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현대重-삼성重 경쟁 구도?
  • 이한림 기자
  • 입력: 2019.02.01 00:00 / 수정: 2019.02.01 00:00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에 대한 조건부 MOU를 합의했다고 31일 밝혔다. /더팩트DB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에 대한 조건부 MOU를 합의했다고 31일 밝혔다. /더팩트DB

업계 "양 사 경쟁 아닌 사실상 현대重 내정"[더팩트 | 여의도=이한림 기자] 산업은행(산은)이 대우조선해양을 민간 기업에 넘기기로 공식 발표했다. 다만 동종업체인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을 모두 '잠재매수자'로 칭하며 매각 과정이 엄연한 경쟁 구도임을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경쟁이 아닌 사실상 현대중공업 내정에 가깝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산은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 동관 7층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우조선해양 지분 처리 방안과 향후 매각을 통한 인수합병(M&A) 과정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이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M&A를 논의해왔으며 현물출자와 유상증자 계획 등 구체적 수치도 오고간 '조건부 업무협약(MOU)'도 체결한 상태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날 이동걸 산은 회장은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의 최종 인수자로 결정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특히 삼성중공업을 '또 다른 잠재매수자'로 표현하며 향후 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인수 의사가 있다면 현대중공업의 조건과 비교해 매수자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대우조선해양과 같은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과 조선산업 재편 필요성에 공감대를 이뤄 우선적으로 MOU를 체결했다"며 "또 다른 잠재매수자인 삼성중공업 측에도 접촉해 인수 의향을 타진할 것이며 인수 의사가 있으면 의향서를 받아 현대중공업과 비교한 후 매수자를 결정할 예정이다"고 강조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31일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열린 대우조선해양 지분 처리 방안 간담회에서 대우조선해양의 매수자가 현대중공업으로 최종 결정된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여의도=이한림 기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31일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열린 '대우조선해양 지분 처리 방안 간담회'에서 대우조선해양의 매수자가 현대중공업으로 최종 결정된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여의도=이한림 기자

◆ 이동걸 산은 회장 "오히려 삼성重이 유리할 수 있어"…삼성重 "대우조선 인수? 검토 해봐야"

이날 산은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에 대우조선해양을 넘길 경우 '조선통합법인(가칭)'을 설립하는 방식으로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추진한다. 조선통합법인은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기존 현대중공업그룹 내 조선사에 대우조선해양이 추가된 구조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들 조선사와 같은 위치의 병렬적인 구조로 편입된다.

또한 그룹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는 현대중공업을 물적 분할해 조선통합법인의 28% 가량을 보유한 최대주주가 된다. 산은은 대우조선 지분을 현대중공업지주에 현물출자하고 신주를 받아 지분 18% 정도의 2대 주주가 되는 형태가 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현재 진행된 상황을 미루어봤을 때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대해 경쟁하는 구도라고 표현한 산은에 대해 의문의 시각을 보내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조선통합법인을 설립하는 등 이미 대우조선해양의 현대중공업지주 내 귀속 구조와 구체적인 지원 금액이 오간 상황에서 삼성중공업의 인수 의향을 기다리고 있다는 게 모순이라는 해석이다.

이동걸 회장은 "현대중공업에 특혜를 줬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현대중공업은 우선협상대상자 개념이 아니다"며 "삼성중공업은 현대중공업의 제시안을 먼저 보고 결정할 수 있는 후자라서 오히려 경쟁에서 더 이점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이날 <더팩트> 취재진과 통화에서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관련된 산은의 투자제안서를 오늘 수령했기 때문에 아직 정확한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며 "조선업계 '빅딜'과 관련해서는 4년 전부터 얘기가 나왔지만 이처럼 구체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투자제안서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며 결정하기 까지는 어느 정도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대우조선해양의 매수자가 현대중공업으로 결정되면 현대중공업은 글로벌 조선 1위 자리를 더욱 확고히 하게 된다. 영국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말 기준 세계에서 가장 많은 1145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의 수주잔량을 보유하고 있다. 수주잔량 2위인 대우조선해양(584만CGT)을 인수하면 글로벌 조선 시장 점유율은 21.2%까지 확대된다. 3위인 일본 이마바리(525만CGT)보다 약 3배 이상 수주잔량이 많은 압도적 1위 자리를 고수하게 된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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