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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유류세 인하, 수급자인 정유사만 이득일까?
입력: 2018.11.06 14:05 / 수정: 2018.11.06 14:05

정부가 6일부터 향후 6개월동안 한시적으로 유류세를 15% 인하하며 수급자인 정유사의 득실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팩트DB
정부가 6일부터 향후 6개월동안 한시적으로 유류세를 15% 인하하며 수급자인 정유사의 득실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팩트DB

"소비자 수요 늘면·정유사 마진 오를 것" vs "과거 사례 무시 못해…국제 유가가 지켜봐야"

[더팩트 | 이한림 기자] 정부가 소비자 가계비 부담을 덜기 위해 10년 만에 유류세를 대폭 인하한 가운데 수급자인 정유사가 큰 이득을 보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면 정유업계는 수요가 오르면 공급을 지속해야 하는데 향후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원유 수급가가 더 오르게 되면 가격 책정이 부담스러워져 오히려 역마진을 우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6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정유사들은 이날 0시 출고분부터 내년 5월 6일 11시 59분 59초 출고분까지 한시적으로 유류세를 15% 인하된 가격으로 주유소에 휘발유, 경유, LPG 부탄을 공급한다. 첫 날은 직영주유소부터 인하된 가격에 휘발유 등이 판매되며 대리점이나 가맹주유소 등은 단계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이에 정부는 리터(ℓ)당 휘발유는 최대 123원, 경유는 87원, LPG·부탄은 30원의 가격 인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휘발유와 경유, 액화석유가스(LPG)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인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된 보통 휘발유 가격은 전날보다 ℓ당 평균 6.1원 하락한 1684.2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14일(1684.0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ℓ당 1500원 대로 내린 주유소도 속출했다. 향후 주유소 내 적재했던 출고분이 지속적으로 풀리게 되면 기름값은 더욱 떨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소비자가 기름값 하락을 체감하면 자연스럽게 기름 소비량이 늘어나면서 정유사가 판매하는 제품의 수요확대와 마진 증대로 이어진다고 보고 있다. 이에 SK,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국내 쥬요 정유사들의 배만 불리는 꼴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휘발유 가격의 절반 이상이 유류세인데 이번 유류세 인하로 소비자들이 기름값 하락을 체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며 "기름값 하락을 체감하게 되면 기름 소비량이 늘어나면서 제품 수요 확대로도 이어지고 덩달아 정유사의 매출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가 유류세를 내린 6일 오전 서울 연희동의 한 직영주유소에서는 휘발유가 리터당 1585원에 판매되고 있다. /남용희 기자
정부가 유류세를 내린 6일 오전 서울 연희동의 한 직영주유소에서는 휘발유가 리터당 1585원에 판매되고 있다. /남용희 기자

◆ '표정관리' 정유업계 "국제 유가 흐름 지켜봐야"

반면 정유업계와 협회 등에서는 정부의 석유에 대한 세금 인하 정책이 정유사들의 수익을 뛰게 하는 것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유사는 주유소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기름을 공급할 때 유통비용을 통해 마진을 내는데, 마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원유 수급가는 정부가 책정한 유류세보다 국제 유가에 따라 산출되기 때문이다.

기름값은 정유사의 원유 수급가와 세금, 주유소 유통비용 및 마진으로 구성된다. 이에 유류세가 내려가더라도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원유 수급가가 오르면 기름값은 다시 오르게 된다. 즉 유류세 인하가 정유사의 매매 마진율을 높일 수 있는 직접적 요인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6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정유사의 원유 수급가는 싱가포르 현물시장 등의 시세에 좌우된다. 대체로 두바이유 국제유가에 따르며 정유사의 영업이익률도 국제유가를 기준으로 한 마진을 통해 5% 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정유업계와 협회는 국제 유가시장에서 기름값 상승세가 장기화될 경우 오히려 원유 수급가에 대한 부담이 커져 이에 맞는 유통비용을 지불해야하기 때문에 역마진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정부가 과거 유류세를 인하했을 때 정유사들이 수천억 원 대의 적자를 빗기도 한 사례도 무시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지난 2008년 정부는 금융위기를 맞아 소비를 촉진하게 하기 위해 유류세를 10% 인하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에도 유가가 떨어지지 않고 기름값이 뛰면서 정유사들은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유류세 인하가 한시적으로 진행되는 만큼 향후 유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소비자가 느낄 부담은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최종 소비자에 기름을 파는 주유소들이 책정할 마진에 체감 가격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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