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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기획-이색계열사⑭] KT 서브마린 "광활한 바다, 길 좀 내볼까"
입력: 2018.10.29 05:00 / 수정: 2018.10.29 05:00

KT 계열사인 KT 서브마린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해저케이블 설치 및 유지·보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KT 서브마린이 보유하고 있는 세계로호. /KT 서브마린 제공
KT 계열사인 KT 서브마린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해저케이블 설치 및 유지·보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KT 서브마린이 보유하고 있는 세계로호. /KT 서브마린 제공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의 최우선 가치도 '돈을 버는 것'을 넘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경영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그룹은 경제적 가치를 사회적 가치로 바꾸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주요 그룹의 이런 노력은 아직 일반인에게 생소하다. '반도체' 세계 1위 기업 삼성이 다문화 여성을 대상으로 커피 제조 전문가 바리스타 육성 교육을,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로 나선 현대자동차가 지역 특산물 판매와 유통을, 통신업계의 '맏형' SK가 산림을 가꾸고 나무를 심는 조림사업을 하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에 따라 <더팩트>는 국내 주요 그룹의 '이색 계열사'를 살펴보고 왜 이런 기업을 운영하는지에 대한 역사와 배경을 시리즈로 조명한다. <편집자 주>

해저케이블 까는 KT 서브마린, 기술·노하우로 종합 해양 솔루션 제공 업체 발돋움

[더팩트ㅣ부산=이성락 기자] 끝없이 펼쳐진 고요한 바다. 해안가에서 바다를 보고 있자니 마치 인간의 생활 공간과 비(非)생활 공간을 구분 짓는 경계선에 서 있는 듯하다. 하지만 바닷속에는 일상 생활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수많은 길이 놓여 있다. 보이지 않을 뿐 우리는 그 길을 하루에도 수십, 수백 차례 이용한다. <더팩트>는 지난 24일 이런 바닷길을 만드는 사람들을 만났다. 장소는 바다의 도시 부산이다.

"잠수함 만드는 회사에 다녀요?"

이날 부산 해운대구 송정동 KT송정타워에서 만난 이창하 대리는 종종 이런 말을 듣는다고 한다. 아무래도 회사명이 '서브마린(Submarine·잠수함)'이다 보니 이런 오해를 받기 쉽다. 따지고 보면 잠수함과 관련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서브마린이 추진하는 사업 대부분이 잠수함처럼 깊은 바닷속을 주 무대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서브마린의 정확한 회사명은 'KT 서브마린'이다. 사람들이 알고 있는 정보통신그룹 KT의 34개 계열사 가운데 하나다. '이동통신사가 바닷속에서 들어갈 필요가 있을까' 의문이 들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면 금방 이해할 수 있다. KT 서브마린의 주요 사업은 해저통신케이블을 설치하는 일이다. 통신케이블은 국가 간 인터넷·통신 연결망을 말한다. 쉽게 말해 KT 서브마린은 통신이 지나다니는 길을 만든다. 다른 나라에 있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거나 구글의 사이트에 접속해 인터넷을 즐기는 등의 일이 한국에서 원활히 이뤄지는 것은 바로 바닷속에 통신케이블이 깔려 있는 덕이다.

그렇다고 KT의 통신 업무만 보조하는 소극적인 회사는 아니다. KT 서브마린이 특별한 이유는 주 무대인 바다와 같이 사업 확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회사이기 때문이다. KT 서브마린은 KT의 그늘에서 벗어나 통신과 관련이 없는 독자적인 사업을 추진하기도 한다. 이중에서는 잠수함과 관련된 사업도 있다. 최근에는 신재생에너지에도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KT 서브마린은 외국에 의존하지 않고 한국이 자력으로 해저통신케이블 건설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지난 1995년 한국해저통신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부산=이성락 기자
KT 서브마린은 외국에 의존하지 않고 한국이 자력으로 해저통신케이블 건설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지난 1995년 한국해저통신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부산=이성락 기자

◆ KT 서브마린, 해저통신케이블 설치 자립화 상징

"KT가 이런 일을 하는지 아무도 모를걸요?"

이창하 대리는 KT 서브마린 직원들의 주요 업무를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것도 그럴 것이 KT 서브마린에서 하고 일 자체가 사람의 눈에 띄지 않는 바다에서 이뤄진다. 사업도 발주처로부터 수주를 받아 진행되는 B2B(기업 간 거래)다. 인력도 73명으로 그리 많지 않다.

회사가 설립된 지는 의외로 오래됐다. 1995년 KT가 국영 기업인 시절 계열사로서 한국해저통신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다. 향후 국가 간 음성 및 데이터 통신의 사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자 해저광케이블 건설 필요성이 커졌고, 이를 맡을 기업으로 KT 서브마린이 세워졌다. 자세히 말하면 외국에 의존하지 않고 한국이 자력으로 해저통신케이블 건설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탄생 배경이 이렇다 보니 사업 수익성은 그리 크지 않다. KT 서브마린의 영업이익은 연 70억~90억 원 수준이다.

이창하 대리는 "KT 서브마린 설립 당시 해저통신케이블을 건설하는 일은 대부분 일본 회사들이 맡았다"며 "국가 해저통신망을 건설하는 건 기밀사업이었는데 일본 회사에 맡기기엔 도청 등 위험이 있는 데다 가격도 비쌌다. KT 서브마린이 설립되면서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바닷속에는 무인수중잠수정(ROV)이 해저케이블을 물고 내려가 포설 및 매설 작업을 진행한다. /KT 서브마린 제공
바닷속에는 무인수중잠수정(ROV)이 해저케이블을 물고 내려가 포설 및 매설 작업을 진행한다. /KT 서브마린 제공

◆ 24년째 깔고 또 깔고…해양 전문가된 KT 서브마린

KT 서브마린은 24년째 홀로 달리고 있다. 시장 규모와 수익성이 크지 않아 다른 경쟁 사업자가 생겨나지 않았다. 국내에서 해저통신케이블을 건설하는 유일한 회사다. 지금까지 KT 서브마린이 바닷속에 깐 해저케이블 길이를 더하면 지구 반 바퀴가 넘는 3만㎞에 달한다.

사무실 입구에 들어서니 KT 서브마린이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다. 입구에는 KT 서브마린이 보유한 선박과 장비, 통신케이블 등이 모형으로 전시돼 있었다.

KT 서브마린이 일하는 방식은 이랬다. 통신사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가 수주한 사업이 케이블 제조사를 거쳐 KT 서브마린과 같은 건설사에 넘어온다. KT 서브마린이 외국 업체와 경쟁해 사업 수주에 성공할 경우 경상남도 거제시에 있는 선박 기지에서 세계로호·리스폰더호·미래로호 등 선박이 인력과 무인수중잠수정(ROV)·매설기(PLOUGH) 등 장비를 싣고 현장에 투입된다. 이후 해양조사·통로 청소 작업 등을 마친 바닷속에 장비들이 해저케이블을 물고 내려가 포설 및 매설 작업을 진행한다. 끝으로 매설된 해저케이블을 유지하고 보수하는 일도 KT 서브마린의 몫이다.

KT 서브마린은 아시아와 미국을 연결하는 태평양구간 NCP(New Cross Pacific) 프로젝트 등 대규모 글로벌 해저통신네트워크 구축 사업 수주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또 동북아 및 태평양 지역에 설치된 해저통신케이블의 유지 보수 협약 '요코하마 존'을 책임지고 있는 등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KT 서브마린의 최대 강점은 기술과 장비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 쌓인 현장 인력들의 노하우다. 이날 만난 KT 서브마린 직원들의 자부심은 남달라 보였다.

24년째 KT 서브마린에서 일하고 있는 정원대 사업본부장은 "선박 위에서 이뤄지는 작업 기간 동안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부분과 갑자기 아플 경우 대처할 수 없다는 부분 등이 굉장히 힘들다. 동료들을 믿고 의지하면서 어려움을 헤쳐나가야만 하는 업종"이라며 "해저케이블은 우리나라 중추신경망으로써 이를 건설하고 유지·보수하는 일은 굉장히 중요하다. 힘들지만 이러한 일에 참여하는 직원들은 모두 각별한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KT 서브마린 직원들이 해저통신케이블을 세계로호 케이블 탱크에서 선체로 올리고 있다. /KT 서브마린 제공
KT 서브마린 직원들이 해저통신케이블을 세계로호 케이블 탱크에서 선체로 올리고 있다. /KT 서브마린 제공

◆ 기술·노하우 쌓은 KT 서브마린, 인접 시장 진출 도전

KT 서브마린은 해저통신케이블 건설 및 유지·보수 사업을 진행하며 쌓은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통신과 관련이 없는 사업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다른 해저케이블을 설치하는 일이나 때로는 비케이블 사업에도 투입된다. 우선 전공을 살려 시작한 해저전력케이블 설치가 주요 사업이다. 이는 도서 지역 등 필요로 하는 장소까지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해저전력케이블을 설치하는 일이다.

KT 서브마린은 2001년 국내 기술로는 처음 시공된 해저전력케이블 설치 공사인 전남 완도군 조약도~생일도 간 5.5㎞ 해저전력케이블 설치 공사를 준공했다. 이를 통해 국내 최대 양식 지역인 완도군 일대 전기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특히 이 공사는 그동안 알카텔·스미토모 등 외국 기업이 독식하던 해저전력케이블 시공을 국내 기술로 독자적으로 진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국내 기술로 해저전력케이블 설치 공사가 가능해짐에 따라 공사 비용이 30% 이상 절감돼 외화를 절감하는 효과도 있었다는 게 KT 서브마린의 설명이다.

2011년 단일 프로젝트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1000억 원대 해저전력케이블 공사에 뛰어들기도 했다. LS전선으로부터 HVDC 사업의 핵심 공정인 해양설치분야를 수주해 특수 선박과 장비를 활용, 진도~제주 간 105㎞ 해저구간에 HVDC 케이블을 포설한 후 케이블 보호를 위해 해저면 3m까지 매설하는 고난도 작업을 진행했다. HVDC는 고압의 전기를 한꺼번에 보내 전력 손실을 줄인 일종의 전기가 오가는 고속도로를 말한다.

이 프로젝트는 배전 케이블 시공에 국한된 경험을 HVDC 송전케이블 건설까지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 또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면서 향후 유사 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경쟁력을 높이는 초석이 됐다.

KT 서브마린 직원이 무인수중잠수정(ROV)을 점검하고 있다. /KT 서브마린 제공
KT 서브마린 직원이 무인수중잠수정(ROV)을 점검하고 있다. /KT 서브마린 제공

이외에도 KT 서브마린은 해저 유전에서 채굴된 석유·천연가스 등을 육상 저장 장소까지 운송하는데 사용하는 해저파이프라인의 설치 및 점검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또 해양방위산업과 기상관측 등 특수케이블을 설치하는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잠수함 이동 등을 관측하는 항만감시시스템 설치 사업을 모두 수주했으며, 지진 등 각종 해양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해저특수케이블 및 시설물 설치 작업에도 수차례 투입됐다.

특히 해저지진계 설치 성과가 눈에 띈다. KT 서브마린은 2014년 일본 무로토 해역 일대에 첫 번째 해저지진계 설치를 완료했다. 해저지진계 설치 작업은 고난도 작업으로 주로 일본 자국 내 업체를 통해 시공됐으나, 국내 기업으로는 최초로 일본 해저지진계 설치 공사를 수주해 시공을 완료한 것이다. KT 서브마린은 2016년 일본 통신·전자기기 회사 NEC로부터 수주해 수심 1000m 해저 면에 해저지진계를 설치하는 공사를 성공적으로 마치기도 했다.

해저전력케이블이 해저 면에 설치되기 위해 리스폰더호 선체에 있는 케이블 엔진을 통과하고 있다. /KT 서브마린 제공
해저전력케이블이 해저 면에 설치되기 위해 리스폰더호 선체에 있는 케이블 엔진을 통과하고 있다. /KT 서브마린 제공

◆ 해저케이블 입지 기반…종합 해양 솔루션 제공 업체로

현재 KT 서브마린은 신재생에너지에도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온난화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친환경에너지로서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회사가 이런 새로운 영역에 도전할 수 있었던 데는 자신감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대규모 사업인 진도~제주 간 HVDC 해저전력케이블 설치 공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KT 서브마린은 이 경험을 바탕으로 인접 영역 진출을 모색했고, 해상풍력단지에서 생산된 전력을 육지로 보내주는 해저전력케이블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KT 서브마린은 대만 해상풍력 사업 관련 업체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추진했다. 이후 2014년 12월 대만 창화 지역 해상풍력 실증단지 프로젝트 수주에 성공했다. 물론 아직 사업이 활성화되지 않았다. 하지만 새로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국정 운영 과제 중 하나로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오는 2030년까지 20% 이상 확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해상풍력·조력발전 등 해양에너지 시장의 활성화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KT 서브마린은 정부의 정책 방향에 맞춰 신재생에너지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KT 서브마린은 또 비케이블 사업 영역에서도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는 해저 장비를 활용한 '인양 사업'이 대표적이다. 수심이 깊은 바다에서는 사람이 직접 작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KT 서브마린의 무인수중잠수정 ROV가 이를 대신할 수 있다. 주로 해저케이블 매설에 활용되는 ROV가 인양 사업에 투입되면 바닷속에 있는 기체와 주요 장비를 확인하는 역할을 맡는다. ROV는 2006년 F-15K 추락 사고, 2011년 아시아나항공 화물기 추락 사고 당시 현장에 투입된 바 있다.

이렇듯 KT 서브마린은 해양 작업 경험을 살려 국내 해양 산업 선진화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모든 것이 연결되는 초연결 시대를 앞두고 통신망 의존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주력인 해저케이블 설치 및 유지·보수 전문 회사로서 입지를 단단히 한다는 방침이다. 이후 다양한 해양 산업 영역에서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모색해 종합적인 해양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로 발돋움한다는 게 목표다.

이철규 KT 서브마린 대표이사(사장)는 "해저통신케이블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는 동시에 회사의 성장성 확보를 위해 해저전력케이블 등 인접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겠다"며 "아시아 1등에서 글로벌 1등으로 도약하기 위해 KT 서브마린은 앞으로도 전속 항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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