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팩트

  • HOME >NEWS >경제 >경제일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 인쇄하기
    기사제보
[TF초점] 국내 면세점, '따이공 덕분' 사상 최대 매출에도 '근심 가득'
입력: 2019.01.14 00:01 / 수정: 2019.01.14 00:01
지난 10일 현대백화점면세점 9층의 모습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없어 한산하기만 하다. /이진하 기자
지난 10일 현대백화점면세점 9층의 모습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없어 한산하기만 하다. /이진하 기자

면세점은 많아지고, 관광객은 줄어들어 '면세업계 고심'

[더팩트|이진하 기자] 면세업계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매출을 올린 일등공신은 따이공 덕분이지만, 관광객이 늘지 않는데 매장만 늘어나 면세업계는 근심으로 가득하다.

지난해 면세점 업계는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지난 10일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실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11월까지 매출이 17조3617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7년 14조4684억 원의 기록을 다시 한번 넘어섰다.

그러나 강남권에 위치한 대기업 면세점들은 1% 내외의 매출 비율을 차지하는 데 그쳐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또 면세점 주 고객층은 관광객이 아닌 중국 보따리상 '따이공'에 의존하고 있어 국내 면세점 시장 구조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이 많다.

◆ 강북 면세점, 강남 면세점보다 매출 12배 높아

<더팩트> 취재진은 지난 10일과 11일 서울 강북과 강남에 있는 면세점을 방문한 결과 강남 면세점에는 아직 입점하지 못한 럭셔리 매장과 외국인 관광객이 없어 한산하기만 했다. 실제 강북과 강남 두 곳에 면세점을 둔 신세계와 롯데는 매출액 차이가 12배 정도 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 강남점은 지난해 매출이 1800억 원을 기록한데 비해 명동점은 2조 원대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롯데 소공점은 평균 일 매출이 약 120억 원. 강남 면세점은 약 10억 원에 달했다. 현대백화점면세점 측 매출액과 규모가 알려지지 않았으나, 처음 목표했던 것만큼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강북과 강남의 매출이 차이가 큰 것은 면세점 매출의 80% 이상을 담당했던 유커들이 발길이 끊긴 것도 문제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오랜 시간 동안 면세점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부진한 강남 면세점 실적에 대해 "강남 시장은 신규 면세점이라 명품 브랜드가 적다"며 "더군다나 이동하면서 쇼핑을 즐기는 관광객이 주 고객층이 아닌 따이공인 것도 문제다. 따이공은 주문받은 브랜드와 물량에 따라 이동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브랜드가 많은 강북 쪽으로 몰리게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신세계면세점 측도 강남 면세점의 부진 이유를 안정화가 되지 않은 신규 사업이란 점과 브랜드 입점이 모두 이뤄지지 않은 점을 들었다. 신세계 측 관계자는 "관광객과 따이공이 아직까지 익숙하고 규모가 큰 강북으로 몰리고 있다"며 "강남 쪽은 따이공이 즐겨 찾는 명품 브랜드 입점이 덜 되었고, 매장도 작기 때문에 강북을 애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1일 오픈한 현대백화점은 무역센터점의 지리적 이점을 살려 비즈니스 목적의 방문객을 잡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아직 안착되지 않았다. 다만 아직 개장 초기이기 때문에 성패를 평가하긴 이르다. 다른 업체의 면세점의 선례를 본다면 신규 오픈한 면세점이 제대로 안착하는데 최소 2~3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오픈하면서 발표한 목표가 '2020년 매출 1조 원'을 고려하면 올해 성패를 가르는 기점이 될 전망이다.

시내 면세점에서 가장 인기있는 곳은 화장품 매장이 있는 층이다. 그러나 현대백화점면세점 무역센터점(위)은 손님들 적어 한산했다. 반면 롯데면세점 소공점(아래)은 외국인 관광객으로 붐볐다. /이진하 기자
시내 면세점에서 가장 인기있는 곳은 화장품 매장이 있는 층이다. 그러나 현대백화점면세점 무역센터점(위)은 손님들 적어 한산했다. 반면 롯데면세점 소공점(아래)은 외국인 관광객으로 붐볐다. /이진하 기자

◆ 면세점, '따이공'보다 관광객 유치가 절실

지난해 국내 면세점 매출을 견인한 것은 중국인들이다. 특히 업계는 70%의 중국인들 가운데 80%는 따이공들이 매출을 견인한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비록 유커와 비교해 수는 적지만 따이공들의 구매력이 크기 때문이다. 유커의 부재를 따이공들이 메우면서 매출이 예년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었다.

그러나 면세점 업계는 "따이공만으로 버티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여기에 대해 업계는 여행객을 면세점에 데려다준 대가로 면세점이 여행사에 지불하는 비용인 송객수수료에 대한 부담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면세점들은 매출 유지를 위해 따이공들을 더 많이 유치해야 한다. 그럴수록 송객수수료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을 문제로 한 관계자는 "지금 면세점은 건강하지 않은 구조"라고 말하기도 했다.

보통 송객수수료는 매출의 약 5~10% 선이다. 하지만 새로운 면세점이 오픈할 경우 25%에서 많게는 40%대까지 올라간다. 업계에선 40%의 송객수수료를 내는 것은 수익성을 포기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한다. 더불어 면세점 업계의 구조상 어느 한 곳이 송객수수료를 인상하면 다른 곳도 결국 따를 수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뽑힌다.

또 면세점별로 VIP 따이공들에게 제공하는 각종 할인 혜택까지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면세점에 남는 것이 거의 없다. 이런 점 때문에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한 면세업계의 소식이 그리 긍정적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겉으로 봤을 때는 따이공들이 올린 매출이 최대 기록을 달성했는지 몰라도 실질적 수익성에서 겉보기에 맞는 실적을 거두지 못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따이공에 의존하는 기간이 길어지지 않도록 면세점 업계는 다양한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가장 늦게 면세점 사업을 시작한 현대백화점면세점은 다양한 명품 브랜드 입점과 해외 관광객 유치에 가장 적극적이다. 현대백화점면세점 측은 "2월에는 '몽클레르'가 3월에는 명품 브랜드 '프라다' 입점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며 "해외에서 인지도가 높은 가수 윤아와 배우 정해인을 광고모델로 선정해 글로벌 팬미팅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롯대면세점 소공점(왼쪽)은 명품 매장에 밖까지 이어진 줄로 붐볐다. 반면, 롯데면세점 코엑스점은 손님들을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한산했다. /이진하 기자
롯대면세점 소공점(왼쪽)은 명품 매장에 밖까지 이어진 줄로 붐볐다. 반면, 롯데면세점 코엑스점은 손님들을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한산했다. /이진하 기자

◆ 시내 면세점 추가 입점에 '난색'

정부는 최근 관광산업 촉진을 위해 시내면세점을 추가로 설치할 수 있도록 신규 특허 요건을 완화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업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면세업계는 2015년 6개에 불과했던 서울 시내면세점이 지난해 강남권 신세계면세점, 현대백화점면세점 등 2곳이 새로 문을 열면서 13개까지 늘어난 상황에서 과다경쟁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사드 이전에는 단체 관광객들은 투어를 돌기 때문에 여러 곳으로 확산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따이공들만 있어서 강북으로 편중되어있다. 여기에 대한 대안으로 내국인 수요를 늘리는 것도 있지만, 구매 한도가 600달러로 한정되어 있어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이 업계의 이야기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해외 관광객 수는 크게 늘지 않는데, '관광 활성화를 위해 시내면세점을 늘린다'는 정부의 말은 비논리적"이라며 "따이공 구매로 이익이 감소하는 등 시장이 왜곡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내면세점 확대는 시장 논리에 맞지 않는다. 경쟁만 부추기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사상 최고의 기록을 달성했다고 하지만 영업이익 등 내실을 보면 개선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면세점이 잘되기 위해서는 단체 관광객들이 들어와야 한다"며 "지금의 따이공 체재에서는 힘들다. 늘리려면 수수료밖에 없다. 각자 자신들의 면세점으로 오게 해야 한다. 그러나 그럴 여력이 없는 중소업체는 존폐위기에 놓일 것이며, 대기업들도 과다 경쟁이 될 수 있어서 걱정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이어 "새로 생긴 강남권 면세점 등 시장이 안정화된 후에 차차 늘려가도 되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과열경쟁만 부추길 뿐이다"며 "마켓 셰어가 50%에서 40%로 줄었다. 신규 면세점 여파로 보인다. 올해 추가로 면세점을 늘릴 경우 더 어려운 사업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jh311@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 BIZ & GIRL

    • 이전
    • 다음
 
  • TOP NEWS

 
 
  • HOT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