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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행의 소비자시대] '적반하장' 블랙기업, 소비자권익 3법이 필요한 이유
입력: 2018.12.29 07:30 / 수정: 2018.12.29 07:30

올해 소비자 분쟁을 일으킨 BMW, 대진침대, 삼성생명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소비자들과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대진침대 천안 공장에서 라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매트리스를 회수하고 있는 모습. /천안=남용희 기자
올해 소비자 분쟁을 일으킨 BMW, 대진침대, 삼성생명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소비자들과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대진침대 천안 공장에서 '라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매트리스를 회수하고 있는 모습. /천안=남용희 기자

BMW·대진침대·삼성생명 등 소비자문제 모두 소송전

[더팩트ㅣ조연행 칼럼니스트] BMW, 대진침대, 삼성생명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대형 소비자문제를 일으키고 잘못했다는 사과를 제대로 하지 않고 소송전을 펼친다는 것이다. 이 셋은 올해 소비자들이 가장 많은 공분을 일으키게 해 2018년 소비자단체장들이 뽑은 '블랙컴퍼니'로 선정됐다.

개인이든 단체든 잘못을 했으면 인정하고, 사과하고, 보상하면 된다. 공급자가 상품을 잘못 만들어 문제가 발생하면 역시 잘못 만든 것을 인정하고 교환해 주거나 환불해 줘 보상하면 된다. 더구나 건강과 생명을 해칠 수 있는 안전상의 문제에 대해서는 이러한 원칙이 더욱 철저히 지켜져야 하고, 안전을 위협한 위험의 대가는 당연히 공급자가 부담해야 한다. 소비자가 구입한 제품이 소비자의 건강과 생명에 치명적인 위해를 가할 수 있다면 판매에 모든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 기업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잘못을 인정도, 사과도, 보상도 않고 오히려 소비자를 상대로 '소송전'을 펼치고 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지팡이 도둑이 도리어 몽둥이를 드는 꼴이다. 그 원인은 우리나라의 미흡한 소비자법제에 있다. 이 법제가 공급자가 소비자를 우습게 알게 만들고, 블랙기업을 만들고, 나쁜 제품을 만들게 하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다. 음이온은 원자의 전자를 얻은 특정 상태를 일컫는 말인데 과학적인 근거가 없지만 오랜 기간 건강에 좋다고 선전돼왔다. 대진침대가 여기에 착안해 라돈침대를 만들었다. 음이온이 방출되는 '라돈'이 함유된 파우더를 매트리스 안쪽에 발랐다. 음이온이 나온다는 광고와 함께 비싼 가격에도 날개돋친 듯이 팔렸다. 이것이 과학적인 근거나 법적 허용치 기준 이내로 건강에 지장이 없다는 내용은 접어두고, 잘 팔리니 기업은 좋았고 소비자의 건강 문제에는 관심이 없었다.

라돈(Rn)은 방사성 원소다. 방사성 원소는 원자핵이 방사선을 방출하면서 붕괴한다. 이 붕괴 과정에서 원소는 '붕괴산물(Decay product)'이라는 것을 만드는데 이것이 인간의 몸에 해롭기에 라돈이 위험한 것이다. 라돈의 붕괴산물은 공기 중의 작은 먼지에 달라붙어 폐로 들어간다. 폐에 붙은 붕괴산물은 체내에서 다시 한 번 붕괴하는데 이 과정에서 방사선인 α선이 방출된다. 이는 폐 내 세포 DNA를 변형시켜 폐암을 일으킨다.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센터(IARC)는 2009년 라돈이 세계 폐암 발병 원인의 최대 14%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영국 공중보건국(PHE)은 주거지 안에서 발생하는 사망 원인 중 라돈이 흡연에 의한 폐암, 도로 사고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이런 이유로 IARC는 라돈을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기준치 이상의 라돈이 검출된 침대에서 해당 음이온파우더의 원료가 천연방사성핵종인 토륨이 높게 함유된 모나자이트임을 확인했다. 결국 대진침대는 매트리스를 잘못 만든 것이었다.

BMW는 차량에서 연쇄 화제가 발생해 소비자 안전에 심각한 피해를 입혔지만 설계 결함을 잡아떼고 있다. 이외에도 대진침대, 삼성생명 모두 회사가 잘못해 소비자가 피해를 입었지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더팩트DB
BMW는 차량에서 연쇄 화제가 발생해 소비자 안전에 심각한 피해를 입혔지만 설계 결함을 잡아떼고 있다. 이외에도 대진침대, 삼성생명 모두 회사가 잘못해 소비자가 피해를 입었지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더팩트DB

달리던 BMW차량에서 자주 불이 났다. BMW는 '배기가스재순환장치', EGR쿨러 균열에 따른 냉각수 침전물이 화재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행거리가 많고 평소 과속하는 운전 습관 등 특수한 상황들이 모여 화재가 발생했다고 다소 황당한 주장을 해왔다. 하지만 민관합동조사단은 BMW 측의 이런 주장과 달리 특별한 조건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조건에서도 화재가 일어나는 설계상의 결함을 확인했다. 화재 발생의 첫 번째 단계라고 할 수 있는 EGR쿨러 균열은 제작사의 설계 결함으로 EGR쿨러 내에 냉각수가 끓는 '보일링' 현상이 발생한 것이 문제였다. 이런 현상은 일반적인 설계나 BMW사의 설계조건에서도 발생하면 안 되는 것이 규정이다.

결국 BMW 차량 화재는 냉각수가 끓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EGR쿨러에 균열이 일어나고, 그 틈으로 샌 냉각수가 엔진오일 등과 섞여 굳어지면서 EGR밸브 열림이 고착화되는 상황에서 500℃ 이상의 고온 가스가 유입되면서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BMW는 동일 엔진과 EGR을 사용한 일부 차량에 대해 리콜을 하지 않고 있다가 조사단의 해명요구 이후에 뒤늦게 추가리콜을 실시했다. 특히, 제출의무가 있었던 EGR 결함에 대한 기술분석자료도 153일이나 지연하다 제출했다. 국토부는 리콜 확대, 결함은폐와 늑장리콜로 BMW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BMW 코리아는 설계 결함을 인정할 경우 소송에서 불리하기 때문에 민관합동조사단의 발표 이후에도 배기가스재순환장치, EGR 쿨러 누수가 화재 핵심 원인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그 또한 결국 설계에 결함이 있다는 얘기다.

삼성생명은 즉시연금보험으로 소비자 분쟁을 겪고 있다. 해당 상품 약관에 연금개시 시점의 즉시연금은 가입할 때 한 번에 목돈을 낸 뒤 운용수익을 매월 연금처럼 받고 만기에 원금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보험사는 약관에 '연금 월액에서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을 공제한다'는 명시나 설명을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납입보험료 1억 원당 600만 원 정도를 공제해 총 4000억 원 정도의 연금액을 적게 지급했다. 결국 약관을 잘 못 만든 것이었다. 약관의 해석 권한을 가진 금융감독원과 중립적이고 전문가들이 모여서 판단한 분쟁 조정위원회 역시 지급을 결정했다. 그런데도, 삼성생명은 법적 판단을 받아보겠다며 지급을 거부하고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결국 BMW, 대진침대, 삼성생명 등 세 회사 모두 소송전에 돌입하면서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려 하고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공급자에게 책임을 확실히 묻고 징벌적 배상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집단소송제도도 정비해야한다. 이를 위한 소비자권익 3법의 도입을 논의해야 한다. /Pixabay
결국 BMW, 대진침대, 삼성생명 등 세 회사 모두 소송전에 돌입하면서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려 하고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공급자에게 책임을 확실히 묻고 징벌적 배상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집단소송제도도 정비해야한다. 이를 위한 소비자권익 3법의 도입을 논의해야 한다. /Pixabay

이처럼 세 회사 모두 공급자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 1인당 배상금액이 적고 입증해야 할 것은 중복되는 만큼 피해자들이 모여 공동소송을 하고 있지만 현행 집단소송제도, 징벌배상제도, 입증책임의 전환 등 소비자권익 3법의 미비함으로 이 싸움의 승자는 해보나 마나 결국 '공급자'가 될 것이다. 소송 실익도 없고, 법적으로 피해를 입증하기도 어렵고, 승소가능성도 낮기에 피해를 당한 소비자들은 그냥 포기하고 만다.

먼저 집단소송제도란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한 경우 피해자 중 한 명이 위임을 받지 않고도 대표돼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수행하고 모든 피해자에게 판결의 효력을 받도록 하는 제도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6년 소비자보호법을 소비자기본법으로 개정하면서 소비자 단체 소송제도와 집단 분쟁 조정제도를 도입하는데 머물러있다. 해당 제도로는 소비자피해 집단적 구제 방안으로 한계가 있다. 단체 소송에서 기업이 잘못됐다는 점이 발견돼 소비자가 승소해도 소송에 직접 참여한 사람만 구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징벌적 배상제도란 기업이 소비자에게 피해를 줬다면 손해 금액 외에 배상을 해야 한다는 제도다. 현행 소비자 구제 법적으로는 소비자들이 승소 판결을 받는다고 해도, 배상금액은 실제 '손해 금액'에 불과해 소송 실익이 없다. 청구금액이 변호사비용도 안 되는 소송으로 변호사비용도 안 나오는 손해배상 소송을 누가 돈 버리고, 시간 버리며 누가 참여하려 하겠는가? 공급자들은 바로 이점을 노리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버티며, 소비자와의 소송전을 택하는 것이다.

입증책임의 전환도 필요하다. 현재 피해사실의 입증 책임은 소비자에게 있다. 하지만 BMW의 엔진 및 배기가스 배출 장치에 대한 설계도는 비밀로 자신들만 갖고 있다. 설계가 결함이 있었다는 증명을,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원고(소비자)가 내놓아야 한다. 피고(공급자)는 불리한 증거를 내놓을 리가 없다. 대진 침대도 라돈 파우더를 얼마나 발랐는지 정확한 통계자료를 내놓을 리가 없다. 소비자가 라돈에서 α선이 얼마나 많이 방출되어 폐에 손상을 입혔는지를 증명해야 한다. 폐암으로 사망했다면 라돈과 폐암과의 인과관계가 있었다는 것도 소비자 증명해야 한다. 불가능하다. 공급자만 가지고 있는 비밀문서를 소비자가 입증자료로 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러한 법적 미비점을 너무나 잘 안다. 아무리 위해한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피해를 줘도 그 문제는 그때 가서 해결하면 그뿐이고 어떻게 해서든지 이익만 많이 챙기면 된다는 생각이다. 소비자 문제의 리스크 보다는 기업의 이익이 월등히 크기 때문에 소비자는 안중에도 없고 상품을 만들 때 고려사항도 아니다.

결국 소비자권익 3법이 보완돼야만 공급자가 제품을 만들 때 소비자 안전에 더욱 신경 쓸 수 있다. 소비자를 보호하는 징벌 배상제 등이 있어야 기업이 '망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안전기준을 찾아서 지키게 될 것이고, 한 번 더 소비자를 생각해서 좋은 상품을 만들 수밖에 없다.

윤창호 법도 좋고, 유치원 3법도 필요하다. 그러나 현행 소비자 법제하에서는 전 국민이 소비자로서 나쁜 제품 때문에 엄청난 피해를 입어도, 블랙 기업을 그대로 둘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대형 소비자 문제가 매번 되풀이된다.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소비자권익 3법의 제정이 조속히 필요하다.

kicf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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