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BC카드, 베트남 시장 진출 '본격화'…왜?[더팩트ㅣ지예은 기자] 당국이 잇따른 카드 수수료 인하 압박에 나서자 카드사들이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그간 해외 진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온 롯데카드와 BC카드가 새 먹거리를 찾아 적극적으로 동남아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2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국내 경영 환경이 점차 악화되면서 기업계 카드사들이 동남아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현지 시장에 완벽히 안착하기까지 적어도 5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외연 확장에 나서고 있다.
특히 기업계 카드사 중에 롯데카드와 BC카드가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들의 첫 동남아 시장 진출지가 베트남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먼저 롯데카드는 첫 해외 진출 시장으로 베트남을 선정하고 연내 본격적인 영업에 나설 채비에 돌입했다. 지난 3월 롯데카드는 베트남 중앙은행으로부터 현지 소비자금융 회사인 테크콤 파이낸스의 지분 100% 인수를 최종 승인받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베트남 종합유선방송사인 브이티브이 케이블과 업무제휴를 체결해 소비자대출 및 신용카드 영업, 제휴카드 개발, 수신료 할부금융 서비드 등의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이날 롯데카드 관계자는 "지난 2009년부터 현지 대표사무소를 통해 베트남 소비자금융 시장을 주목해 왔다"면서 "지난해 3월부터 본격적으로 인수 작업을 진행하다가 같은 해 7월 최종 계약까지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베트남에서 영업개시를 위한 마무리 준비 작업 중에 있으며 오는 12월 중 소비자금융을 시작으로 사업을 개시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롯데카드가 동남아 시장 중에서 베트남을 첫 해외 진출 정착지로 고른 이유는 무엇일까. 모 회사인 롯데그룹이 국내 기업 가운데 베트남 시장 개척의 선두주자이기 때문인 걸까.
이에 롯데카드 관계자는 베트남 현지에 진출해 있는 롯데 계열사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시장에 진입한 후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점차 사업 범위를 확대해 나갈 계획임을 전했다.
현재 베트남에 진출한 롯데그룹 계열사는 롯데제과, 롯데백화점, 롯데자산개발, 롯데호텔, 롯데면세점 등 총 16개에 달한다. 또 베트남 진출 롯데그룹 계열사의 임직원만 1만 명이 넘고 2016년까지 총 1조8000억 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베트남 현지에 진출해 있는 롯데그룹 계열사의 고객 및 임직원을 대상으로 조기에 소비자금융 사업을 안착시킬 계획은 사실"이라면서 "이후 유통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현지에 특화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베트남 신용카드 시장이 아직까지는 미성숙한 것은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롯데카드 관계자에 따르면, 베트남 신용카드 시장은 2016년 기준 총 발급 매수 약 530만 장, 총 이용금액 3.5조 원 규모에 불과하다.
하지만 향후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최근 5년간 급격한 성장(연평균 발급 매수 34.5%, 사용금액 26.6% 증가) 중이며, 향후에도 매년 14% 이상의 고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BC카드 역시 베트남 시장에서의 카드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12일 BC카드는 베트남 우체국 네트워크를 독점 운영 중인 리엔비엣포스트은행과 업무협약을 맺고 베트남 시장 디지털 결제 사업에 진출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BC카드는 맞춤형 카드 상품 및 서비스 개발, QR코드 등을 활용한 간편결제 디지털 플랫폼 구축을 기반으로 현지 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또 국내에 도입한 QR코드 결제서비스 등에도 공동투자해 베트남 디지털 결제 시장을 선점할 방안이다.
BC카드는 지난해 8월 베트남 결제중계망 사업자 나파스(NAPAS)사와 '현금 없는 사회' 조성을 위한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인도네시아와 협업도 논의 중에 있다.
BC카드 관계자는 "베트남을 통해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을 시작한 것은 맞지만 이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동남아 국가에 나서는 것 역시 늘 열어두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이미 해외에 진출해 현지 인프라 구축과 마케팅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은행계 카드사들과는 달리 기업계 카드사들이 동일한 시너지를 내는 것이란 쉽지 않다. 하지만 정부가 카드 수수료 인하와 가맹점 수수료율 하락까지 요구하면서 이들은 순이익 악화를 막기 위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서야만 했다.
실제로 은행계 카드사인 신한·삼성·KB국민·하나를 비롯해, 현대·BC·우리·롯데 등 8개 전업 카드사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1.9% 감소한 9669억 원을 기록했다.
이에 한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카드사들의 주 수익원인 수수료 수익이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마냥 지켜보고 있을 수는 없다"면서 "당장의 큰 수익은 기대할 수 없겠지만 향후 성장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동남아 시장은 분명 공략할 가치가 충분한 곳"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기업계 카드사 관계자는 해외 진출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의 암담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솔직히 베트남 같은 후진국으로 진출한 역대 카드사들의 결과를 본다면 그 어느 곳도 성공한 케이스는 아직 없었다"고 운을 떼기도 했다.
이어 "그렇기에 해외 진출을 한다고 이야기는 해 놓고는 자세한 후기는 전해지지 않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드사들이) 해외 진출에 있어서 베트남을 선택한 데에는 정부의 요구와 도움이 따르기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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