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화점 3사 '야심찬' 세일 예고…현장은 '썰렁'[더팩트ㅣ명동·압구정=지예은 기자·김서원 인턴기자] "'코리아세일페스타'요? 처음 들어봤어요. 그저 세일한다고 해서 왔는데 이월 상품뿐이네요."(롯데백화점 본점 방문객)
'2018코리아세일페스타'가 시작된 28일. 현장에서 취재진은 행사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쇼핑축제'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국내 최대 쇼핑관광축제 '코리아세일페스타'가 막을 올렸다. 다음 달 7일까지 진행되는 이 행사는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박근혜 정부가 내수경제 활성화를 위해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를 벤치마킹한 대대적인 세일 행사다. '코리아세일페스타'는 올해로 3회째를 맞았다. 하지만 취재진이 찾은 서울 도심 백화점 일대는 일반적인 평일 동시간대만큼이나 썰렁했고 소비자들의 반응 또한 시큰둥했다. 지난해 미흡했던 부분을 보완해 나아진 모습을 기대했지만 전혀 아니었다.
이날 오후 2시쯤 <더팩트> 취재진은 '쇼핑 일번지'인 서울 명동에 위치한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본점을 먼저 방문했다. 입구부터 각 상점마다 '코리아세일페스타'를 알리는 포스터와 함께 10~50% 세일 문구가 고객들을 반기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내부는 비교적 한산했다. 종업원들만 덩그러니 매장을 지키고 있기도 했다.

롯데백화점 본점 2층에서 패션 잡화를 판매하는 한 직원은 "오늘부터 행사가 시작됐고 아직 이른 오후 시간대라 사람들이 모이지 않았다"며 "퇴근 시간이 지난 늦은 오후가 돼서야 사람들이 조금은 더 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솔직히 분위기를 봐서는 평소와 별 차이는 없어 보이고 고객이 크게 몰릴 것 같지는 않다"면서 "할인율을 좀 더 높이고 상품도 좀 더 다양화했으면 좋았을 텐데, 고객들은 '코리아세일페스타'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코리아세일페스타'에 대한 쇼핑객들의 인식은 부족한 듯 보였다. 대부분의 백화점 방문객들은 '코리아세일페스타'를 통상적인 백화점 정기세일로 인식하는 분위기였다. 할인 대상 상품은 대부분이 이월 상품이었고 세일의 폭 또한 대다수가 10%, 매대 상품은 30~40% 선이었기 때문이다. 한 방문객은 "'코리아세일페스타'라고 해서 특별한 할인 이벤트나 매장이 있는 줄 알았는데 별다를 게 없어 보인다"며 "일반 가을 정기 세일이랑 차이점을 모르겠다"고 실망한 기색을 드러냈다.
신세계백화점은 '코리아세일페스타'를 알리는 핑크색 포스터가 내부를 도배하고 있을 뿐, 사실상 품목별 할인율은 대부분 10~30% 수준에 불과했다. 평일 오후 가장 손님이 많을 여성의류층 기준으로 방문객은 100여 명 수준이었다. 2층 여성 클래식 매장을 둘러본 한 60대 여성은 "세일한다고 해서 왔는데 이월 상품뿐이라 실망스럽다. 더 둘러볼 것도 없이 구매 의사가 사라졌다"며 빈손으로 백화점을 나섰다.

지난 2015년 당시 첫 '코리아세일페스타'부터 자리를 지켜 온 한 직원은 "3년 전만 해도 그래도 대대적으로 홍보도 하고 세일도 크게 진행해서 고객들도 많이 왔는데 이번에는 행사가 시작됐는지 실감이 안날 정도로 너무 조용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만 해도 중국인 쇼핑객들이 많이 왔었는데 지금은 30% 이상 줄었다"며 "중국인 관광객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외국인 고객들이 많이 줄어서 매출에는 크게 기여할 것 같아 보이진 않는다"고 설명을 더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또한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입구부터 매우 한산했고 외국인 쇼핑객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되레 직원 수가 더 많아 보이기까지 했다. 지하 1층 가정용품관의 한 직원은 "신상품까지 할인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쇼핑객들이 크게 늘지는 않았다"며 "평소에 백화점 물건을 구입할 생각이 있던 사람들이 할인을 좀 더 하니까 오는 수준이다"고 고백했다.
한편 '코리아세일페스타'는 지난해보다 예산·기간·참여기업 수까지 크게 줄어들어 사실상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박근혜 정부 때 시작된 행사다보니 현 정부가 소극적인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가 책정한 이번 예산은 총 34억5000만 원으로, 지난해 51억 원의 67% 수준이다. 참여기업 수는 총 231개사(유통 96개, 제조 84개, 서비스 51개)로 2017년 446개사(유통 192개, 제조 115개, 서비스 139개)의 반 토막 수준이다. 기간 역시 10일로 지난해 34일의 3분의 1로 줄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리아세일페스타'에 행사 전부터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본 취지와는 다르게 점차 보여주기 식 행사로 전략하는 것 같다"고 문제점을 꼬집었다. 그는 "정기 세일과 딱히 다른 점도 없고 기간이 맞물려서 정부가 요구한 대로 이름과 로고를 갖다 붙였다"며 "정부도 예년보다 행사 준비에 그렇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고 솔직히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