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영등포점과 롯데마트 서울역점의 영업 유예기간 만기가 다가오면서 국토교통부가 다음 달 신규 사업자 공모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롯데의 점포 사수에 비상이 걸렸다. /더팩트 DB |
영등포역·서울역 신규 사업자 내달 공고…경쟁사보다 높은 가격 써내야 '승산'
[더팩트ㅣ안옥희 기자] 롯데쇼핑이 민자역사에서 운영하는 롯데백화점 영등포점과 롯데마트 서울역점이 지난 2017년 말로 점용 만료돼 국가 귀속됐다.
롯데는 현재 두 점포에서 복잡한 계약관계를 맺고 입점한 소상공인들과 협력사 직원들의 피해를 막고 안정적인 사업 정리를 위해 정부로부터 2년의 유예기간을 받고 영업을 지속하고 있다.
영등포점과 서울역점은 유동인구가 풍부한 노른자 상권에다 개별점포 매출로 모두 상위권인 '알짜배기' 점포다. 올해 말 유예기간 만기가 다가오고 있어 롯데는 점포 사수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업계에선 롯데의 영업 지속 가능성에 대해 각종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오는 2월 말 영등포역과 서울역의 새 주인을 찾는 신규 사업자 공모 절차를 진행한 후 올 상반기까지 사업자 선정을 완료해 이후 6개월가량은 점포 정리 및 인수인계 기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롯데쇼핑은 롯데백화점 영등포역점과 서울역 롯데마트의 유예 기간이 올해 말 종료됨에 따라 다음 달 말로 예정된 두 곳의 신규 사업자 입찰 공모에 나설 계획이다.
◆ 2월 말 영등포역·서울역 신규 사업자 공모…'최고가 낙찰' 방식
입찰 방식은 최고가 낙찰제다. 최고가 낙찰제란 경쟁입찰에서 최고가를 써낸 사업자가 사업권을 낙찰 받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롯데는 입찰에 참여하는 경쟁업체들보다 더 높은 금액을 써내야 점용권을 가져갈 수 있다.
국토부 철도정책과 관계자는 "영등포역과 서울역 사용허가권자는 최고가 낙찰제로 결정될 예정이지만, 관련법에 따라 지명 경쟁(미리 계약의 상대가 될 사람을 몇몇 지정하고 그 가운데 가장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에 응하는 자와 계약을 맺는 방법)에 부칠 수 있다"며 "1차 사전 적격심사를 진행해 참가자의 사업 능력 여부를 평가하고 그걸 통과한 업체들이 가격 경쟁을 벌이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가 민자역사 일부 공간을 상업시설로 운영하면서 사전 적격심사를 통해 1차로 대상자를 추리는 이유는 해당 점포를 터전으로 삼는 중소 파트너사와 소상공인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이 미치는만큼 사업 실패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민자역사에 전문성이 부족하고 사업 여력이 부족한 사업자가 들어와서 경영난과 함께 상권 침체를 야기해 슬럼화 가속화 등 문제가 많았던 탓이다.
오는 2월 말로 예정된 민자역사 신규 사업자 공모는 '최고가 낙찰제' 방식이 적용된다. 업계에선 롯데가 최고가 베팅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 위는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아래는 롯데마트 서울역점. /더팩트DB |
롯데는 서울역 구역사에 롯데마트·롯데몰, 영등포역에는 롯데백화점·롯데시네마 등의 점포를 각각 운영하고 있다. 롯데마트 서울역점은 한화역사가 사용허가를 가지고 있어 롯데가 지난 2017년까지는 장기임대로 사용해왔다.
그러던 중 2017년 말로 국가 귀속되면서 국유재산법상 전대(임대) 불가 조항에 따라 계약 형태가 변경돼 지난해 1월부터는 한화역사에 위탁 경영 방식으로 영업하고 있다.
롯데가 이번 입찰에 성공할 경우 서울역점은 계약관계가 바뀐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은 롯데역사가 점용권을 가지고 있어 그대로 영업을 하면 된다.
만약 롯데가 아닌 다른 업체가 입찰에 성공하더라도 롯데가 점포 영업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한화역사처럼 사업허가권자와 롯데가 위탁경영 계약을 체결하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영등포역‧서울역 신규 사업자 공모에 경쟁사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영등포역과 서울역 두 곳은 매출이 상위권인 데다 유통업체들이 탐낼 만한 노른자 상권이지만,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은 인근에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이 이미 있기 때문에 신세계와 현대가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롯데마트 서울역점은 새로운 사업자가 들어와 영업하려면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반경 2㎞에 있는 남대문시장 등 주변 상권과 상생협약을 마련해야하는 등 과제를 해결해야한다. 가장 큰 이유로는 신규 사업자 공모 절차에 돌입하기 전에 철도사업법 개정안의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이 꼽힌다.
◆ 개정법 통과 불투명 "경쟁사 참여 유인 적어…롯데 최고가 베팅할 듯"
통상적으로 백화점‧대형마트들은 새로운 점포를 열 때 수 억 원의 투자비용을 감안해 30년 장기 임차를 추진하며, 업종 특성상 전대 운영도 필수다. 그러나 현행 국유재산법은 임대기간을 최장 10년(5년+5년)까지만 보장하며, 재임대를 금지하고 있어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롯데 경쟁사들이 나설 유인이 적다는 지적이다.
국토부도 이 같은 업계 의견을 반영해 영업기간을 최장 20년까지 보장하고 제한적인 전대를 허용하는 내용의 철도사업법 개정을 준비해왔다. 그러나 다음 달 신규 사업자 공모 시작 전까지 개정안이 통과될 확률은 낮은 편이다.
지난해 말 국회 국토위 상임위가 파행되면서 개정안이 안건으로 상정만 됐을 뿐 아직 정식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원래 신규 사업자 공고를 더 빨리 내려고 했는데 철도사업법 개정을 최대한 기다려보려고 2월 말로 잡은 것"이라며 "개정안 통과 여부를 알 수 없고 소급 적용은 불가하므로 2월 중 처리되지 않으면 올해 선정된 신규 사업자는 영업기간을 최장 10년까지만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철도공사의 민자역사 성공사례가 드물기 때문에 차라리 운영을 잘하는 곳에 사업권을 주는게 정부나 기업에게 서로 좋은 방법"이라며 "다만 민자역사는 국유재산법상 10년까지만 영업 가능하므로 10년 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매장에 대규모 투자를 해서 들어오려는 업체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경그룹의 백화점 AK플라자 구로점이 오는 8월 말 영업 종료를 앞두고 있어 애경의 입찰 참여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으나 애경이 백화점보다는 성장성이 높은 NSC형(지역친화형쇼핑센터) 쇼핑몰인 AK&에 집중할 방침을 밝혀온 데 따라 실제 참여 여부는 알 수 없다.
또 국토부가 1차 사전 적격심사 과정에서 참여자가 대규모 점포를 몇 년 이상 영업했는지 총 매출액은 얼마인지 등 실적도 평가할 것으로 알려진 만큼 기존 운영업체인 롯데의 영업 지속성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실제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롯데역사로부터 짭짤한 배당수익을 얻고 있다. 코레일의 '민자역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영등포·대구역 사업권자인 롯데역사는 코레일이 운영하는 12개 민자역사 중에서 2017년 기준 가장 큰 매출액(5325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40억 원으로 민자역사 중 용산역 현대아이파크몰(영업익 289억 원)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 2011~ 2017년 코레일이 민자역사 배당금을 통해 거둬들인 수익은 총 1666억 원인데 이 중 롯데역사는 코레일이 받은 민자역사 총 배당금 중 75%에 해당하는 1258억 원을 지급했다.
업계 관계자는 "영등포역과 서울역이 핵심 상권인 것은 맞지만, 법개정 문제 등 실제 다른 업체들이 뛰어들기에 좋은 상황은 아니다"며 "경쟁사는 현실적으로 타산이 맞지 않아 참여 유인이 적고 롯데는 사수했을 때 실익이 크기 때문에 롯데 단독입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롯데는 입찰 공모 때 과감한 베팅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