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경영 구상' 마친 총수들 국내 넘어 해외 챙기기 '속도'
  • 서재근 기자
  • 입력: 2019.02.07 00:00 / 수정: 2019.02.07 00:16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지난 4일 중국으로 출국, 삼성전자의 중국 사업 현황을 점검했다. /국무총리실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지난 4일 중국으로 출국, 삼성전자의 중국 사업 현황을 점검했다. /국무총리실 제공

"쉴 틈 없다" 총수들 국내외 '현장 경영' 드라이브[더팩트 | 서재근 기자]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연초부터 국내외 무대에서 '쉼 없는' 현장경영에 나서고 있다. 재계 전반에 글로벌 경제 위기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는 만큼 올 한해 경영 키워드로 '혁신'을 제시한 각 그룹 리더들이 직접 현장 점검에 나서 위기 극복의 '해법 찾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4일 중국 출장길에 올랐다. 올해 첫 해외 출장지로 중국을 낙점한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시안반도체단지를 방문해 1공장 생산시설과 올해 완공을 앞둔 2공장 건설 현장을 점검하고 연휴에 근무하는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이 부회장의 '경영 시계'는 올해 들어 그 어느 때보다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달 초 기흥사업장을 찾아 DS부문 및 디스플레이 경영진과 간담회를 갖고 사업 전략 구상에 나선 이 부회장은 같은 달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에서도 반도체사업 육성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특히, 지난달 30일 경기도 화성에 있는 삼성전자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장에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가진 간담회에서는 "비메모리 분야인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 사업 분야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며 미래 대응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중국 출장 역시 반도체 분야에 대한 '미래 설계'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부터 업계 전반으로 메모리 가격 하락 우려가 확산하면서 기민한 위기 대응의 필요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 유일의 해외 메모리반도체 생산기지를 방문한 것 역시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반도체 분야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듯이 메모리·비메모리 분야에 대한 투자는 올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은 지난달 30일 오후 경기도 화성에 있는 현대기아차 기술연구소를 방문한 이낙연 국무총리와 면담을 갖고, 친환경차 분야에 대한 투자 계획과 더불어 미래 수소차 개발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뉴시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은 지난달 30일 오후 경기도 화성에 있는 현대기아차 기술연구소를 방문한 이낙연 국무총리와 면담을 갖고, 친환경차 분야에 대한 투자 계획과 더불어 미래 수소차 개발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뉴시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의 일정표도 빡빡하다. 정부가 수소경제 활성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이면서 정 수석부회장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한 수소전기차 개발 사업에도 탄력이 붙었다.

올해 초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지난달 30일 오후 경기도 화성에 있는 현대기아차 기술연구소를 방문한 이낙연 국무총리와 잇달아 만난 정 수석부회장은 전기·수소차 등 친환경차 분야에 향후 4년 동안 5조 원을 투자해 수소전기차 대중화를 선도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여기에 자율주행 기술 등 미래차 개발 계획까지 시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관련 분야에서 기술력을 갖춘 글로벌 업체들과 파트너십 강화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아울러 정 수석부회장은 올해를 현대차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의 'V자 반등' 원년으로 삼은 만큼 북미 시장 점검에도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최근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낸 '광주형 일자리' 추진과 25%에 달하는 미국의 자동차 관세 문제 등 정부와 공조해야 할 난제도 남아있는 만큼 그룹의 얼굴을 자처, 민간외교 전면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광폭 행보'에 여념이 없다. 최 회장은 지난달 22일부터 25일까지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 포럼에 참석해 ICT와 반도체, 에너지, 바이오 분야 글로벌 기업 및 금융계 대표들을 만나 새로운 성장동력원을 모색하는 한편 사회적 가치 추구 경영에 동참하고 협력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이번 다보스 포럼에서 최 회장은 '기업가치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주제로 직접 세션을 개최, 사회적 가치 측정과 사회성과인센티브(SPC) 도입, 더블 보텀 라인(DBL) 적용 등 SK가 사회적 가치 추구를 위해 추진해 온 다양한 시도 사례를 제시했다. 최 회장의 민간외교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최 회장은 이번 출장 일정에서 '중국 경제인의 밤'과 일본의 밤'에 참석한 데 이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주관한 리셉션에도 참석하는 등 민간 경제 외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 두 번째)은 지난달 22일부터 25일까지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 포럼에 참석해 ICT와 반도체, 에너지, 바이오 분야 글로벌 기업 및 금융계 대표들과 만나 새로운 성장동력원을 모색하고, 사회적 가치 추구 경영에 협력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SK그룹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 두 번째)은 지난달 22일부터 25일까지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 포럼에 참석해 ICT와 반도체, 에너지, 바이오 분야 글로벌 기업 및 금융계 대표들과 만나 새로운 성장동력원을 모색하고, 사회적 가치 추구 경영에 협력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SK그룹 제공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올해 들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일본을 잇달아 방문하며 '뉴 롯데'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회장은 지난달 31일 일본 출장을 떠났다. 설 연휴 기간 일본에 머물면서 사업 구상에 전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앞서 지난달 중순에도 일본 출장길에 올라 쓰쿠다 다카유키 롯데홀딩스 사장과 고바야시 마사모토 최고재무책임자 등 일본 롯데 주요 경영진을 만나 경영 현안을 점검한 바 있다.

특히, 올해 신 회장의 글로벌 행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동남아 지역 '공들이기'다. 신 회장은 지난해 말 경영복귀 이후 첫 해외 출장지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선택하며 '신남방 정책' 드라이브를 걸었다. 새로운 성장 거점으로 동남아 지역을 낙점한 신 회장은 올해 진출 범위를 인도와 미얀마 지역까지 확장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롯데그룹의 '신남방 정책' 프로젝트는 식품과 화학, 건설 등 전 부문에 걸쳐 진행 중이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인도네시아에서 4조 원 규모의 나프타 분해시설(NCC) 건설을 추진 중이고, 롯데자산개발은 베트남 현지에서 대규모 복합단지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제과의 경우 최근 미얀마 제과업계 1위 기업 '메이슨'의 지분 80%를 770억 원에 인수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경영 복귀 후 동남아 지역을 첫 해외 출장지로 선택하며 해당 지역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공언했듯이 롯데의 '신남방 정책'은 올해 화학과 유통 등 그룹의 주력 사업 분야를 중심으로 더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큰 규모의 인수합병(M&A)이나 신규 투자의 경우 그룹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의중이 절대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사안인 만큼 신동빈 회장이 직접 현지 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현지 업체들과 스킨십 강화에 나서는 횟수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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