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상호 사장 "12년간 역임, 너무나 과분하다"[더팩트ㅣ지예은 기자] 12년간 한국투자증권의 대표직을 맡으며 증권업계 '최장수 CEO' 자리를 지켜온 유상호 사장이 대표직에서 물러나 부회장으로 승진한다.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23일 계열사별 이사회를 열고 최고경영진에 대한 인사를 내정했다고 밝혔다.
한국투자금융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12년간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로 활약해온 유상호 사장을 부회장으로, 새 대표에 정일문 부사장을 각각 승진 시킬 예정이다.
한국투자증권의 신임 사장으로 내정된 정일문 부사장은 1963년 생으로 1988년에 동원증권에 입사했다. 광주진흥고와 단국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대학원과 고려대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을 밟았다.
정 부사장은 ECM부 상무, IB본부장, 기업금융본부 및 퇴직연금 본부장을 역임하다 지난 2016년부터 개인고객그룹장 겸 부사장을 역임하고 있다.
또 김주원 한국투자금융지주 김주원 사장이 지주 부회장으로, 이강행 부사장이 지주 사장으로 승진한다. 더불어 권종로 한국투자저축은행 전무가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한다.
한국투자금융그룹 관계자는 "역대 최고의 실적을 올린 올해가 변화를 모색할 적기라고 판단했다"며 "구조적으로 튼튼하게 짜여 있는 지주와 각 계열사의 조직력과 시너지가 더욱 확장해가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인사 방침 배경을 설명했다. 최종 인사는 향후 각 사별 경영 일정에 맞춰 단행될 예정이다.
한편 유상호 사장은 지난 2005년 한국투자증권 부사장에 올랐으며 2007년에는 최연소 CEO로 한국투자증권 수장을 맡았다. 연이은 호실적을 이끌어낸 탓에 그는 취임 이후 1년씩 임기 기간을 늘려갔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3분기 주요 경영 실적 업계 1위를 기록했다. 지난 2분기보다 실적은 6.2% 줄었지만 1234억 원의 순이익을 내는 등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날 유상호 사장은 대표직을 내려놓으며 소회를 표명했다.

다음은 유 사장의 소회 전문이다.
유상호입니다.
1988년 10월 증권업계에 입문해 그 어느 누구보다도 행복한 30년을 보냈습니다. 사원으로 입사해 18년 남짓 만에 대형 증권사 CEO가 되었고, 지난 30년 중 직원 생활 11년, 임원 생활 19년을 지냈습니다. 그 가운데 CEO를 12년간 역임했습니다. 너무나 과분합니다.
세전 경상이익 기준으로 올해 증권업계 사상 역대 최대의 실적이 기대됩니다. 바로 지금이야말로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웃으면서 정상에서 내려올 최적기라고 생각합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0여 년간 구축한 탄탄한 조직력과 영업력, 조직 구성원들 간의 응집력 등 모든 면에서 더욱 도약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제 마음이 너무 편하고 뿌듯한 이유입니다.
지난 12년간 CEO로서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매년 최고의 이익을 기록해 왔다는 것이 아닙니다. CEO 취임 이후 단연 업계 최고인 138개의 기업을 IPO 시켜 기업의 성장과 경제발전에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수년 전 증권업계가 어려워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할 때도 일체의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이 경쟁사 대비 2~3배 이상의 신입직원을 지속적으로 채용해 왔습니다. 이 두 가지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감히 자랑스럽게 여겨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제 저는 비록 예전의 일상적인 오퍼레이션은 내려놓지만 새로운 자리에서 새로운 역할로 회사와 자본시장의 더 큰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12'라는 숫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역학적으로도 한 시대의 완벽한 완성 내지 마무리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모두 그동안 많이 이끌어 주고 또 믿고 따라와 준 선후배님들 덕분입니다. 특히 언론의 따뜻한 시선과 격려가 항상 큰 힘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더 편한 자리에서 더 자주 기자 여러분과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거듭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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