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 '발행어음 대출' 제재 촉각…'영업정지' 중징계 면할까
  • 지예은 기자
  • 입력: 2019.01.10 00:01 / 수정: 2019.01.10 00:51

운명의 날을 맞은 한국투자증권이 10일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를 통해 발행어음 부당대출 혐의에 대한 어떤 제재를 받게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더팩트 DB
'운명의 날'을 맞은 한국투자증권이 10일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를 통해 발행어음 부당대출 혐의에 대한 어떤 제재를 받게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더팩트 DB

발행어음 첫 제재…금감원, 10일 재심의[더팩트ㅣ지예은 기자]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부당대출을 했다는 혐의에 대한 징계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국내 '발행어음 1호' 사업자인 한국투자증권의 징계 여부가 도마 위에 오른 만큼 금융투자업계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0일 오후 2시 금감원은 올해 첫 제재심의위원회를 소집해 한국투자증권이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업무 과정에서 자본시장법상 금지된 개인대출을 한 혐의에 대한 징계 여부와 징계 수위를 논의한다. 금감원이 이날 징계를 결정하면 향후 증권선물위원회, 금융위원회를 거쳐 제재 내용이 확정된다.

금감원은 지난달 20일 오후 제재심에서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기관경고, 임원 해임 경고, 과태료 부과 등 중징계 안건을 논의했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의 소명이 길어지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최악의 경우 한국투자증권의 단기금융 업무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발행어음 영업 3개월 이내 일부 영업정지에 상당하는 징계안이 거론됐기 때문이다.

이번 논란의 쟁점은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개인대출에 이용했는지 여부다. 자본시장법에서는 단기금융업의 경우 개인 신용공여 및 기업금융 업무와 관련 없는 파생상품 투자를 금지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17년 8월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1673억 원을 특수목적회사(SPC)인 키스아이비제16차에 대출해줬다. 키스아이비제16차는 해당 자금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 대신 SK실트론 지분 19.4%를 인수했다.

이후 키스아이비제16차는 최태원 회장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었다. 이를 통해 최 회장은 주가 변동에 따른 이익이나 손실을 부담해주는 대신 자기 자금 없이 SK실트론 지분 19.4%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한국투자증권은 일정 수수료를 챙기는 구조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조달 자금이 키스아이비제16차를 거쳐 사실상 최 회장에게 흘러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키스아이비제16차를 대신해 자산운용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최 회장 개인 간 거래가 진행됐다고 보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10일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징계 여부 및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 징계의 쟁점은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 자금을 총수익스와프(TRS)대출에 활용한 것을 개인대출로 봐야 할지에 대한 여부다. /더팩트 DB
금융감독원은 10일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징계 여부 및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 징계의 쟁점은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 자금을 총수익스와프(TRS)대출에 활용한 것을 개인대출로 봐야 할지에 대한 여부다. /더팩트 DB

금감원 관계자는 "초대형 투자은행(IB)을 위한 발행어음 사업 인가는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등 생산적 금융을 선도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전제 아래 허용한 것"이라며 "이번 건은 은행과 같은 간접 금융을 하겠다는 거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이는 엄연히 당국의 정책 목표와 상반된 사안"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해당 사안이 기업금융 업무의 일환으로 법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 조달자금이 SPC라는 실체가 있는 법인에 투자됐다는 것이다.

사실 그간 증권사들은 단기금융업이 아니더라도 SPC에 자금을 투자해 왔다. 하지만 금감원의 판단대로라면 이런 투자 형태 자체가 문제가 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투자업계는 이번 당국의 판단에 큰 관심을 쏟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중징계가 확실시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 1호' 사업자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는데 이번에 당국이 징계를 내린다면 그간 해오던 업계 관행을 뿌리째 뒤흔들 것이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이번 건이 남길 파장에 대해 우려했다. 그는 "한국투자증권에 이어 초대형 IB들이 발행어음 사업을 시작했거나 준비 중에 있는데 이번에 징계 수위가 높게 내려진다면 사업 전체가 위축되어 버릴 것"이라며 "더 나아가 금융투자업계 뿐만 아니라 최태원 회장과 SK그룹에도 영향이 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달 20일 제재심에는 유상호 부회장을 비롯해 다수 직원이 참여해 관련 혐의에 대해 소명했다. 유 부회장과 김성환 부사장, 배영규 IB1 본부장, 준법감시인 등 임원 10여 명이 징계 대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사장이었던 유 부회장이 지난해 11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정일문 사장이 지난 2일 새로 선임되면서 이번 제재심에 어떤 인물이 대표자로 나설지 이목도 집중되고 있다.

이에 대해 금감원과 한국투자증권 관계자 모두 자세한 답변을 회피했다. 먼저 금감원 관계자는 "이미 명단은 나와있다. 하지만 비공개로 진행되는 제재심인만큼 누가 참여할지에 대한 여부는 밝히기 어렵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자세한 내용은 확인이 안 되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정 사장이 "(한국투자증권의) 새 수장으로서 총대를 메지 않을까"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j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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