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9년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낙연 국무총리, 박용만 상공회의소 회장,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왼쪽부터) 등이 참석했다. /남윤호 기자 |
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장병문·서재근·이성락·서민지·안옥희·이진하·이한림·지예은·정소양·이지선 기자, 김서원 인턴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김정주 NXC 대표, '넥슨 매각설' 간접 시인 후 '새 도전' 할까
[더팩트ㅣ정리=지예은 기자] '기해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행운과 재복을 상징하는 2019년 '황금돼지 해'를 맞아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도약과 비상을 기원하는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의 신년회가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 4대 총수 중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유일하게 참석해 자리를 빛냈습니다. 금융·건설계에서도 재치 있는 건배사와 함께 올해 새출발을 알리는 신년회가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주요 인사와 관계자들이 함께한 자리에서 '관료와 정치인 중심'으로 진행돼 아쉬움을 자아내기도 했는데요. 이 밖에도 새해 정초부터 국내 최대 게임업체 넥슨의 창업주인 김정주 엔엑스씨(NXC) 대표의 회사 매각설과 국내 첫 산부인과 병원으로 폐원 수순을 밟는 제일병원 인수에 배우 이영애가 참여를 고려한다는 소식도 들렸는데요. 올해 첫 [TF비즈토크]를 통해 다양한 업계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맥 빠진' 대한상의 신년인사회, 최태원 '깜짝 등장'에 분위기 반전
-지난 한 주 기해년을 맞아 다양한 신년 행사도 진행됐죠.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에서 신년인사회를 진행했다면서요?
-대한상의는 지난 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각계 주요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2019년 경제계 신년인사회'를 개최했습니다. 정·관·재계에서 1500여 명이 참석해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죠.
-많은 인원이 참석한 데 비해 주목을 많이 받지 못한 것 같네요.
-전날(2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대통령 주최로 열린 신년회에서 주요 그룹 총수들이 모였던 것에 비해 대한상의 신년인사회는 상대적으로 다소 맥빠진 분위기였는데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데다 국내 4대 그룹에서도 최태원 SK 회장만 유일하게 참석했기 때문이죠. 주요 기업에서는 대부분 총수가 아닌 경영인이 참석했습니다.
-최 회장의 방문은 예정되지 않았던 것이라 들었는데요.
-사전에 대한상의가 배포한 참석자 명단에 4대 그룹 총수의 이름은 없었는데요. 그런데 행사 시작 전 최 회장의 방문 소식이 알려지면서 취재진의 관심은 온통 최 회장에게 쏠렸습니다. '깜짝' 등장인 데다 4대 그룹에서 총수가 방문한다고 하니 집중될 수밖에 없었죠.
-최 회장도 취재진이 몰릴 것을 예상했는지 철저한 보안 속에 참석했는데요. 대부분의 기자들이 취재를 위해 주요 인사들이 들어오는 정문에 대기를 하고 있었는데, 최 회장의 모습은 볼 수 없었습니다. 뒷문을 통해 조용히 행사장에 들어갔기 때문이죠. 행사장 안에 들어가니 맨 앞줄에 이낙연 국무총리와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최 회장의 등장으로 현장 분위기도 달라졌을 것 같은데, 어땠나요?
-행사 전까지만 해도 주요 총수들이 대거 불참한다는 소식에 '속 빈 강정'이라는 아쉬운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 회장이 참석하면서 그나마 면을 세울 수 있게 됐죠.
-최 회장의 참석 배경을 두고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과의 '친분'이 거론되고 있는데요. 최 회장이 평소 친한 박 회장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방문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그렇다면 행사 이후 기자들이 최 회장에게 향하지 않았나요?
-행사가 끝난 뒤 최 회장은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편하게 환담을 나눴는데요. 예상하신 대로 그 주변은 취재진이 둘러싸고 있었습니다. 다만 최 회장은 취재진의 질문에는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하며 행사장을 빠져나갔습니다.
김정주 엔엑스씨(NXC) 대표가 4일 오후 넥슨 매각설 이후 첫 번째 공식 입장을 밝혔다. /더팩트 DB |
◆ 김정주 NXC 대표 "넥슨 경쟁력 위해 숙고 중"
-이번에는 게임업계 이야기를 해봅시다. 국내 최대 게임업체 넥슨의 창업주인 김정주 엔엑스씨(NXC·넥슨 지주사) 대표가 넥슨 매각설이 나온 지 하루 만인 지난 4일 오후 공식 입장을 내놨지요. 업계 반응은 어떻습니까.
-네. 김정주 대표는 공식 입장에서 넥슨을 세계에서 경쟁력 있는 회사로 만드는데 뒷받침이 되는 여러 방안을 놓고 숙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매각설을 부인하지 않은 점을 들어 간접 시인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이번 입장 발표에서 구체적으로 정돈되는 대로 알리겠다며 기다려 달라고 전했습니다.
-김 대표는 입장문을 마무리하면서 '지금껏 약속드린 사항들도 성실히 지켜 나가겠다'고 했는데요. 여기에는 어떤 배경이 있습니까.
-김 대표는 지난해 5월 공짜 주식 논란 관련 최종 무죄 판결을 받은 직후 자녀 경영권 불승계와 1000억 원 이상 사회 환원 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번 공식 입장에서 언급한 약속드린 사항은 이를 가리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 같은 계획이 발표된 후 어린이 재활병원 건립 등 청사진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새해 벽두부터 게임업계를 달궜던 이번 넥슨 지분 매각설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습니까.
-이번 매각설은 지난 3일 한 언론을 통해 김 대표가 최근 자신과 특수 관계인이 보유한 엔엑스씨 지분 전량(98.65%)을 매물로 내놨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작됐습니다. 엔엑스씨 측은 이 같은 내용이 나오자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국내 첫 산부인과 제일병원이 내부 경영 악화로 55년 만에 폐원 위기에 처했다. 사진은 서울 중구 충무로에 있는 제일병원 모습. /김서원 인턴기자 |
◆ 재벌가·유명 스타 발길 끊이지 않던 제일병원, 어쩌다 벼랑 끝으로 몰렸나
-55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국내 첫 산부인과 전문병원인 제일병원이 문 닫을 위기에 처했습니다. 폐원 위기라는 말은 수개월 전부터 흘러나왔죠. 지난 2일 <더팩트>가 서울 중구 충무로에 있는 제일병원 현장을 찾았는데요.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네. 직접 가본 제일병원은 사실상 '휴원' 상태였습니다. 두 달째 아기 울음소리가 끊겨 적막하다 못해 싸늘함까지 느껴지는 분만실과 신생아실은 과거 명성을 무색하게 했는데요. 한때 진료를 받기 위해 산모들이 몰리던 모습을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정도로 적막한 모습이었습니다.
-병원 의무기록 발급창구는 그동안의 진료기록을 발급받으러 온 환자와 보호자들로 붐볐습니다. 모두 기존 환자들로 진료기록을 떼기 전 주치의와 면담하기 위해서였는데요. 진료 예약이 안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환자들은 모두 아침부터 현장 접수를 하고 병원에서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병원 곳곳에서 "한참 기다려야 되죠?", "몇 시에 오면 금방 될까요?" 등 환자와 보호자들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병원의 기능을 상실한 모습이군요.
-그렇습니다. 내부 경영 악화로 의료진과 직원들 상당수가 휴직 또는 퇴사해 인력 공백이 생기면서 정상적인 진료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제일병원은 최근 환자들에게 "병원 사정으로 인해 당분간 진료 및 검사가 정상적으로 운영이 불가능하오니 이점 양해 부탁드린다"며 "전원의뢰서 및 재증명 서류가 필요하신 고객님께서는 내원해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했습니다.
-제일병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가 3~4세가 태어난 곳으로 유명하죠. 배우 이영애, 고현정 등 유명 연예인들도 여기서 출산했는데 경영이 어려워진 이유는 무엇이죠?
-의료계에선 이사장 일가의 방만 경영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습니다. 제일병원은 제일의료재단이 운영하는데요. 병원 창업자인 고(故) 이동희 이사장이 1996년 별세하면서 지난 2005년부터 이동희 이사장의 장남이 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후부터 경영이 악화됐다는 분석입니다. 이재곤 이사장 취임 11년 만에 적자로 전환되면서 현재 1000억 원대 빚을 떠안고 있는데요. 여기에 의료진과 직원 임금 체불 금액까지 합하면 부채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달에는 이재곤 이사장이 경찰 소환 조사도 받았다고요.
-네. 제일병원 노동조합이 지난해 4월 이재곤 이사장을 업무상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것 관련한 소환 조사였는데요. 이 이사장은 지난 2008년부터 2014년까지 병원 증·개축 공사비 명목 등으로 3차례에 걸쳐 1000억 원대 담보대출을 받았고 그중 수백 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노조는 지난해 6월 이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파업을 벌여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이재곤 이사장 경영비리와 관련해 병원 측은 어떠한 입장인가요?
-병원 측은 이재곤 이사장 비자금 조성 의혹 관련 고소·고발건에 대해 "전혀 알 수 없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병원 관계자는 "내부 리모델링 등 투자 자체는 적법한 절차를 밟았다. 다만 세부 과정에서 이사장 개인의 일탈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벼랑 끝에 몰린 제일병원에 흑기사가 나타나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죠. 배우 이영애가 병원 인수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죠.
-네. 하지만 이영애의 인수가 성공할지 여부는 아직까지 미지수입니다. 먼저 병원의 법정관리 여부가 결정돼야 하고 이후에는 병원 인수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자금을 어떻게 끌어오느냐가 관건입니다. 국내 의료법인은 의료법에 따라 외부 투자를 받을 수 없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에 이사회 구성권을 넘기는 방식으로 매각을 진행해야 하는데 인수가 현실화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영애의 제일병원 사랑은 꽤 유명한데요. 쌍둥이 두 자녀 모두 이 병원에서 출산했고 이후 소외계층 임산부에 써달라며 1억 5000만 원을 병원에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병원은 기부금으로 '이영애 행복맘 의료비 지원사업' 캠페인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병원 곳곳에는 이영애 씨가 등장하는 캠페인 포스터가 부착돼 있어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는데요. 병원 관계자는 "이영애 씨가 병원 공식 홍보대사는 아니다"며 "다만 배우 동의를 얻어 포스터 사진에 사용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허인 국민은행 행장(가운데 붉은색 원)이 3일 범금융신년인사회에서 직원들의 '비호'를 받으며 퇴장하고 있다. /이지선 기자 |
◆'범금융 신년회' 직원 '장벽'에 싸여 도망치듯 자리 떠난 허인 국민은행장
-지난 3일 범 금융계 인사들이 모인 신년 인사회가 열렸습니다. 1100여 명에게 초청장이 전달된 행사인 만큼 수많은 금융계 인사들이 모였는데요, 이날 특별히 취재진의 관심을 받은 인사들도 있죠?
-네 그렇습니다. 이날 현장에서는 수많은 '인사'들이 모였지만 그중에서도 맞닥뜨린 현안이 있는 금융사 수장은 취재진의 '각별한' 관심을 받았습니다. 로비에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취재진에 둘러싸여 힘겹게 걸음을 옮긴 CEO들이 더러 있었는데요. 최근 노동조합이 '총파업'을 예고한 KB국민은행의 허인 행장도 '관심 대상' 중 한 명이었습니다.
-국민은행 노조가 오는 8일로 '총파업'을 예고했죠.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졌을 것 같은데, 어땠나요?
-말씀하신 대로 허인 행장이 등장하자마자 취재진은 그를 향해 달려갔습니다. 허인 행장을 둘러싸고 "파업에 대해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 "임금단체협상은 진행되고 있나" 등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아무 대답도 들을 수 없었죠. 심지어는 "신년 경영계획에 대해 한 말씀 해달라"는 질문에도 뚜렷한 메시지는 없었습니다.
-그래도 취재진들이 그렇게 몰렸다면 한 마디 했을 법 한데, 인파가 모여 움직이기도 힘들잖아요?
-사실 허인 행장은 '누구보다 빠르게' 취재진을 뒤로하고 '줄행랑'쳤습니다. 여느 CEO들이 몰려드는 취재진에 잠시 멈췄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죠. 빠르게 움직이다 보니 질문 세례를 받은 시간 자체도 적었습니다.
-허인 행장이 재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던 이유는 KB국민은행 직원들이 몸으로 '장벽'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민감한 현안에 당면한 만큼 취재진의 관심을 미리 예측한 행보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날 국민은행 홍보 관계자 등 직원들은 허인 행장을 둘러싸고 몰려드는 취재진 사이를 헤치며 굉장히 빠른 속도로 행사장으로 들어갔습니다. 퇴장할 때도 마찬가지로 '벽'을 먼저 만들고, 재빠르게 움직였죠. 현장에 있던 어떤 관계자들보다 '빠르고 견고한'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대응이 굉장히 철저했던 것 같네요. 핵심인 노조와의 갈등은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보이나요?
-국민은행 노조는 18년 만의 파업을 앞두고 결의대회를 여는 등 직원들에게 파업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사측 또한 사내방송으로 파업을 자제해달라는 취지의 사내방송을 하면서 직원들을 설득하고 나섰죠.
아직 국민은행에서 실제로 '총파업'에 돌입한 사례는 없습니다. 국민은행 측은 최악의 결과를 막기 위해 노사는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노사 간 갈등이 어떻게 봉합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이낙연(왼쪽에서 두 번째) 국무총리를 비롯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자유한국당 안상수 의원, 유주현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회장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9 건설인 신년인사회'에서 와인잔을 들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장병문 기자 |
◆ '일심만능·건설국토활력·재건축'…건설 신년회 건배사 재치 대결 '눈길'
-지난 4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는 국내 건설인들이 한곳에 모였는데요. 정관계 인사 및 국내 건설업체 대표들이 참석해 새해를 맞이하는 자리를 가졌죠. 이날 자리에서 주요 인사들은 와인잔을 들고 건배사를 외치기도 했는데요. 다양한 건배사들이 눈길을 끌었다죠?
-네. 건배사의 시작을 알린 장본인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었는데요. 김현미 장관은 케이크 커팅식 이후 와인잔을 들고 선단에 올라 "무슨 일이든 뜻을 하나로 모으면 다 해결할 수 있다"며 참석자들에게 '일심만능(一心萬能)'이라는 건배사를 제안했습니다.
김현미 장관이 '일심'을 외치면 참석자들은 '만능'을 후창하는 형태로 진행됐는데요. 김현미 장관의 외침에 와인잔을 부딪힌 건설사 대표들은 서로를 다독이며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김현미 장관의 건배사에 다음으로 선단에 오를 인사들도 자연스레 건배사를 하게 됐는데요. 마치 연말연시 각계에서 송년회와 신년회를 보내며 한 번쯤은 했을 법한 '건배사 대결'이 펼쳐지는 구도로 이어져 눈길을 끌었습니다.
-다음으로 건배사를 외친 인사는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을 맡고 있는 자유한국당 박순자 국회의원이었는데요. 박순자 의원은 김현미 장관의 '사자성어 건배사'와 달리 새로운 말을 만들어 술잔을 들었죠. 박순자 의원은 "건설 산업에 활력이 넘쳐야 국토가 발전된다"고 운을 떼며 '건설국토활력'이라는 건배사로는 조금 긴 6글자를 제안했는데요. 박순자 의원이 '건설'을 외치면 참석자들이 '국토활력'을 외치는 형태였습니다. 본인의 건배사에 만족한 듯 선단에서 내려오면서 미소를 잃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건배사 하면 앞 글자를 딴 형태의 줄임말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이른바 '삼행시 건배사'도 등장했다죠?
-네 삼행시 건배사의 주인공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자유한국당 안상수 의원이었습니다. 안상수 의원은 "올 한 해도 재미있고 건강하게, 축복하며 살아가자"라고 말하며 본인이 언급한 문장의 앞 글자를 딴 건배사를 외쳤는데요. 앞글자를 연결하면 그간 국내 건설사를 웃고 울게 한 '재건축'이 됐습니다.
-국내 건설사들에게 재건축 정비사업은 새로운 사업 모델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인데요. 지난해에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첩보전을 방불케하는 치열한 재건축 수주전 현장을 취재하고 있으면 국내 건설사들이 재건축에 모든 사활을 걸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죠.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안상수 의원의 '재건축' 건배사에 모든 건설사 대표들은 가장 큰 목소리로 재건축을 외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건설사 대표들은 건배사를 따로 하진 않았나요.
-네. 이 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 국회 윤리특별위원장인 자유한국당 박명재 의원 등이 선단에 올라 축사와 건배사를 했지만 정계 인사를 제외하면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건설사 대표가 선단에 오르진 않았습니다.
-그렇군요. 모처럼 국내 건설인들이 한자리에 모인 자리에서 화기애애한 건배사가 오가며 화합을 다짐했다는 일은 고무적으로 보이는데요. 그들이 언급한 것처럼 국내 건설산업이 맹목적인 산업 발전에만 치중하지 말고 건설노동자의 안전, 일자리 창출 등 사회가치를 높이는 산업이 되기를 기대해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