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빅5' 증권사(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가 2019년 경영 키워드로 투자은행(IB)·자산관리(WM)로 잡고 신성장동력을 모색할 계획이다. /더팩트 DB |
2019년 금융권을 관통할 키워드는 '신(新)성장'이다. 시장이 급변하면서 대내외적으로 부정적인 경제 전망이 잇따르는 가운데 금융가에서는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증권가에서는 개인영업을 넘어 투자은행(IB)·자산관리(WM)에 방점을 찍고, 은행권에서는 디지털 혁신에 몰두하고 있다. <더팩트>는 금융권의 기해년 경영 키워드를 통해 주요 증권사 및 은행사의 올해 성장전략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인사·조직개편으로 본 '빅5' 증권사…IB·WM 경쟁력 강화
[더팩트ㅣ지예은 기자] 힘겨웠던 2018년 한 해를 보낸 국내 증권업계가 2019년 기해년 재도약을 위한 조직개편 및 새 경영전략을 수립 중이다. 특히 자기자본 4조 원 이상 '빅5' 증권사(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한국투자증권)가 투자은행(IB)부문과 자산관리(WM)사업부문을 공통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와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 국내 주력산업 실적 부진 등에 따른 주식시장 침체로 국내 증권사들의 실적이 감소했다. 또 새해 증권업의 '보릿고개'도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실적 '비상'이 걸렸다. 이에 주요 증권사들은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는 등 조직 재정비에 나서며 변동성이 커진 증시에 대응할 예정이다.
자기자본 기준 업계 1위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는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내년 글로벌 IB로의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각 부문의 책임경영을 강화해 글로벌·투자전문·연금·디지털이라는 4개의 큰 축으로 경영에 나설 예정이다. 이를 위해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11월 IB·트레이딩·WM 3총괄체제를 도입했다.
미래에셋대우 최현만·조웅기 대표는 IB 인사를 대거 임원으로 등용했다. 김상태 미래에셋대우 IB1부문 대표를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또 전문성과 책임경영 강화를 위해 IB총괄을 신설했으며 기존 WM사업담당을 WM총괄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리테일에 잔뼈가 굵은 '영업통' 민경부 부사장을 총괄자로 임명했다.
NH투자증권은 초대형 IB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외부 인사 영입과 함께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는 지난해 3월 취임 직후부터 IB강화를 강조해 왔다. 그는 이번 개편을 통해 김태원 DS자산운용 공동대표이사를 홀세일사업부 대표로 영입했다.
또 WM부문의 생산성 증대를 위해 WM사업부 및 자산관리전략총괄의 운영체계를 더욱 고도화했다. 거액 자산가 대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리미어블루본부와 중소·벤처기업을 담당하는 WM법인영업본부를 설치하고 주식 채권 대체투자 등을 통합하는 운용사업부를 신설해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을 수립했다.
주요 증권사들은 지난해 이은 실적 위기론에 주식시장 침체와 비교적 무관한 IB와 WM부문 사업 협력을 통한 수익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더팩트 DB |
삼성증권은 IB·WM 협업을 강화해 성장모멘텀을 확대하고 토털 솔루션 제공 강화를 통해 기업 오너와 법인고객 등 자산 유치를 통한 성과를 창출할 예정이다. 지난해 4월 발생한 112조 원대 배당오류 사태로 창사 이래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낸 삼성증권은 부동산 등 IB 부문 조직‧인력‧리스크관리 강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게다가 그동안 강점을 보여온 1억 원 이상 고액자산가 중심 WM부문 사업을 중심으로 수익성 확보에 나설 전망이다. 이에 대해 삼성증권 관계자는 "IB와 WM부문 사업 등은 이전부터 추진해오던 사업"이라며 "무리한 사업 확장보다는 기존의 강점 사업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목표를 점진적으로 시행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통합 2기 각자 대표체제를 맞은 KB증권은 지난해 12월 WM부문 강자 박정림 대표와 IB 전문가 김성현 대표를 수장으로 맞이했다. 두 대표의 진두지휘 하에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수익기반을 확대해나가며 증권업계 2위로 입지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에 따라 WM사업본부를 신설하고 IB부문을 2총괄본부 체제로 나누는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먼저 IB부문에서는 채권발행시장(DCM)의 시장 지위를 유지함과 동시에 주식자본시장(ECM), 중견·중소기업(SME), 부동산 등 다양한 IB 분야를 두루 섭렵해 수익원 다변화를 꾀할 계획이다. 또 WM 부문은 통합 이후 강조해왔던 'WM 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을 공고화하기 위해 자산관리 영업 역량을 키우고 복합점포도 확대할 예정이다.
한국투자증권은 2019년을 '도전의 해'로 맞이할 전망이다. 12년간 한국투자증권을 정상으로 이끈 유상호 사장이 지난해 11월 대표 연임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후임으로 정일문 부사장이 오는 2일 새 대표로 올라설 예정이다. 다만 정 부사장이 28년 동안 IB분야에 몸 담아온 전문가이기에 그의 관록으로 IB 경쟁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당초 WM전략부·마케팅부·Prime고객부 등 3개 부서 체제였던 WM전략본부에는 법인영업부를 추가 신설했다. 법인의 자산관리에 더욱 힘을 싣겠다는 목표다. 최근 WM사업에 방점을 두는 다수의 증권사들이 법인 전담 프라이빗 뱅커(PB)를 두는 등 법인영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에 한국투자증권 역시 이런 흐름을 따른 것으로 파악된다.
이처럼 증권업계가 IB과 WM사업에 힘을 실을 계획인 것은 지난해 경기 둔화에 이어 올해도 실적 위기론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이에 증권사들은 상대적으로 마진율이 높은 IB분야 혹은 증권 시장의 등락과 관계없는 비용 기반의 수익원인 WM을 통한 신규 수익 창출을 노리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IB나 WM 등 자본시장 내에서 다양한 수익구조를 갖춰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 "특히 대형사 중심으로 IB·WM 시너지에 주력해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내는 곳이 차별적인 수익성을 실현시킬 것"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