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케이뱅크가 다시 불거진 인가 특혜 의혹과 자금난에 따른 대출 상품 중단 등으로 고민에 휩싸였다. 사진은 지난 4월 케이뱅크 창립 1주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 모습. /더팩트 DB |
케이뱅크, 어려운 환경 어떻게 극복할까
[더팩트ㅣ서민지 기자]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반복된 특혜 의혹과 자금난으로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인터넷은행 인가 특혜 의혹이 다시금 떠오른 것은 물론 은산분리 완화가 통과되면서 한숨 돌리는 듯했지만 시행을 앞두고 자금난으로 대출 상품 중단을 반복하고 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8일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케이뱅크 인가를 위한 특혜가 있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박영선 의원실 제공 |
◆케이뱅크, 1년 넘게 지속된 '인가 특혜' 의혹
이번 국정감사에서 금융권은 특별한 이슈 없이 다소 조용하게 지나갔지만, 케이뱅크가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다. 인가 특혜 의혹이 다시금 재점화됐기 때문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8일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케이뱅크 인가를 위한 특혜가 있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케이뱅크를 인터넷은행 사업자로 내정한 뒤 평가 결과를 짜 맞췄다는 게 박 의원의 주장이다.
지난 2015년 10월 1일 KT와 카카오, 인터파크는 각각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인터넷은행 예비인가를 신청하고, 금융감독원은 같은 해 11월 27~29일 외부평가위원들을 2박 3일간 합숙시키면서 심사 평가를 진행한 뒤 예비인가 사업자를 발표했다.
그러나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결과 발표 9일 전인 11월 20일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 수첩에 평가 결과 점수가 적혀 있었다. 안 전 수석의 수첩에는 '카카오 86, KT 우리 83, 인터파크 SKT 64'라 적혀 있었는데, 이는 실제 평가 결과와 일치했다.
금융감독원이 박 의원에게 제출한 심사평가 결과표를 보면 1000점 만점에 카카오는 860.8, 케이뱅크는 831.2, 아이뱅크(인터파크)는 642.6점을 받았다. 해당 평가 결과는 인가를 신청한 사업자들에게도 비공개된 자료였던 만큼 안 전 수석의 수첩 내용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의혹이 커지고 있다.
케이뱅크의 특혜 인가 의혹은 지난해 7월부터 이어지고 있다. 케이뱅크의 최대주주인 우리은행이 예비인가 신청 당시 자기자본(BIS)비율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 당국이 인가를 내줬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하지만 금융 당국이 "인가 절차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면서 의혹이 잦아드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2월 참여연대가 케이뱅크 특혜 인가 의혹과 관련해 금융위에 대한 공익감사를 요구하면서 재차 잡음이 일었다. 지난 6월 감사원이 금융위에 대한 감사를 기각하기로 했고, 특혜 의혹도 일단락됐지만, 이번 국감에서 또다시 논란이 된 것이다.
황창규 KT 회장은 국감에서 이같은 의혹에 대해 "그런 사실이 없다. 안 전 수석에게 청탁한 바가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금융위 관계자도 "인터넷은행 예비인가를 위한 외부평가위원회는 철저히 보안을 유지하면서 객관적·독립적 평가 절차를 거쳐 이뤄졌다"며 "안 전 수석 수첩 메모에 외부평가위원회의 평가결과와 유사한 내용이 기재된 경위에 대해 알 수 없으며, 메모 작성 경위 등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필요한 경우 어떠한 조사에도 응하겠다"고 밝혔다.
케이뱅크가 취급 한도를 설정해 한도를 소진할 경우 판매를 중단하는 여신 쿼터제를 시행하고 있는 가운데 자금난으로 잇따라 신용대출 상품 운영이 중단되고 있다. /더팩트 DB |
◆케이뱅크, 신용대출 또 중단…5개월간 12번째
자금난도 이어지고 있다. 케이뱅크는 지난 17일부터 '직장인K마이너스통장', '직장인K신용대출', '슬림K신용대출', '일반가계신용대출' 등 4개의 신용대출 상품 운영을 중단했다.
케이뱅크가 상품 판매를 중단한 것은 지난 6월 이후 5개월 동안 12번째다. 자본이 부족한 케이뱅크는 건전성 관리를 위해 매월 여신 쿼터제를 시행하고 있다. 취급 한도를 설정해 한도를 소진할 경우 판매를 중단하는 것이다.
2분기 기준 케이뱅크의 자기자본비율(BIS)은 10.71%로 은행 평균 15.92%에 미치지 못한다. 같은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16.85%)와 비교했을 때도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BIS는 총자본 대비 자기자본 비율로 은행의 건전성을 판단할 수 있는 지표로 금융감독원은 BIS가 8%로 떨어지면 적기시정조치를 내린다. 케이뱅크는 건전성 관리를 위해 매달 상품 판매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은산분리 완화가 통과됐지만, 시행 전까지는 이같은 수순이 반복될 전망이다.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대출 상품 중단이 당연한 수순으로 보일 수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신뢰감을 떨어뜨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케이뱅크 측은 증자와 은산분리 완화 이후 자금난이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건전성 관리를 위해 쿼터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증자가 마무리되면 정상적인 영업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며 "내년부터 은산분리 완화가 시행되면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