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김포시에 본사를 둔 용마로지스는 동아쏘시오그룹 계열사로 국내 의약품 배송 산업군에서 시장 점유율 기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용마로지스는 강신호 명예회장(왼쪽 위)이 '용처럼 승승장구하면서 말처럼 빠르게 전달해 최고의 고객서비스를 제공하라'는 의미로 지었다. /용마로지스·동아쏘시오그룹 제공 |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의 최우선 가치도 '돈을 버는 것'을 넘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경영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그룹은 경제적 가치를 사회적 가치로 바꾸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주요 그룹의 이런 노력은 아직 일반인에게 생소한 편이다. '반도체' 세계 1위 기업 삼성이 다문화 여성을 대상으로 커피 제조 전문가인 바리스타 육성 교육을,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로 나선 현대자동차가 지역 특산물 판매와 유통을, 통신업계의 '맏형' SK가 산림을 가꾸고 나무를 심는 조림사업을 하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지금부터 <더팩트>는 국내 주요 그룹의 '이색 계열사'를 살펴보고, 왜 이런 기업을 운영하는지에 대한 역사와 배경을 시리즈로 조명한다. <편집자 주>
'국민 건강' 위해 힘쓰는 국내 유일 물류업체, 차별화 비결은…
[더팩트ㅣ김포=정소양 기자] 겨울을 재촉하는 늦가을 비가 내린 8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김포IC 인근에 도착하자 거대한 물류센터 주변으로 각기 다른 회사의 배송 차량들이 쉼없이 지나다녔다. 이 가운데 많이 본 로고가 눈에 들어온다. 좀 더 가까이 갔더니 '동아제약'과 같은 상징이 새겨져 있다.
제약회사와 물류센터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용마로지스'는 이런 궁금증을 풀어주는 열쇠다.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로 '의약품 물류'를 취급하는 용마로지스는 자양강장제 '박카스'로 유명한 동아쏘시오그룹(구 동아제약) 계열사다. 사실 제약사의 물류산업 진출은 '모르면' 이색적으로 다가오지만 '알게 되면' 별개가 아닌 것으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엄밀히 말하면 용마로지스는 상위개념의 일반적인 물류가 아닌 '디테일'한 의약품 물류가 전공인 셈이다.
얼핏 이름만 보면 동아쏘시오그룹과 별개로 보이지만 여기에는 깊은 뜻이 담겨 있다. 용마로지스라는 이름은 이 회사 강신호 명예회장이 '용처럼 승승장구하면서 말처럼 빠르게 전달해 최고의 고객서비스를 제공하라'는 의미로 지었기 때문이다. 강 명예회장은 동아제약 창업주인 고(故) 강중희 회장의 아들로 '박카스 신화'의 주인공이다. 박카스는 2015년 국내 제약사 단일 제품 최초로 연 매출 2000억원을 돌파했고, 작년에도 국내에서 2135억 원 규모의 매출을 올렸다.
용마로지스 운송 트럭에 동아쏘시오홀딩스와 같은 '피닉스' 심볼이 눈에 띈다. /김포시=정소양 기자 |
◆ 전문 '의약품' 배송으로 물류 산업 독보적 위치
<더팩트> 취재진이 방문한 곳은 용마로지스 본사(강서DC 직영센터)다. 이런 배경 때문인지 곳곳에서 '의약품'이 담긴 상자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좀 더 지켜봤더니 배송 차량이 와서 관련 상자를 실어 가는 모습도 종종 눈에 띈다.
강신호 명예회장은 1983년 의약품 배송이 까다롭다는 점에 착안해 용마로지스(당시 용마유통)를 동아제약 물류 자회사로 설립했다. 자사 의약품의 질을 높이기 위한 또 다른 틈새 사업 전략이었던 셈이다.
용마로지스는 현재 의약품 물류 분야에서 확고한 선두 자리에 서 있다. 관련 분야에서 이 회사가 차지하고 있는 국내 시장 점유율은 60%를 웃돈다. 다시 말해서 국내 택배 업계 점유율 1위인 CJ대한통운이 의약품 물류 분야에서 만큼은 용마로지스를 따라갈 수 없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의약품 물류 사업은 단순히 이윤만 추구해서는 할 수 없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의약품 배송은 무엇보다 국민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사명감이 필요하다. 이 회사가 10년 전 겪은 일화는 이를 잘 보여준다.
이와 관련, 강연우 용마로지스 전략기획팀 차장은 "10여 년 전 강원도 어느 산골짜기에 살던 고객이 신장투석 약을 집에서 전달받아 투석했다. 그러던 어느 날 폭설로 도로가 막혀 배달이 어렵게 되자 당시 용마로지스 직원은 지게를 지고 임무를 완료한 적이 있다"고 했다. 이 일화는 당시 고객이 회사에 보내온 감사 편지를 통해 알려졌다.
일반 택배와 달리 의약품 배송은 매우 까다롭다. 항정신성의약품 등은 정확한 인수인계가 필요하고 받아야 할 사인들도 많다. 주사제나 백신은 알맞은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물품을 분실할 경우 법적 처벌도 받을 수 있다. 박스에 담긴 물품 단가도 일반 택배보다 비싸다. 바이오의약품의 경우 한 박스에 수천만 원대를 오가기도 한다.
의약품 상자가 배송을 앞두고 용마로지스 김포물류센터(본사) 안에 쌓여있다. /김포시=정소양 기자 |
용마로지스가 의약품 물류 분야에서 확고한 선두 자리에 설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전국 35개 영업소를 직접 운영하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택배업체는 본사와 개인사업자가 서로 계약을 맺고 개인사업자가 지방 영업소를 운영한다. 용마로지스는 이와 달리 본사에서 지방 영업소로 직원을 파견한다. 실제로 각 영업소 소장은 모두 용마로지스 소속 과·차장급 직원들로 구성돼 있다.
까다로운 의약품 배송 관리를 본사 차원에서 교육해 배송 지침이 체계적일 수밖에 없다. 회수 조치 등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도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최근에는 동아제약뿐 아니라 한미약품·LG화학·존슨앤존슨(미국) 등 다른 제약사들도 용마로지스의 의약품 운송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 자전거·손수레로 시작해 '드론 배송' 목표 성장
최근 물류업계 화두 중 하나는 '운송 수단'이다. 용마로지스 역시 이에 대한 고민이 많다.
1932년 설립된 국내 대표 장수 제약사인 동아제약은 운송 수단이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전 자전거와 리어카 등으로 의약품을 포함한 자사 제품들을 유통시켜왔다. 용마로지스는 자동차 산업의 발달과 함께 설립됐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드론'을 이용한 배송도 계획하고 있다. 드론을 이용하면 육로로 3시간 걸리는 것을 50분으로 크게 단축할 수 있다.
용마로지스는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드론 산업 활성화를 위해 추진했던 시범 사업에 선정돼 경로 설정 비행을 테스트했다. 국내 물류업계에서 드론을 이용한 물류 시범 사업을 추진한 곳은 용마로지스가 유일하다.
강연우 차장은 "드론 스테이션(드론 배송 거점)을 LG유플러스 등과 함께 공동 개발 중"이라며 "내년쯤 실제로 의약품을 배송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긴급 의약품 배송에 유익하게 사용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용마로지스 전략기획팀에서 근무하는 강연우(왼쪽) 차장이 8일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강 차장은 "올해 처음으로 매출액을 2000억을 돌파하는 등 용마로지스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
◆ '남과 달라야 살죠' 물류 4.0 비전 정조준
용마로지스는 1983년 용마유통 시절부터 현재까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1988년 동아제약에서 다른 고객사로 택배사업을 확대한 이래 화물자동차 운송사업(1994년), 포워딩(중량화물)사업(2006년)도 진출했다. 4년 뒤인 2010년에는 의약품 도매상 역할도 시작했다.
용마로지스는 1983년 당시 국내 최초 3자 물류 전문회사로 출범했다. 여기서 3자 물류란 화주기업(고객기업)에 배송·보관·유통가공 등 두 가지 이상 물류기능을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물류서비스를 뜻한다. 현재는 오랜 운영 노하우와 첨단 물류 인프라를 바탕으로 창고관리부터 수송·배송·국제물류·물류진단에 이르기까지 고객 요구에 맞는 종합물류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비단 물류 업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용마로지스는 구매대행서비스(MRO)와 해충방역사업 진출도 검토 중이다. 3자 물류 서비스로 쌓인 노하우가 신사업 확대까지 연결되고 있는 셈이다.
용마로지스 안성센터 창고에 고객에게 배송될 택배 상자들이 쌓여있다. /용마로지스 제공 |
용마로지스의 지난해 전체 매출은 전년(2016년) 대비 10.9% 성장한 1865억 원을 기록했다. 이중 택배사업 매출은 4.3% 증가한 650억 원을, 보관사업은 다수 신규 고객 유치로 14.3% 증가한 554억 원을 기록했다. 운송사업 매출은 제지·펄프 등 특정 산업 군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6.4% 증가한 331억 원을 거뒀다. 국제사업 매출은 포워딩 분야 확대를 목표로 전문영업팀을 신설해 영업력을 강화한 결과 31.2% 증가한 269억 원을 기록했다.
강연우 차장은 "고객사들의 몸집이 커지면서 물류와 재고 관리 등을 아웃소싱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재고 관리부터 배송까지 모두 책임지는 3자 물류 사업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용마로지스는 오는 2025년까지 헬스와 뷰티(H&B) 분야에서 글로벌 공급망관리(SCM) 리더가 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스마트 기술로 대표되는 물류 4.0 기술을 도입해 남들보다 앞서 나아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동아쏘시오그룹은 2013년 3월 국내를 넘어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동아쏘시오홀딩스, 동아ST, 동아제약으로 분할했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자회사 관리 및 바이오의약품, 혁신신약R&D, 신규사업투자에 전념하며, 동아ST는 전문의약품, 해외사업부문을 담당한다. 동아제약은 일반의약품, 박카스 사업부문을 전담한다
js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