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이 필리핀은행과 채무조정에 합의한 가운데 필리핀 현지 은행들이 수빅조선소의 연대보증채무를 한진중공업의 지분을 취득하는 형태로 출자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한진중공업 제공 |
한진重 채권단, 필리핀은행과 수빅조선소 채무조정 합의
[더팩트 | 이한림 기자] 자회사 필리핀 수빅조선소 부실로 자본잠식된 한진중공업이 수빅조선소에 돈을 빌려준 필리핀은행들과 채무조정에 합의하며 급한 불을 껐다. 다만 필리핀은행이 한진중공업에 대한 보증채무를 해소하는 대신 한진중공업 주식 일부를 취득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20일 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필리핀 현지 은행들은 한진중공업 채권단과 협상안에 따라 수빅조선소에 빌려줬던 채무 4억1000만 달러(약 4600억 원)를 포기하는 대신에 한진중공업의 지분 20%를 획득한다. 나머지 금액으로 수빅조선소 지분 99.99%를 가져간다.
지분 전환이 현실화되면 필리핀은행으로 구성된 필리핀은행 채권단이 한진중공업의 2대 주주에 오르게 된다. 한진중공업 지분 20%와 수빅조선소 지분 99.99% 지난해 한진중공업이 금융감독원에 공시한 3분기 실적 기준 각각 1666억 원과 6313억 원이다.
업계에서는 한진중공업이 필리핀은행에 지분을 넘기면서까지 수빅조선소 문제를 해결하는 이유에 대해 산업은행 등 한진중공업 채권단에서 최소한 한진중공업의 상장폐지를 막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지난 13일 필리핀 수빅조선소 경영 손실을 반영해 완전자본잠식 처리된 바 있다. 이후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거래가 중지됐고 4월 1일까지 마땅한 개선책이 없으면 상장폐지에 들어간다.
그러나 자본잠식 원인으로 지목됐던 수빅조선소를 필리핀 은행에서 지분 취득 형태로 끌어안게 되면 한진중공업은 수빅조선소 문제를 한시름 덜어낼 수 있다. 이후 필리핀은행 등 채권단이 수빅조선소의 기업회생 방안을 필리핀 법원에 제출해 승인을 받고 수빅조선소 정상화 방안으로 이어진다면 한진중공업은 필리핀 수빅조선소 경영에서 손을 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한진중공업이 필리핀은행 등 채권단과 합의한 후 현지 법원에 수빅조선소 기업회생 계획안을 제출할 예정으로 안다"며 "필리핀 법원이 이를 승인하면 한진중공업은 출자전환 및 지분취득 방식에 따라 수빅조선소와 남이 되고, 국내 증권시장 내 상장폐지를 막을 수 있는 가능성도 열린다"고 말했다.
투자업계에서는 필리핀은행이 한진중공업의 지분 변경 형태로 수빅조선소 기업회생 계획안을 법원에 신청해 승인을 받는다면 한진중공업이 상장폐지를 면할 것으로 보고 있다. /더팩트DB |
한편 필리핀 수빅조선소는 한진중공업이 지난 2006년 약 2조 원을 투자해 필리핀 수빅만 경제자유구역 내 건립한 조선소다. 준공 당시 필리핀의 값싼 노동력과 함께 수익성이 높은 상선을 전담해 수주하며 한진중공업의 알짜배기 해외 자회사로 평가받기도 했다.
그러나 2015년 이후 글로벌 조선경기 불황으로 2016년 2척, 2017년 4척, 지난해 6척 수주에 그치며 각각 1820억 원, 2335억 원, 지난해 3분기 기준 601억 원 등의 적자를 내며 경영 부실에 허덕였다. 이에 모회사인 한진중공업의 재무상태까지 악영향을 주며 완전자본잠식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필리핀은행 등 채권단과 지분 변경 등 방식을 통해 채무 조정 협상을 진행했다. 이후 필리핀은행이 수빅조선소 기업회생안을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며 "국내 사업은 방위산업청 등에서 산업은행 보증으로 선수금 운영자금을 확보해 부산 영도조선소 운영이 문제가 없는 만큼 재무상태를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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