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업계가 내년에 미국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다음 '잭팟'의 주인공이 누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한미약품(왼쪽)과 대웅제약 본사 외관 / 한미약품, 대웅제약 제공 |
몇 년 전 뿌린 씨앗 수확할 시기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유한양행·코오롱생명과학 등 올해 대규모 '기술수출' 행진을 이뤄낸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내년에도 이러한 기조를 이어 신약개발과 기술수출 등을 이뤄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국내 제약사들이 글로벌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신약 출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부 대형제약사들은 2015년 임상 초기단계였던 신약을 내년에 출시하거나, 후기 임상단계에 돌입할 계획이다.
3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의 호중구감소증치료제 '롤론티스', 대웅제약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 SK바이오팜의 뇌전증치료제 '세노바메이트', GC녹십자의 혈액제제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IVIG-SN)' 등이 내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가 예상된다.
한미약품의 파트너사인 스펙트럼은 지난 27일 FDA에 지속형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의 판매 허가를 신청했다.
'롤론티스'가 FDA 판매 허가를 받으면 한미약품의 신약은 처음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게 된다.
한미약품은 지난 2012년 스펙트럼에 '롤론티스'를 기술수출했다. '롤론티스'는 바이오의약품의 약효 주기를 획기적으로 늘려주는 한미약품의 독자 개발 플랫폼 기술인 '랩스커버리'를 적용해 기존 약들보다 복용 편의성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호중구감소증은 항암치료나 감염 때문에 백혈구 내 호중구의 수가 비정상적으로 감소하는 질환으로, 인체 면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호중구가 감소하면 일반적인 감염 증상도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한미약품은 내년 항암 신약 ‘포지오티닙’, 비만치료제 개발을 위한 후보물질인 ‘HM12525A’가 임상 후기에 접어드는 점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내년 미국 식품의약국 허가가 예상되는 제약사는 한미약품(호중구감소증치료제 '롤론티스'), 대웅제약(보툴리눔 톡신 '나보타'), SK바이오팜(뇌전증치료제 '세노바메이트'), GC녹십자(혈액제제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IVIG-SN)') 등이다. /픽사베이 |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의 미국 진출도 내년 2월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지난 8월 FDA에 나보타의 품목허가에 대한 재신청을 접수했다. FDA는 공문을 통해 "나보타의 품목허가 재신청은 '처방의약품신청자수수료법(PDUFA)'에 따라 6개월의 심사기간이 소요된다"고 전했다.
이에 따른 심사완료 목표일은 내년 2월 2일로 예상된다.
FDA가 나보타의 품목허가 재신청을 접수함으로써 내년 봄을 목표로 하는 미국 시장 진출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또한 지난달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인 에볼루스는 FDA로부터 나보타의 미국 상표명 'Jeuveau' 사용을 조건부로 승인받았다. FDA로부터 판매허가를 받게 되면 해당 상표명으로 출시될 전망이다.
SK바이오팜의 세노바메이트도 지난달 FDA에 판매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국내 기업이 독자 개발한 신약을 기술수출하지 않고 FDA에 판매허가 신청을 제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K바이오팜이 자체 개발한 '세노바메이트'는 뇌전증 신약이다.
뇌전증이란 뇌 특정 부위에 있는 신경 세포가 흥분해 발작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다. 지금까지 여러 치료제가 출시됐지만 환자의 절반가량은 여전히 발작 증상으로 고통받고 있어 새 치료제에 대한 요구가 적잖은 상황이다. 세노바메이트는 임상 2상, 3상의 진행 결과 경쟁약 대비 높은 '발작 빈도 감소율'을 보여 기대를 모은다.
SK바이오팜은 북미·유럽·아시아·중남미 등 23개국에서 24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 법인인 SK라이프사이언스를 통해 판매허가를 신청했다. FDA 허가를 받으면 2020년 상반기 중 미국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GC녹십자의 면역·항체 작용을 하는 단백질인 'IVIG-SN'도 내년에 미국 FDA의 허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IVIG-SN은 선천성 면역결핍증과 면역성 혈소판 감소증 등 다양한 치료용도로 사용되는 GC녹십자의 대표 혈액제제 중 하나다.
GC녹십자의 IVIG-SN는 당초 올해 허가가 예상됐지만 FDA로부터 제조공정 관련 추가 보완자료를 요청받아 내년으로 미뤄지게 됐다. IVIG-SN은 이르면 내년 중순에는 시판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IVIG-SN이 이미 국내·외시장에서 판매중인 만큼 제품의 유효성과 안전성에 문제는 없다. 그러나 GC녹십자는 혈액제제가 특수분야인 만큼 FDA와 시각차를 좁혀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js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