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확대경] '형' 신동주 '동생' 신동빈에 보낸 '화해 편지' 씁쓸한 이유는
  • 이성락 기자
  • 입력: 2019.01.09 05:00 / 수정: 2019.01.09 05:00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왼쪽)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화해를 제안하는 친필 편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더팩트DB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왼쪽)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화해를 제안하는 친필 편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더팩트DB

"한·일 롯데 분리하자" 신동주 화해 편지…롯데그룹 측 "진정성 의심된다"[더팩트ㅣ이성락 기자]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수년간 경영권 분쟁을 이어온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신동빈 회장에게 화해를 제안하는 친필 편지를 보낸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됐다. 이후 재계는 신동주 전 부회장의 화해 제스처에 그동안 침묵했던 신동빈 회장이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주목했다. 결과적으로 신동빈 회장 측 반응은 싸늘했다. 왜일까.

8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의 수감 생활 초기인 지난해 4월부터 3번에 걸쳐 신동빈 회장에게 '화해의 기본 방침'이라는 내용의 편지를 전달했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은 재판을 앞에 두고 있어 정신적인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신동주 전 부회장의 편지에 답변을 미뤄온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편지에는 '경영권 분쟁을 멈추자'는 화해의 메시지와 함께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를, 신동빈 회장이 한국 롯데를 맡는다는 신격호 명예회장이 결정한 역할 분담 그림에 따르자는 내용이 담겼다. 구체적으로 현재 일본 롯데홀딩스가 투자 자회사를 통해 한국 롯데그룹의 지분을 소유하는 상황에서 그룹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을 일부 상실시켜 신동빈 회장이 한국 롯데 경영권을,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갖게 되는 구조로 바꿀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롯데의 매출 규모는 한국 롯데가 약 100조 원, 일본 롯데가 4조 원 정도로 한국 롯데의 몸집이 훨씬 더 큰 상황이다. 하지만 한국 롯데 계열사들의 지배구조 상 최정점은 호텔롯데로, 이 호텔롯데의 최대 주주가 일본 롯데홀딩스로 돼 있어 사실상 덩치가 작은 일본 롯데가 한국 롯데를 지배하는 구조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이 화해안을 받아들이면 일본 경영진도 결정을 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율이 4%에 불과한 신동빈 회장이 불안정한 경영 지배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국 롯데의 국적 논란이 해소되고 3년을 넘긴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되는 것을 피할 수 있는 데다 한국 롯데 경영 재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그룹 측은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화해 편지와 관련해 화해를 홍보용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밝혔다. /더팩트DB
롯데그룹 측은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화해 편지'와 관련해 "화해를 홍보용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밝혔다. /더팩트DB

재계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동빈 회장과의 화해를 추진한 것을 놓고 '경영 복귀'를 노린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해 2014년 말 맡고 있던 롯데홀딩스 부회장직에서 해임된 이후 5차례나 경영 복귀를 시도했지만,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잇달아 패배했다. 자신을 이사직에서 해임한 것이 부당하다며 일본 법원에 낸 소송도 각하됐다. 이날 신동주 전 부회장은 정당한 이유 없이 임기 만료 전 해임됐다며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롯데그룹 역시 신동주 전 부회장의 행보를 놓고 "진정성이 없다"며 의심하고 있다. 특히 롯데그룹은 신동주 전 부회장의 '화해 편지'를 경영 복귀를 위한 '국면 전환용 홍보 편지'로 여기는 눈치다.

의심의 이유는 간단하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동빈 회장과 면회를 시도할 당시 갑작스럽게 나타난 데다 홍보대행사 및 변호사 등으로 추정되는 수행원 7~8명과 동행해 화해를 위한 진솔한 대화를 나눌 의지가 없어 보였다는 설명이다. 특히 신동주 전 부회장은 면회 시도 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신동빈 회장과 롯데 경영진을 비난한 상태였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화해 시도' 자체를 홍보용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신동주 전 부회장은 자문을 담당했던 민유성 씨와 신동빈 회장의 구속을 목적으로 한 '프로젝트L'이라는 계약서까지 작성한 만큼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밝혔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동빈 회장을 상대로 낸 소송만 보더라도 '화해 편지'가 진정성이 없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실제 신동주 전 부회장은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신동빈 회장·신격호 명예회장·롯데 경영진·회사 등에 수십 건의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진정으로 화해할 마음이었다면, 제기한 소송을 정리한 뒤 이야기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은 한국과 일본 롯데를 분리해 운영하자는 안에 대해서도 "말이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동주 전 부회장은 '개인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회사'와 '상법 절차에 따라 움직이는 회사'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회사의 큰 결정은 특정 주주 개인의 의지에 따라 좌우될 수 없으며 이사회·주총 등 상법상 적법한 절차를 따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rocky@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