특별 대우'가 반가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번 만남에 '특별함'을 더하는 건 방한 이후 내놓은 모디 총리의 메시지다. 전날과 이날에 걸쳐 내놓은 모디 총리의 메시지를 요약하면 '한국 기업의 인도 투자 여건 개선'과 '신산업에서의 기회 창출'이다. 더욱더 쉽게 말하면 '적극 도와 줄테니, 다양한 영역에서 더 많은 경제 활동을 펼쳐달라'는 것이다.
앞서 모디 총리는 '한·인도 비즈니스 심포지엄' 기조연설을 통해 "앞으로 5억 명 이상의 인도 인구가 도시에 거주하게 된다. 이렇게 도시화가 진행된다는 것은 인도에서 스마트 솔루션을 만들기 위한 한국 기업과의 협력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뜻"이라며 "특히 한국은 전기차 제조에 있어 선도적 위치에 있다. 인도는 전기차 사업에서 큰 기회를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사업의 점유율을 지속 확대하고 ICT 신사업과 전기차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수석부회장 입장에서는 모디 총리의 이러한 메시지가 반갑다. 더구나 다른 기업과 달리 모디 총리와 직접 만난 두 사람은 이를 실현시킬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협의할 기회를 얻은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모디 총리가 인공지능·로보틱스·전기차 등 분야에서의 공동연구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 분야에 강점이 있는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향후 역할과 관련된 구체적인 논의가 이날 이뤄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