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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구의 상암토크] 조세정의 바로 세울 '구글세' 왜 머뭇거리나
입력: 2018.10.18 05:00 / 수정: 2018.10.18 05:00
올해 국정감사는 그동안 논의 수준에 머물렀던 구글세를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가 10일 경기 정부과천청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청사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뉴시스

올해 국정감사는 그동안 논의 수준에 머물렀던 구글세를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가 10일 경기 정부과천청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청사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뉴시스


외국기업 세금 꼼수에 국내기업 ‘역차별’...정부와 정치권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아야

[더팩트ㅣ김민구 기자] 미화 100달러 지폐에 등장하는 ‘미국 건국의 아버지’ 벤저민 프랭클린이 남긴 말 가운데 심금을 울리는 명언이 있다. “인간이 피할 수 없는 것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죽음이고, 또 하나는 세금"이 바로 그것이다. 맞는 얘기다. 세금은 피할 수 없는 운명임에는 틀림없다.

납세는 누구나 지켜야 할 의무이지만 국내에서 영업 중인 다국적 기업에는 딴 나라 얘기다. 이들은 교묘한 방법으로 세금을 회피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국정감사(국감) 현장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감에서 외국기업의 ‘세금 꼼수’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들 외국기업은 국내에서 돈을 많이 벌고 있지만 세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않아 국감장에서 비난의 중심에 설 수 밖에 없었다.

대표적인 업체가 미국 정보통신(IT)기업 구글이다. 구글에 대한 원성이 얼마나 높았으면 이날 국감에서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구글을 상대로 정부 합동조사를 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겠는가. 구글은 번민으로 잠 못 드는 밤을 보낼 것 같다.

구글이 국감장에서 ‘공공의 적’으로 전락한 이유가 세금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구글은 지난해 국내 매출이 약 5조원에 육박해 놀라움을 자아낼 정도다. 그런데 이 업체가 국내에서 낸 세금이라고는 고작 200억 원이 전부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이에 비해 국내 검색업체 네이버는 지난해 매출액이 4조6785억 원이고 이 업체가 낸 법인세가 4000여억 원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과 네이버 매출 규모가 거의 비슷하지만 구글 납세액은 네이버의 20분의 1 수준에 그친 셈이다. 이 정도면 세금 역차별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처럼 황당한 상황이 벌어진 데에는 구글 등 일부 글로벌 IT업체가 국내에서 벌어들인 매출액과 수익을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금을 덜 내겠다는 꼼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러다 보니 구글 뿐만 아니라 한국에 진출한 유명 IT기업의 ‘세금 꼼수’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게 불 보듯 뻔하다.

구글 등 다국적 기업이 우리 땅에서 ‘납세 횡포’를 부리는 데에는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다. 구글처럼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다국적기업에 정당한 세금을 매기는 이른바 ‘구글세(稅)’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19대 국회(2012-2016년)때부터 해마다 국감 시즌이 오면 구글세가 국감 단골메뉴로 올랐지만 결국 흐지부지됐다. 국민적인 공분을 사는 이슈가 6년이 넘도록 국회 서랍 속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데에는 눈앞의 이익 밖에 못 보는 터널 비전(tunnel vision)에 갇혀 있는 여의도 정객 탓 아니겠는가.

글로벌 기업의 ‘세금 꼼수’는 조세 분야에서 국내기업과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소해야 하는 과제를 던졌다. 다국적 기업이 내는 법인세가 네이버 등 국내 기업이 부담하는 세금에 비해 턱없이 적다는 점은 토종기업에 대한 부당한 대우가 아닐 수 없다.

세무당국은 글로벌 기업의 ‘세금 횡포’를 반면교사로 삼아 조세정의를 확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국내기업이 단돈 1원짜리 한 푼이라도 탈세를 했는지 알아내기 위해 혹독한 ‘검증 현미경’을 들이대는 세무당국이 다국적기업의 세금 꼼수에는 팔짱만 끼고 있는 모습은 그저 의아할 따름이다. 세무당국의 이 같은 더블 스탠더드(이중잣대)는 ‘국내기업 차별’ 논란만 부채질하는 꼴이다.

구글 등 외국기업의 도가 넘은 ‘곶감 빼먹기’는 이제 멈춰야 한다. ‘구글세’ 도입에 대한 정치권의 무관심과 안이한 태도는 외국기업들 사이에서 만연한 ‘한국은 봉’이라는 그릇된 인식을 고착화할 뿐이다.

국내 기업이 외국 기업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에 놓여 있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조세정의가 이뤄져야 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정치권이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나마 깨닫고 대책 마련에 나설 지 국민들은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


gentlemin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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