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뷰티 스타트업들의 '미투상품' 논란 속에서 부정경쟁방지법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톤28 제공 |
부경법, 지식재산권 사각지대 보완·즉각적 효과…스타트업에 각광
[더팩트ㅣ안옥희 기자] 패션뷰티 스타트업들이 자사 상품과 유사한 '미투 상품'으로 인한 부정경쟁행위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패션 스타트업 '듀카이프'와 화장품 스타트업 '톤28'이다. 듀카이프는 패션대기업과 마스크 모자를 둘러싼 표절 공방을 벌이고 있다. 톤28은 한 중소 경쟁업체와 최근까지 화장품 용기 카피 문제로 다툰 바 있다. 듀카이프와 톤28의 공통점은 모두 부정경쟁방지법으로 인해 자사 카피제품에 대해 제동을 걸 수 있었다는 점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사회경제적 약자인 스타트업의 상품 형태 모방 등 아이디어 카피(침해) 관련 분쟁에 개정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경법')이 효과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패션뷰티 업계의 '베끼기'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업계에선 원조의 수명을 갉아먹는 악영향 때문에 최근 특허권 등록이 늘고 있지만, 원조를 구별하기 어려울만큼 만연한 표절 관행으로 인해 실제 지식재산권으로 인정받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기존 상품과 차별화한 혁신적인 아이디어 상품 하나로 승부하는 스타트업 특성 상 '미투(Me too)' 상품이 하나만 생겨나도 차별화가 상실돼 결국 회사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지는 경우가 많다.
그동안 형태나 아이디어 모방 등 침해 행위에 대해 피해를 주장하는 기업은 소송을 통해 해결해야만 했다. 자본력이 취약한 중소‧벤처‧스타트업들로서는 소송 비용과 기간이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해 7월과 올해 7월 법 개정으로 특허청이 중소‧벤처‧스타트업의 아이디어에 무임승차하는 업체에 대해 제품 생산 및 판매중지를 포함한 시정권고 등으로 강력하게 조치하겠다고 칼을 빼들면서 지식재산권의 사각지대 해소에 대한 기대감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 스타트업, 부정경쟁방지법 통해 업계 표절 관행 '제동'
개정 부경법을 통해선 아이디어를 지식재산권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유망 스타트업들을 상당수 구제할 수 있을 전망이다.
듀카이프는 지난 9월 한세엠케이를 부경법 위반 혐의로 고소해 현재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톤28은 특허청에 부경법 위반 행위 신고를 통해 최근 관련 사태를 해결했다.
패션 스타트업 듀카이프는 마스크 볼캡 표절 논란을 둘러싸고 부정경쟁방지법의 2조 1항 '자' 목 '형태 모방 항목'으로 한세엠케이와 분쟁 중이다. /안옥희 기자 |
2016년부터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맞춤형 화장품 구독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 스타트업 톤28은 고객 피부 측정을 통해 얼굴 각 부위에 적합한 맞춤형 화장품을 만들어 28일 주기로 제공하는 콘셉트다.
사업 초기 톤28의 종이 패키지도 주목 받았다. 톤28은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안전성과 환경 문제까지 충족하는 종이패키지 개발에 성공했다.
톤28은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인정받아 아모레퍼시픽과 퓨처플레이로부터 5억 원을 투자받은 유망 업체다. 유럽 등 해외 진출을 타진하던 중 자사 종이 패키지와 유사한 A사의 미투상품으로 인해 피해를 봤다. 심지어 A사는 톤28과 유사한 제품으로 30여 군데 해외 수출까지 하고 있었다.
톤28의 특허청 부정경쟁행위 위반 신고로 피고소인인 A사는 조사 과정에서 자진해서 사과한 후 판매 중단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현재 합의로 사건을 마무리한 상태다.
박준수 톤28 공동대표는 "없는 비용으로 힘들게 개발한 스타트업들의 아이디어, 기술이 판매나 수출도 되기 전에 거대 유통망과 브랜드를 이미 구축한 대기업 등 후발업체들의 힘으로 사라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국내에서도 다양한 스타트업이 나와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야하는데 모방이나 카피가 아니라 정당한 계약과 지속성장을 추구하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결과에 대해 복병준 카이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는 "특이한 종이화장품 용기의 형태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고 부정경쟁행위에 대한 특허청 절차를 통해 스타트업을 빠르게 구제할 수 있었던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
부경법 개정 후 특허청에 접수되는 부정경쟁행위 의심 사례 신고는 느는 추세다.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부터 현재까지 부정경쟁행위로 접수된 전체 신고건수는 총 88건이며 이 가운데 처리건수는 59건이다. 나머지 30여 건은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다.
특허청 관계자는 "업계 트렌드가 있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지식재산권보다 부정경쟁행위 신고를 통해 판매중지 등 즉각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부정경쟁방지법으로 다투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패션뷰티 업계는 특허청의 부정경쟁행위에 대한 강력한 조치가 고질적 표절 관행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스타트업 관계자는 "부정경쟁행위에 특허청이 칼을 빼든 것은 지식재산권으로 보호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해소하면서 패션뷰티업계 고질적 병폐로 꼽히던 '미투상품'에 대한 철퇴로 의미 있다"며 "부정경쟁방지법 적용을 통해 특히 자본력이 취약한 스타트업 제품 표절 관행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