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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의 경제in] 카카오vs택시업계 갈등, 애매한 법이 자초했다
입력: 2018.12.12 05:03 / 수정: 2018.12.12 05:03
최근 카풀 도입을 두고 IT업계와 택시업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더팩트 DB
최근 카풀 도입을 두고 IT업계와 택시업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더팩트 DB

카풀, '혁신 성장'vs'생존권 위협' 답 없는 제자리걸음

[더팩트ㅣ서민지 기자] "내비게이션이 없을 때는 어떻게 운전했나 몰라." 얼마 전 아버지의 차 안에서 나눴던 얘기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차 뒷좌석에는 커다란 지도책이 있었다. 초행길을 갈 때면 갓길에 차를 세워 지도를 펼쳐보던 아버지의 모습이 익숙했다. 그런데 요즘엔 아는 길도 내비게이션을 켜야 안심이 될 정도로 생활 환경이 변했다.

시대가 변하면서 산업도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다. 이제는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으로 이뤄지는 차세대 산업혁명 시대인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했다. 성장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편의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반면 그 뒷면에는 다양한 우려도 공존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한 분야인 '공유경제', 그중에서도 '카풀'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카풀 도입을 두고 카풀업계와 택시업계의 갈등이 극에 치달으면서 10일 카풀을 반대하던 택시기사가 분신해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카풀 도입을 바라보는 시선은 '혁신'과 '생존권 위협'으로 나뉜다. IT업계의 혁신 성장을 위해서는 공유경제에 대한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는 주장과 택시기사들을 실업자로 내몰 수 있어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실 '카풀 논란'은 최근에 떠오른 게 아니다. 지난 2013년 세계적인 승차공유 기업 '우버'가 국내 상륙했다가 택시업계와 마찰로 2015년 3월 서비스를 중단했다. 하지만 국내 카풀 기업들이 잇따라 출범했고, 규제를 어겼다는 이유로 고발당하기 일쑤였다.

문제는 '출퇴근 시간'이라는 명확하지 않은 규정에서 발생했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81조에는 '자가용을 유상으로 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1994년 출퇴근 때는 승용차를 함께 타는 경우 가능하다는 예외적 조항이 추가되면서 카풀이 일부 허용됐다.

업무에 따라 '출퇴근 시간'이 다른 만큼 출근과 퇴근 시간을 어디까지 허용하느냐를 두고 해석이 달라졌다. 카풀업계는 이용자에 따라 '출퇴근 시간'이 다를 수 있다는 입장이고, 택시업계는 법안 취지에 맞추기 위해서는 오전, 오후 제한된 시간에만 적용해야 한다고 봤다.

10일 카풀을 반대하던 택시기사가 분신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택시단체가 강력한 투쟁을 예고했다. 택시 4개 단체는 지난달 22일 국회 앞에서 제2차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고 카풀 반대를 주장했다. /김세정 기자
10일 카풀을 반대하던 택시기사가 분신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택시단체가 강력한 투쟁을 예고했다. 택시 4개 단체는 지난달 22일 국회 앞에서 '제2차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고 카풀 반대를 주장했다. /김세정 기자

그러나 그 과정에서 입법을 처리하는 국회의 대응은 지지부진했다. 카풀 2위 업체 '럭시'는 2014년 7월, 카풀 1위 업체 '풀러스'는 2016년 5월 출범했지만, 그간 적극적인 움직임이 없었다. 그러다 올해 2월 카카오가 '럭시'를 인수하고 카풀 시장에 뛰어들고, 지난 10월 택시 단체들이 대규모 반대 집회를 열자 그제서야 대응에 나섰다.

야당을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던 '카풀 금지 법'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황주홍 민주평화당 의원이 '카풀 예외 조항 삭제' 법안을 내놨고, 지난해 12월 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과 올해 1월 문진국 자유한국당 의원이 출퇴근 시간을 한정하는 개정안(오전 7~9시, 오후 6~8시)을 발의한 바 있다.

여당은 합의점을 도출하기 위해 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여당은 정부의 4차산업 육성에 발을 맞추며 택시업계와 카풀업계의 상생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뒤늦은 대응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카카오가 등장하기 전 이미 카풀 시장은 성행하고 있었는데, 그동안 국회에서는 왜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을까.

애매한 법 규정은 보는 이들의 다양한 해석을 낳았고, 이 과정에서 이해관계자 간의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카풀을 바라보는 시선은 각각 다르지만, 찬성하는 입장이나 불법으로 바라보는 입장이나 법 개정은 반드시 필요했을 것이다.

얼마 전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다 "카풀이 합법이야, 불법이야?"라는 질문을 받고 "글쎄…"라며 애매하게 답변을 했다. 많은 사람이 비슷하게 혼란을 겪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제는 정부와 정치권에서 해답을 줘야 할 때다.

jisse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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