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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근의 Biz이코노미] 경제 위기 '적색 경보', 탁상공론 시기 지났다
입력: 2018.10.29 11:51 / 수정: 2018.10.29 17:23
주요 그룹들이 잇달아 부진한 경영 성적표를 내놓으면서 재계 안팎으로 경제 위기에 대한 불안과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더팩트 DB
주요 그룹들이 잇달아 부진한 경영 성적표를 내놓으면서 재계 안팎으로 경제 위기에 대한 불안과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더팩트 DB

이상 신호 켜진 경제…소 잃은 외양간 만들지 말아야

[더팩트 | 서재근 기자] 때 이른 추위가 찾아오면서 사람들의 입에서 "이제는 봄, 가을이 사라졌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온다. 비단 날씨 얘기만은 아니다. 우리나라 경제에도 더는 '따사로운' 봄, '풍요로운' 가을이 사라지고 있다. 지난주를 기점으로 삼성과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SK·LG그룹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핵심 계열사들이 올해 3분기 경영 성적표를 차례로 내놓고 있다.

기업별 성과의 정도에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자동차와 화학 등 나라 경제의 주요 부문에서 '맏형' 노릇을 하는 기업들이 보여준 실적은 '아쉽다'는 평가를 넘어 충격적이다.

현대차의 경우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288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무려 76%가 줄었다. 이는 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된 지난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더욱 충격적인 건 '1.2%'의 영업이익률이다. 가장 잘 팔린다는 준대형 세단 '그랜저' 한 대를 팔았을 때 현대차가 거둬들이는 수익이 50만 원도 안 된다는 얘기다. 기아차는 같은 기간 이보다 낮은 0.8%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화학업계에서 '맏형' 역할을 하는 LG화학 역시 올해 3분기 6024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23.7%의 감소율을 기록했고, 곧 실적 공개를 앞둔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국내 조선 업계 역시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그나마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반도체 분야도 '고점'에 다다랐다는 평가가 나온 지 오래다.

사업 분야를 막론하고 주력 기업들이 날개 없는 추락을 이어가는 사이 이들의 시가총액도 걷잡을 수 없이 줄어들었다. 최근 재벌닷컴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자산 상위 10대 그룹 계열 94개 상장사의 시가총액(우선주 포함)은 811조2860억 원(지난 26일 종가 기준)이다. 이는 지난해 말 968조290억 원과 비교해 무려 156조7430억 원(16.2%)이 줄어든 수치다.

한가지 눈여겨볼 것은 이들 기업마다 초라한 성적의 배경으로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 유가 강세, 신흥국의 경기 침체 등 '공통된' 분석을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재계 안팎에서 불확실한 대외환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것은 이미 최악의 성적 릴레이가 이어지기 전부터 제기돼 왔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미국 트럼프 정부의 25%에 달하는 관세 폭탄 가능성이,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는 국내 업체들을 상대로 한 중국의 일방적인 보조금 중단 결정에 따른 우려가 끊임없이 나왔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손과 발이 묶인 채로 난타전을 당하는 사이 각 기업 총수들은 서둘러 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급한 불 끄기에 나섰다.

실제로 지난 2월 이후 한 달에 한 번꼴로 주요 시장을 돌며 경쟁력 확보를 위한 담금질에 나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30일에는 베트남으로 건너가 스마트폰 사업 챙기기에 나선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은 지난달 평양서 치러진 제3차 남북정상회담 동행도 뒤로 한 채 미국 출장길에 올라 미국 고위 인사들과 면담에 나서며 관세 부과 위기에 몰린 현대기아차에 대한 '호혜적 조처'를 요청했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각 사업 분야에서 맏형 노릇을 하는 다수 기업들이 올해 3분기 아쉬운 경영 성적표를 내놓으면서 경제계 전반에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각 사업 분야에서 '맏형' 노릇을 하는 다수 기업들이 올해 3분기 아쉬운 경영 성적표를 내놓으면서 경제계 전반에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보여지는 기업들의 경영 실적과 각종 경제지표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듯이 재계에서는 바쁘게 돌아가는 기업 총수들의 경영 시계만으로는 우리 기업들이 처한 작금의 위기를 벗어나기에 역부족이라는 게 중론이다.

최근 현장에서 만난 한 교수는 국내 완성차 업계의 위기 상황에 관해 "이미 우리나라의 경제 산업 전반에 퍼진 위기는 '경고' 수준을 넘어섰다"면서 "경제정책의 근본적인 변화, 정부의 능동적이고 실질적인 태도 변화 없이는 국내 기업들이 일어설 수 없을 것이다"며 현실과 동떨어진 정부의 경제 정책을 향해 강한 어조로 지적했다.

기업들에 필요한 것은 '보여주기식' 이벤트가 아니다. 지난해 LG그룹을 시작으로 현대차와 SK, 지난 8월 삼성까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각 그룹 총수들과 만나 현장 소통 간담회에 나설 때마다 각 기업들은 '00조 원' 투자 0000명 고용'이라는 틀에 맞춰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정작 정부 고위 관료와 기업의 스킨십 이후 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투자를 위한 실질적인 규제 개혁 등의 변화는 조금도 없었다.

이미 우리 경제는 '비상등'이 켜진 지 오래다. 주식 시장이 요동치고 기업들의 손실이 수천, 수조 원씩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시점에서 '일자리가 모자르니 늘려야 한다' '기름값이 올랐으니 유류세를 낮추겠다'는 식의 대응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외면한 채 탁상(卓上)에서 만들어낸 공감 없는 미봉책은 사태를 더 악화시킬 뿐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은 하루하루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경제 사회에서 더는 통하지 않는다. 이제라도 정부가 경제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직접 경제 정책 혁신에 나서야 한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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