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1호 산부인과가 설마" 제일병원 가보니 불안·희망 '교차'
  • 김서원 기자
  • 입력: 2019.01.02 16:14 / 수정: 2019.01.02 16:14
제일병원이 55년 만에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환자들이 2일 오전 전원의뢰서 등 의무기록 사본을 발급받고 있다. /충무로=김서원 인턴기자
제일병원이 55년 만에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환자들이 2일 오전 전원의뢰서 등 의무기록 사본을 발급받고 있다. /충무로=김서원 인턴기자

분만실 두 달째 '조용', 국내 최초 산부인과 명성 '무색'[더팩트 | 충무로=김서원 인턴기자] "다른 병원 가려면 전원의뢰서 떼놔야 하죠?"

2일 오전 서울 중구 충무로에 있는 제일병원 본관 2층 산부인과 곳곳에서 의료진에 불안을 호소하는 환자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2년 반 전부터 제일병원에서 정기 검진을 받아온 50대 여성은 "정기 검진일은 이달 말인데, 병원이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듣고 전원의뢰서를 떼러 오늘 병원을 찾았다"며 "그래도 제일병원 명성이 있으니 시간이 지나면 정상화될 것 같지만, 언제까지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어 다른 병원을 알아보려 한다"고 당혹감을 표했다.

1963년 문을 연 국내 첫 산부인과 전문병원인 제일병원은 재벌가와 영화배우들이 택한 산부인과로 명성을 쌓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 간 이사진의 방만 경영과 저출산으로 병원 사정이 악화되면서 55년 만에 폐원 위기에 처한 상태다. 지난해 11월부턴 의료진 급여도 지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달째 아기 울음소리가 끊겨 적막하다 못해 싸늘함까지 느껴지는 분만실과 신생아실은 과거 명성을 무색게 하고 있었다.

내부 경영 악화로 인해 지난해 11월부터 제일병원 분만실과 신생아실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충무로=김서원 인턴기자
내부 경영 악화로 인해 지난해 11월부터 제일병원 분만실과 신생아실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충무로=김서원 인턴기자

제일병원은 지난해 12월 30일 공식 홈페이지에 외래 진료가 불가능하다는 공지와 함께 지난 1일부터 사실상 '휴원' 상태에 돌입했다. 폐원 전 의무기록 사본을 발급받으려는 환자들로 병원은 오전부터 북적였다. 이날 외래 진료를 받으러 온 70대 여성은 "원래 2월에 유방암 정기 검진을 받기로 돼 있었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서 오늘 주치의와 상담하러 왔다"고 "주치의가 떠나면 그를 따라서 병원을 옮겨야 할지도 모르니 일단 전원서를 떼놓고 봐야 할 것 같다"며 폐원 소식에 걱정스러워했다.

병원 주변 약국들도 폐원 소식에 걱정스럽기는 매한가지다. 9년째 제일병원 근처에서 약국을 운영해 온 한 약사는 "1월 중으로 병원이 회생 절차를 밟을 것으로 안다"며 "결국 병원과 운명을 같이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씁쓸해 했다.

반면 배우 이영애 씨가 제일병원 인수 컨소시엄에 참여한다는 소식에 병원 내부에선 회생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도 남아 있었다. 제일병원 관계자는 "많은 의료진들이 병원을 떠나거나 대기 발령 상태지만, 여전히 병원에 남으려는 의료진도 많다"며 "이영애 같은 투자자들이 병원을 살려내려고 한다니까 다음 달쯤이면 병원이 구제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지 않을까 싶다. 국내 1호 산부인과 전문병원이 설마 망하겠나"라며 막연한 희망을 내비쳤다.

국내 첫 산부인과 전문병원으로 유명한 제일병원이 심각한 경영난으로 폐원 위기에 처했다. 병원은 현재 사실상 휴원 상태다. 사진은 서울 중구 충무로에 있는 제일병원 전경. /충무로=김서원 인턴기자
국내 첫 산부인과 전문병원으로 유명한 제일병원이 심각한 경영난으로 폐원 위기에 처했다. 병원은 현재 사실상 '휴원' 상태다. 사진은 서울 중구 충무로에 있는 제일병원 전경. /충무로=김서원 인턴기자

2일 업계에 따르면 병원을 운영하는 제일의료재단 측은 운영권을 넘기는 식으로 매각을 추진하는 한편, 회생을 위한 법정관리를 신청할 계획이다. 국내 의료법인은 외부 투자를 받을 수 없도록 의료법에 규정돼 있기 때문에 이사회 구성권을 넘기는 방식으로 매각을 진행해야 한다.

saebyeo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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