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년 국내에 처음 등장한 사모펀드 전문회사(PEF)가 최근 10년 새 3배 이상 규모를 키우며 급성장하고 있다. 금융 당국의 규제 완화로 사모펀드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국내 주요 PEF를 중심으로 PEF의 발전 과정과 펀드 운용 상황 등을 짚어봤다.<편집자주>
IMM PE '금융'·한앤컴퍼니 '해운' 집중[더팩트ㅣ서민지 기자] 꾸준히 '강자' 자리를 지키고 있는 PEF가 있다.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는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와 한앤컴퍼니가 그 주인공이다.
IMM PE와 한앤컴퍼니는 각각 2006년, 2010년에 설립됐다. 금융업부터 해운업 등 PEF마다 집중하는 업권에 따라 전략적으로 투자하면서 몸집을 불려 나가고 있다.

◆IMM PE, 은행·보험사 주주로…증권도 눈길?
IMM PE는 우리은행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등 금융권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IMM PE는 지난 2016년 우리은행의 과점주주 방식 지분인수에 참여해 지분 6.0%를 4500억 원에 사들였다. 이는 과점주주 중 가장 높은 지분율로 예금보험공사와 국민연금에 이어 3대 주주로 활동하고 있다.
이에 앞서 IMM PE는 2012년 교보생명 지분 5.23%를 인수하기도 했다. 당초 약속보다 늦은 시점이긴 하나, 최근 교보생명이 기업공개(IPO)를 공식화한 만큼 향후 투자 이익을 기대해볼 만한 상황이다. 교보생명은 당시 IMM PE를 비롯해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베어링 PE, 싱가포르투자청 등에 지분 24%를 매각하면서 2015년 9월까지 상장하겠다는 약속을 한 바 있다.
IMM PE는 케이뱅크의 새 주주로 참여하며 인터넷전문은행에도 관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케이뱅크는 지난 10일 이사회를 통해 12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했는데, 이 과정에서 기존 주주가 사들이지 못하는 실권주를 IMM PE가 사들이기로 했다.
교보증권 인수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교보증권 매각설이 잠잠해졌지만, 매각이 공식화될 경우 IMM PE가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유력하게 점쳐진다.
금융권 외에 IMM PE의 투자 사례로는 티브로드, 한독, 에이블씨엔씨 등을 들 수 있다. IMM PE는 지난 2014년 JNT인베스트먼트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태광그룹으로부터 티브로드 지분 20.13%를 2000억 원에 인수했다. 당시 태광그룹은 티브로드를 2017년까지 상장하지 못하면 콜옵션을 행사해 지분을 되사겠다는 조건을 걸었다.
하지만 티브로드 기업가치가 떨어지면서 IPO가 어려워졌고, 결국 태광그룹이 지난 2월 콜옵션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양측이 가격을 두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어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3000억 원 안팎에 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IMM PE는 투자 4년 만에 50%가량의 수익률을 올리게 되는 것이다.
지난 3월에는 보유하고 있던 한독 지분 전량을 1500억 원에 매각하며 5년 만에 두 배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 IMM PE는 2012년 한독 지분 30%를 570억 원에 인수하고, 2014년 전환사채에 200억 원을 투자하는 등 총 770억 원 정도를 투입한 바 있다.
지난해 투자한 에이블씨엔씨를 두고는 고민이 깊은 상황이다. IMM PE는 지난해 4월 화장품 로드샵 브랜드 '미샤'로 잘 알려진 에이블씨엔씨의 창업주이자 대주주인 서영필 대표의 지분 25.54%를 1882억 원에 인수했다. 이후 증자 등을 통해 지분율을 59.54%까지 끌어올린 상태다.
하지만 투자 이후 에이블씨엔씨의 실적과 주가는 크게 흔들리고 있다. 에이블씨엔씨의 매출액은 2016년 4346억 원에서 지난해 3733억 원으로 줄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43억 원에서 112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주가 역시 지난해 4월 말 2만8103원에서 이달 11일 1만650원으로 인수 당시 때보다 약 62% 떨어졌다.
IMM PE의 6월 말 출자약정액은 2조8300억 원으로 우리은행과 교보생명, 에이블씨엔씨를 비롯해 할리스, 현대삼호중공업, 현대 LNG 해운, 쏘카, 대한전선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앤컴퍼니, '불황' 해운업에 과감한 투자
'SK해운 인수'. 최근 한앤컴퍼니가 주목 받은 이슈 중 하나다. 한앤컴퍼니는 이번 달 SK해운 지분 71% 인수를 위해 1조5000억 원을 투자했다.
한앤컴퍼니는 2010년 설립해 대규모 PEF 중 뒤늦게 출범했지만 빠르게 성장하면서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6월 말 기준 출자약정액은 3조9000억 원으로 PEF업계에서 MBK파트너스(9조8900억 원) 뒤를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한앤컴퍼니는 PEF로 제조·해운·유통·호텔 분야 등 다양한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특히 한앤컴퍼니는 해운업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우리나라는 '해운 강국'이라 불릴 정도로 국내 해운 시장은 2000년대 초중반까지 호황을 이뤘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암흑기에 빠진 뒤 경기 하락과 고유가 등으로 불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한앤컴퍼니는 중장기 계약을 기반으로 한 벌크선사 등 해운업이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하며 투자에 매진했다. 해운업에 적극 관심을 보인 시점은 지난 2012년으로 STX팬오션(현 팬오션)과 대한해운이 매물로 나오자 인수 의사를 밝혔다. 계약이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해운업에 대한 관심은 놓지 않았다.
결국 2014년 한진해운 전용선 사업부(현 에이치라인해운) 인수에 성공하며 본격적으로 해운업계에 발을 담갔다. 이후 2016년 현대상선 벌크 전용선 사업부문을 인수하며 사업을 더욱 확장했다. 에이치라인해운은 한앤컴퍼니가 세운 한앤코해운홀딩스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투자는 성공적이었다. 에이치라인해운은 시장 점유율 40%를 차지하는 국내 1위 벌크선사로 떠올랐다. 이를 통해 쌓인 해운업에 대한 노하우와 자신감을 바탕으로 SK해운 지분 71%, 1조5000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한앤컴퍼니는 최대주주로 등극했으며, 원유와 LNG, LPG 등 다양한 자원수송 분야의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지분 매각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한앤컴퍼니는 지난 2013년 웅진식품의 지분 57.87%를 1150억 원에 사들였는데, 유상증자를 통해 현재 74.7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감안하면 매각가가 3000억 원 수준에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앤컴퍼니는 해운업을 중심으로 쌍용양회와 대한시멘트, 한남시멘트 등 시멘트 업체와 코아비스, 한온시스템 등 자동차 부품 업체 등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