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92억 원 차이로 석유화학업계 1위를 차지했던 롯데케미칼이 3개월 만에 LG화학에 왕좌를 내주게 됐다. /더팩트 DB |
기초화학소재 분야 업황 부진에 4분기도 '빨간불'
[더팩트 | 이한림 기자] 롯데케미칼이 올해 3분기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기초화학 소재에서 제품 마진이 악화된 게 원인이다. 이에 기초화학 소재에 사업이 집중된 롯데케미칼이 '다운사이클(업황하락)'에 접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일 석유화학업계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지난해까지 초호황을 누려왔다. 나프타분해시설(NCC) 공장에서 생산된 에틸렌 등 기초화학소재의 글로벌 수요 증가로 수익성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해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각각 3조 원대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등 '실적잔치'를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최근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되며 미국은 전략적으로 대규모 에탄분해설비(ECC)를 증설했고 내년 가동을 앞두고 있다. 또한 그간 국내 석화업계의 주요 수출시장이었던 중국의 수요 부진과 함께 국제유가 상승으로 원가부담이 늘어나면서 제품 마진도 덩달아 악화된 상황이다. 석유화학산업의 다운사이클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관측되고 있다.
실제로 석유화학업계 라이벌인 롯데케미칼과 LG화학 모두 이번 3분기 실적에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늘었으나 영업이익이 감소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타격이 큰 쪽은 기초화학소재에 사업이 집중돼 있는 롯데케미칼이다.
LG화학이 기초화학 소재 뿐만 아니라 전지와 정보전자, 바이오 등 포트폴리오를 분산시켜 리스크를 줄인 반면 롯데케미칼은 기초화학 소재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어 업황에 따른 실적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5036억 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34.3% 감소했다고 1일 공시했다. 매출액은 4조247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 늘었다.
롯데케미칼은 "유가 상승에 따른 원료가격 상승으로 기초화학 소재 주요 제품의 스프레드(마진)가 하락했다"며 "대외 무역 분쟁에 따른 수요 위축 및 여수공장 정기보수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실적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LG화학은 같은 기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7조2349억 원과 6024억 원으로,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13.1% 늘어났고 영업이익은 23.7% 줄어들었다. LG화학 역시 3분기 기초소재사업에서 타격을 입었으나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른 2차전지 매출 호조와 정보전자소재 성수기 진입 등에 힘입어 영업이익 감소 폭을 줄였다.
석유화학업체의 주력 사업인 기초화학소재 분야는 올해 3분기부터 국제 유가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늘어나며 제품 마진이 악화된 모습이다. /더팩트DB |
향후 전망도 같은 맥락이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경쟁사인 LG화학이 사업다각화로 실적개선의 여지가 있는 것과 달리 전통 석유화학 사업 의존도가 높아 실적 개선이 쉽게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석유화학시장은 올해 4분기에도 원가부담이 지속될 것이 때문에 크게 반등할 가능성은 낮다"며 "국내 공장의 정기보수 영향과 중국 트레이더들의 재고비축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을 고려하면 향후 실적 감소는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4분기에도 대외 불확실성과 원료 가격 상승, 울산공장 정기보수 등 단기적인 수익 축소에 우려는 있다"며 "다만 내년 상업 생산 예정인 미국 ECC 공장과 국내 공장 신설 및 증설사업 완료에 따라 수익성이 개선될 여지도 공존한다. 안정적인 수익 창출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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