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 노조, 지난 사고 재조사·분향소 설치 등 사측에 강력 반발[더팩트 | 이한림 기자] 포스코가 설 연휴 기간 발생한 근로자의 인명 사고에 대해 사건 축소 은폐 의혹을 받고 있다. 포스코는 최초 사인을 심장마비로 발표했으나 경찰의 1차 부검결과 사인이 장기파열로 인한 과다 출혈로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포스코 노조가 사고 원인 규명에 대해 사측에 강력히 촉구하고 나서 노사 간 갈등이 재점화될 전망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설 연휴 첫날이던 2일 경북 포항시 포스코 포항제철소 제품부두에서 인턴사원을 교육하던 생산기술부 제품출하직 노동자 A씨(남·56)가 숨진 채 발견됐다. 포스코는 유족에게 사인을 산업재해가 아닌 심장마비로 통보했지만, 경찰의 1차 부검결과 사인은 췌장과 장간막 파열로 인한 과다 출혈로 인한 사고였다. 이에 민주노총 포스코지회와 한국노총 포스코노조 등 포스코 두 노조는 각자의 방식으로 사측에 사고 원인 규명과 재조사 등을 요구하고 있다.
먼저 민주노총 포스코지회는 지난달 출범한 포스코바로잡기운동본부를 통해 성명을 내고 '포스코는 직원 사망 산재사고 은폐 의혹 관련자를 엄중 문책하고 고인과 유족에게 공식 사죄하는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포스코지회 관계자는 "고용노동부와 경찰도 사건 축소 은폐 의혹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포스코에서 발생했던 과거 산재에 대해서도 전면 재조사가 시급하고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포스코 교섭대표노조인 한국노총 포스코노조는 사망한 A씨의 분향소를 설치해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노총 포스코노조는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 포항제철소 1문 앞과 포스코 광양제철소 복지센터 앞에 직원들이 조문할 수 있도록 A씨 분향소를 마련했다고 11일 밝혔다. A씨의 장례절차와 별개로 포스코가 사고에 대해 원인을 규명하고 근원적인 대책을 수립할 때까지 분향소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노조 관계자는 "분향소 설치는 동지의 넋을 기리고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 및 명확한 책임규명을 요구하기 위함"이라며 "사측은 원인 규명과 근원적 문제 해결을 위해 협조하고 최정우 회장은 유족에게 진실한 사과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 최정우 회장 취임 6개월…노조 탄압 의혹부터 인재 사고까지
업계에서는 이번 포스코의 인재 사고에 따라 그간 사그라들었던 포스코와 포스코 두 노조 간 노사 갈등이 재점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두 노조는 최정우 회장이 지난해 11월 취임 100일을 맞아 공개한 '위드포스코(With POSCO) 100대 개혁과제'에 앞서 포스코 직원들을 위한 안전한 근로환경 조성이 선행돼야한다는 지적의 목소리를 꾸준히 제기해 왔다.
지난해 최정우 회장이 취임한 후 사실상 '50년 무노조 경영'을 펼친 포스코에 노조가 연달아 설립됐다. 이후 노조 측은 포스코의 노조 탄압 행위 의혹을 문제 삼아 갈등을 빚더니 지난해 추석 명절 기간 노조의 사측 문건 갈취 의혹 등 사건이 발생하며 노사 간 갈등이 극에 달한 바 있다.
다만 이후 한국노총 포스코노조와 민주노총 포스코지회가 서로 교섭대표노조의 지위를 얻기 위해 서로 비방하는 과정을 거치기도 했다. 이후 노조 조합원 수가 2000여 명이 더 많은 한노총 포스코노조가 대표노조가 됐고, 올해 초 최정우 회장과 포스코노조 위원장이 함께 새해 떡을 썰며 노사 간 갈등은 초반보다 가라앉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말부터 상황이 급변했다. 민주노총 포스코지회가 지난달 28일 정치권 등 인사와 함께 '포스코바로잡기운동본부'를 설립하며 새로운 임단협 체결에 적극적으로 투쟁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기 때문이다. '화해 모드'를 풍겼던 한국노총 포스코노조도 동참하는 분위기로 이어지며 노사 간 관계는 다른 양상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설 연휴 기간 발생한 인재사고에 대해 노사 간 사인 규명이 엇갈리며 갈등의 도화선이 됐다. 포스코도 이번 사건 축소 은폐 의혹에 대해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어 노사 간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매우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회사는 상황 수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사고 원인이 투명하게 조사되도록 관계기관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유가족 지원을 위해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숨진 포스코 근로자 A씨의 1차 부검을 진행한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한 상황이다. 사인의 정확한 결과는 2주 뒤에 나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