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리그룹이 오랜 기간 적자를 기록한 외식사업을 끌고 가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이만득 명예회장의 삼녀 이은선 상무의 그룹 내 입지를 다지기 위함이란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 서초구에 위치한 '차이797 서래마을점' 매장 전경. /정소양 기자 |
2016년까지 지속적 적자 기록, 지난해 흑자 전환했지만 여전히 불안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신사업 개척인가, 경영승계용인가.'
종합에너지기업 삼천리그룹에서 운영하는 외식사업이 업계의 입방아에 올랐다. 에너지 그룹의 성격과 전혀 다른 외식사업을 운영하면서 줄곧 적자를 면치 못하다가 출범 10년 만인 지난해 간신히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신사업 안착 여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삼천리그룹의 '문어발식 확장'으로 비칠 수 있는 외식사업은 론칭 후 지난 9년 동안 꾸준히 '억'대 적자를 기록하는 등 삼천리그룹의 '아픈 손가락'으로 지목을 받아왔다. 에너지그룹과 외식사업은 맞지 않는다는 주위의 따가운 눈총과 이만득 명예회장의 삼녀 이은선 상무의 그룹 내 입지를 다지기 위한 포석이라는 의구심 속에 지난해에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흑자로 돌아서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외식업계에서는 1년 성적표를 가지고 사업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시각이다. 외식사업계의 한 관계자는 4일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삼천리그룹의 외식사업에 대한 지속적 투자가 외형적으로 성공을 거뒀다고 내세우려면 2년 연속 흑자기조를 유지하며 가능성을 보여야 한다. 첫 흑자를 기록하기 전까지 무려 9년 동안 적자였기 때문이다. 통상 전혀 다른 업종에 진출해서 9년 동안 적자를 보는 데도 사업을 계속 밀어주는 일은 거의 없다. 일반 회사 같으면 진즉 접었다. 그래서 오너가의 경영승계와 관련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고 말했다.
◆ 외식사업, 시작은 창대하나 미미한 성적표
삼천리그룹 외식사업의 시작은 지난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천리는 지난 2008년 10월 신사업 확장 및 사업 다각화 추진을 바탕으로 자본금 30억 원을 들여 외식사업을 담당하는 SL&C를 설립했다. SL&C는 2010년 68억2000만 원을 주고 서울시 서초구에 위치한 지금의 건물 터를 매입했고, 2012년에는 음식점이 들어설 빌딩을 세웠다.
그러나 막대한 투자 대비 SL&C의 성적표는 사실상 낙제점이다. SL&C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1억6000여만 원, 2011년 4억6000여만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결국 야심차게 준비했던 삼천리의 외식사업은 2012년 11월 삼천리ENG(삼천리이엔지)로 흡수합병 됐다. 당시 삼천리이엔지가 SL&C의 지분 100%를 사들이는데 든 비용은 총 150억 원이었다. 삼천리이엔지는 그룹 내에서 가스배관시설 공사와 가스충전소 사업을 맡고 있다. 삼천리 외식사업부는 삼천리이엔지로 합병된 후에도 SL&C라는 기업브랜드를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외식사업은 삼천리이엔지로 편입된 후에도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삼천리이엔지로 편입된 외식사업부의 매출은 △2012년 11억6519만 원 △2013년 76억5804만 원 △ 2014년 99억2157만 원 △2015년 106억2610만 원 △2016년 117억3227만 원 △2017년 164억5217만 원으로 꾸준한 매출 상승을 보였다.
하지만 영업이익 측면에서는 꾸준히 억대의 손실을 기록했다. 2012년 1억9615만 원의 영업손실에 이어 △2013년 15억7196만 원 △2014년 15억4854만 원 △2015년 9억4799만 원 △2016년 12억6646만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7년에는 4억4148만 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마침내 흑자로 전환됐다.
9년 만에 흑자로 전환된 SL&C는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는 중이다. 현재 SL&C가 운영하는 매장은 서울과 경기도 부천시 등 수도권에만 21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올해만 매장을 6곳을 늘렸다. 중식당 차이797은 올해만 건대스타시티점(9월), 삼성점(8월), 역삼점(5월), 여의도점(5월) 등 4곳을 새로 개점했다. 불고기 브랜드 `정육점 불고기`는 올해 현대백화점 부천중동점(1월)과 현대백화점 신촌점(9월)에 2개의 매장을 새로 시작했다.
이제 막 흑자로 전환된 기업에서 이러한 공격적인 영업은 우려의 시각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1년 반짝 흑자로 전환됐다고 해서 이 사업이 시장에 완전히 자리 잡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SL&C는 중식브랜드 3개(Chai797, Chai797plus, Chai797JUMBO), 한식브랜드 2개(정육점, 정육점불고기), 해외사업 1개(한가득삼계탕)로 구성됐다.
'차이797 서래마을점' 건물1층은 2016년까지 '게스트로펍'이 운영됐지만 경영상의 이유로 폐점되고 현재는 사무실로 사용되고 있다. 취재진이 방문한 지난달 29일 오후 2시, 1층 문이 잠겨있었다. 아래 사진은 차이797 서래마을점 내부 모습. |
◆ 외식사업은 오너 3세의 경영 시험대이자 그룹 내 입지 다지기 위한 전초기지?
그렇다면 삼천리그룹이 아픈 손가락 외식사업을 끌고 가면서 막대한 투자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선 '오너3세'인 이은선(36) 상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후일 이 상무의 그룹 내 유리한 입지를 다지기 위함이라는 주장이다.
그룹 안팎에서는 이은선 상무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외식사업이 지난해 첫 흑자전환이 될 때까지 투자를 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외식사업은 생활문화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이은선 상무의 관할로, 외식사업의 실적이 좋아질수록 그룹 내 '입지'도 탄탄해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만득 명예회장에게는 세 딸이 있다. 그 중 막내딸인 이은선 상무는 전략본부에서 신사업 등을 담당하며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장녀인 이은희 씨와 차녀 이은남 씨는 경영 일선에 관여하지 않고 각각 플로리스트와 가정주부로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은선 상무는 미국 버클리(Berkeley)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 후 2010년 6월 삼천리 전략본부에 합류했다. 이 상무가 회사에 합류한 사실이 공식적으로 알려진 시기는 2014년 3월이다. 당시 삼천리는 분기보고서를 통해 이은선 씨를 신규이사(미등기임원·상근)로 선임한다고 공시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은선 상무는 주로 신사업 개발 파트에서 경력을 쌓으며 생활문화사업 진출을 주도해왔다.
삼천리그룹이 외식사업을 담당하는 SL&C(Samchully Life&Culture)를 설립할 당시인 2008년에는 이은선 상무의 개입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상무는 신규이사로 선임된 후인 2014년부터 차이797 매장확대와 게스트로펍 론칭 등 신사업에 적극 참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외식사업부를 설립할 당시 이은선 상무와의 직접적인 연관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이 상무를 위한 삼천리그룹의 큰 그림이었다는 평가를 지우기는 힘들어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천리그룹이 신사업으로 외식사업을 추진하던 시작점과 이은선 상무와의 연관성은 많지 않다"면서도 "이은선 상무가 신사업 개발 파트에서 경력을 쌓았고 지금도 그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것을 바탕으로 생각해 보면 외식사업이 성공할 경우 결과적으로 가장 큰 이익과 명분을 얻는 것은 이은선 상무가 아닌가"라며 조심스럽게 삼천리그룹의 외식사업 운영을 분석했다.
이은선 상무는 30대라는 어린 나이에 이사직과 상무로 승진했다. 일부에서는 이 상무의 검증 안 된 경영능력에 대해 적지 않은 우려를 표했다. 이러한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이 상무의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지만 추진해오던 신사업이 2016년까지 꾸준히 억대 적자를 기록하면서 경영능력에 대한 적색경보가 들어오기도 했다.
차이797 서래마을점 옆에는 SL&C의 한식브랜드인 '정육점' 건물이 자리잡고 있다. SL&C는 최근 차이797·정육점 등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
◆ "끝날 때 까지 끝난 게 아니다" 외식사업 놓지 않는 이유는 승계 발판 마련?
이에 따라 업계 일각에서는 삼천리그룹의 외식사업이 이은선 상무의 승계 발판을 마련하기 위함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거 이만득 회장은 2016년 9월 열린 이사회에서 그룹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이후 경영권 승계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 삼천리 그룹의 차기 회장으로 이만득 명예회장의 조카이자 고(故) 이장균 창업주의 장손 이은백(46) 삼천리 미주본부장(부사장)이 거론되고 있다. 이 부사장의 부친은 창업주 장남으로 30대 중반에 사망한 고(故) 이천득 삼천리 부사장이며 이만득 명예회장의 친형이다. 따라서 이 부사장과 이은선 상무는 사촌지간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은백 부사장이 중장기적으로 도시가스·발전·집단에너지 등 삼천리그룹의 '핵심 사업'을 담당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따라서 이만득 명예회장이 경영권을 내려놓으면 자신의 혈육 가운데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이은선 상무의 역할이 애매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사업을 성공시켜 이 상무의 그룹 내 위상을 높여주기 위해 전략적인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20일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17개 삼천리그룹 계열사 중 유일한 상장사인 삼천리 '최대주주 등 소유 주식 변동 신고서'에 따르면 여전히 8.34%(33만8390주)의 지분을 소유한 이만득 명예회장이 최대주주이다. 이은백 부사장은 7.84%(31만7981주)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이은선 상무는 삼천리그룹의 지분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삼천리의 경우 보유 지분상 최대주주는 유상덕 삼탄 회장(12.3%)이지만, 이만득 명예회장(8.34%)이 최대주주인 이유는 '삼천리는 이 씨 집안에서 경영한다'는 선대 회장들의 약속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삼천리 관계자는 "이은선 상무가 신사업 총괄하는 것은 아니다"며 "현재 생활문화사업부문에서 일반적인 상무로서의 역할을 담당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삼천리 매출의 80%가 나오는 도시가스 시장이 현재 포화상태로, 현 상태를 유지만해도 잘하는 것"이라며 "특히, 에너지 쪽에서는 도시가스 외 다른 부문은 분위기가 안 좋은 상황이기 때문에 신사업 발굴에 뛰어든 것"이라며 그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사업을 새롭게 진행하면서 회사 전반적인 경영을 위태롭게 할 경우 신사업 추진이 어렵지만 외식사업의 경우 그정도는 아니었다"며 "적정선에서 흑자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위해 삼천리이엔지와의 인수합병을 택했고, 2017년에는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며, 매장도 많이 늘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경영권과 관련된 말은 조심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회사 지분이 없는 이은선 상무를 경영권과 연결시키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 아닌가"라고 조심스레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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