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일부 증권사들이 현금 경품 이벤트까지 내걸며 공격적으로 고객 유치 경쟁에 나서고 있다. /뉴시스 |
주식 타사대체입고 이벤트…증권업계 "즉시 수익 보장 위해"
[더팩트ㅣ지예은 기자] 연초부터 일부 증권사들이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며 신규 고객 유치 전쟁에 나서고 있다. 공격적으로 다른 증권사 고객을 끌어오기 위해 현금 경품까지 제공하는 등 '고객 뺏기' 출혈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이베스트투자증권 등이 타 증권사 고객 중 주식을 대체 입고할 경우 최대 50만 원 규모의 현금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타사 계좌에서 주식을 옮겨온 고객에게 최대 300만 원의 현금을 지급한다. 이와 더불어 7일분의 신용거래 이자도 지원한다. 1~7일 이자율 4.6% 일괄 적용 및 인당 최대 5만 원 한도 내에서 적용된다.
미래에셋대우는 이달 말까지 해외주식 타사대체입고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1000만 원 이상의 해외주식을 입고한 고객(입고 후 90일간 잔고 유지 고객에 한해 지급)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입고금액에 따라 최대 50만 원의 백화점 상품권이 제공된다.
이베스트투자증권도 다음 달 29일까지 최대 25만 원의 현금을 지급하는 '주식 옮기기(타사대체입고)' 이벤트를 진행한다. 타 증권사에 있는 주식을 이베스트투자증권 계좌로 옮기면 된다. 최대 순입고 고객 1명에 대해서는 현금 대신 황금돼지 3돈 증정 이벤트를 앞세웠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권가 '고객 뺏기'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지난해 하반기 증시 부진에 이어 올해도 대내외적인 요인으로 투자 시장의 정체기가 지속되자 증권사들은 타사대체입고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더팩트 DB |
이처럼 현금 지급 금액을 서로 높여서라도 증권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은 수수료 무료 이벤트만으로는 고객 잡기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주요 증권사들이 공시한 지난해 잠정 실적을 살펴보면 중소형 증권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대형 증권사들도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어닝쇼크(실적 악화)'를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 증시 부진으로 거래가 급감하면서 실적이 감소한 탓이다. 미중 무역분쟁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상·반도체 경기 전환 등으로 변동성이 커지면서 상반기 2500선까지 찍었던 코스피 지수가 하반기 들어 2000선마저 붕괴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NH투자증권의 당기순이익은 360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했다. 하지만 매출액은 3.2% 감소한 9조2413억 원, 17.6% 줄어든 5401억 원을 올렸다.
미래에셋대우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2% 수준으로 269억 원에 그쳤다. 이베스트투자증권도 전년에 비해 10.9% 감소한 346억 원을 기록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해 증시가 좋지 않아 투심이 크게 위축돼 신규 고객 유치가 더욱 어려웠다"며 "올해도 투자시장의 정체기가 이어지면서 증권사들이 신규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비상체제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증권가)도 서로간의 경쟁이 다소 격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다만 실적이 악화된 만큼 증권사간의 경쟁도 심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미 1000만 원 이상 주식거래 중인 타사 고객을 유치하면 즉시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에 현금 경품을 제공해서라도 이런 고객을 빼오려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jie@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