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청와대로 가는 이재용·정의선·최태원·구광모·신동빈[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정부와 재계가 또 한 번 가까워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15일 기업인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대기업·중견기업인과의 대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간담회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최태원 SK그룹 회장·구광모 LG그룹 회장·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참석한다. 올해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함께 정부 행사에 참석하는 건 지난 2일 문 대통령 주재 신년회 이후 2번째다. '참석'에 의미를 뒀던 신년회와 달리 이번 간담회에서는 경제 현안과 관련해 기업들의 각종 애로사항이 언급될 전망이다.
14일 청와대와 재계에 따르면 대기업·중견기업인과 지방상의회장단을 초청한 이번 간담회는 '타운홀 미팅'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는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를 유도해 기업인들과 좀 더 진솔한 대화를 나누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앞서 진행된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타운홀 미팅 형식으로 일문일답을 진행한 바 있다. 타운홀 미팅은 원래 정책결정권자가 지역 주민과 편안하게 만나 의견을 듣는 비공식적 공개회의를 뜻한다.
재계는 간담회에서 어떤 경제 현안이 논의될지 주목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올해 '민생'과 '경제'를 키워드로 제시하며 경제계와의 스킨십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과정에서 진행되는 첫 '토론 모임'이라는 점에서 깊이 있는 대화가 오갈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우선 실질적인 규제 개선책이 거론될지 주목된다. 앞서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규제 혁신은 기업의 투자를 늘리고, 새로운 산업과 서비스 발굴을 위해 필요하다"며 "기업의 대규모 투자 사업이 조기에 추진될 수 있도록 범정부 차원에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한국경영자총협회 등은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정부가 '규제 혁신'이라는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규제 개선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재계는 문재인 정부의 규제 개혁 신호탄으로 꼽히는 규제 샌드박스 시행과 관련해 '실효성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민감한 사안도 언급될 가능성이 있다.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근로시간 단축 등 분배에 가치를 둔 소득주도성장 중심의 기존 경제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긴 했지만, 두 사안과 관련해 경제계 우려에 공감한다는 뜻도 함께 내비친 만큼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인들이 경제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할 수도 있다. 앞서 손경식 경총 회장과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자유한국당을 찾아 최저임금 인상·근로시간 단축 등에 관한 입법 보완을 요청하기도 했다.
정부 측에서는 일자리 확대를 테이블에 올려놓을 가능성이 크다. 아킬레스건으로 통하는 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요 기업들에 일자리 확대를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고용지표가 양적인 면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이러한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 외에도 130여 명의 기업인이 참석하는 만큼 개별 기업의 현안과 관련한 이야기들은 언급되지 않을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간담회가 어떤 분위기로 흘러갈지 예상할 수 없다"며 "다만 정부가 요청하고 기업이 숙제를 떠안는 형태가 아닌, 기업인들이 적극적으로 각종 애로사항을 털어놓고 이에 정부가 화답을 하는 방식의 간담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기업들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수렴하기 위해 사전 질문을 받았다. 이 질문들을 바탕으로 문 대통령이 직접 답변하는 방식의 간담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현장에서 미처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할 경우 사후 관련 부처에서 답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이번 간담회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최태원 SK그룹 회장·구광모 LG그룹 회장·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5대 그룹 총수 외 최정우 포스코 회장·허창수 GS그룹 회장·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도 참석한다. 중견기업에서는 정몽원 한라 회장·손정원 한온시스템 대표·우오현 SM그룹 회장·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등 39명이 참석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