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이 팀장급 직원을 대상으로 지난달까지 매월 리더십 교육을 진행한 강원 홍천의 힐리언스 선마을 전경. 이곳에서는 '디지털 디톡스'란 이름으로 특정 지역을 제외하고는 휴대전화 통신을 이용할 수 없다. /홍천=장병문 기자 |
"팀장급 이상 직원 대상 교육 9월부터 평일 실시" 해명
[더팩트|홍천=고은결 기자] 대웅제약이 팀장급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주말 교육 일정을 이달부터 주중으로 갑자기 변경했다. 대웅제약은 그동안 직원들의 휴식 시간인 주말을 이용해 월별 교육, 분기별 교육을 강제적으로 진행함으로써 일부 직원들의 원성을 사왔으나 공교롭게도 <더팩트>가 취재에 들어간 9월부터 평일로 교육일정을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더팩트>가 취재한 결과 대웅제약은 지난달까지 영업직의 경우 사업부별로 돌아가면서 월별 교육과 직군별 분기별 교육을 주말에 강제적으로 실시했다. 월별 교육과 분기별 교육은 리더십을 주제로 팀장급 이상 직원이 대상이다. 이에 대해 일부 대웅제약 직원들은 " 월 1회 이상 빈번한 주말 교육을 받았다. 잦은 워크숍 일정으로 1년에 온전히 쉰 주말이 20번도 되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같은 불만이 외부로 알려지는 시점에 대웅제약 측은 주말 교육일정을 주중으로 갑자기 변경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주 52시간 시대에 발맞춰 교육 일정을 9월부터 평일에 진행한다. 일부 관리직 직원들은 17일(월요일)에도 교육을 받았다"고 변경 사유를 설명했다.
대웅제약의 '말 많은' 주말 교육일정 변경은 지난달 27일 윤재승 전(前) 대웅제약 회장이 '욕설 파문'으로 회장직에서 물러난 뒤 <더팩트>가 '강요된 디톡스'에 대한 추적 취재를 시작한 시점과 비슷하다.
◆통신두절로 고립된 대웅제약 '힐리언스 선마을'
대웅제약의 리더십 교육 장소는 강원도 홍천에 있는 힐리언스 선마을과 경기도 용인의 대웅경영개발원 등이다. 이 중 힐리언스 선마을은 '디지털 독소'를 몸에서 뺀다는 이유를 내세워 교육 등을 진행하는 회의실을 제외하고는 통신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더팩트>가 힐리언스 선마을을 직접 찾아가본 결과 리조트 초입부터 휴대전화 통신이 끊겼다. 교육을 진행하는 회의실, 강당 등에서만 인터넷 연결과 통화가 가능하다. 이곳은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를 콘셉트로 설정해 통신을 의도적으로 불가능하게 했다. 디지털 디톡스는 휴대전화 등 디지털 중독에 빠진 현대인들의 심신을 치유하기 위해 디지털 기기 사용을 중단하고 휴식하는 처방 요법이다.
힐리언스 선마을 내 카페에서 통신이 불가하다는 표시가 띄워진 스마트폰 화면. /홍천=장병문 기자 |
힐리언스 선마을을 운영하는 힐리언스는 대웅제약 계열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힐리언스 지분 75.8%를 보유한 대주주다. 이 밖에 풀무원홀딩스(10.0%), 매일홀딩스(8.5%), 사조동아원(2.7%), 이시형(2.7%) 등이 힐리언스 지분을 갖고 있다.
힐리언스 선마을은 회장직에서 물러난 윤재승 전 대웅제약 회장이 공을 들인 곳으로도 유명하다. 윤 전 회장은 대웅제약과 매일유업, 풀무원, 사조동아원 등과 손잡고 힐리언스 선마을을 함께 설립했다. 그러나 주말 교육이 잦아지면서 직원들 불만이 커져 '도심 속을 떠나 힐링하자'는 윤 전 회장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한 직원은 "힐리언스 선마을을 워낙 자주 방문해 현지 직원들과 얼굴을 익혔을 정도"라며 "통신도 제대로 터지지 않는 곳에서 회사 이야기만 하는 것은 '강요된 힐링'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직원들 불만이 커지자 대웅제약은 리더십 교육을 9월부터 평일에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직원들의 휴식시간을 지속적으로 빼앗으면서 발생한 '근로시간 논란'을 다분히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대웅제약은 팀장급 이상 리더십 교육을 힐리언스 선마을과 경영개발원에서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병문 기자 |
회사 측은 이에 대해 "교육이 지난해까지는 매월 있었지만 연초부터 교육을 줄이자는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면서 "주말 교육은 금요일~토요일, 일요일~월요일 일정으로 진행돼 주말을 온전히 사용한 것이 아니며 주말 교육을 받은 직원들은 평일에 하루 쉴 수 있는 규정을 두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교육대상자 가운데 한 명은 "직원들이 리더십 교육을 눈치 보지 않고 빠지거나 평일에 대체 휴가를 가는 것이 사실상 쉽지 않다. 강요된 디지털 디톡스요, 교육에 다름 아니다"고 말했다.
◆제약업계 주 52시간 시대 여전히 요원?…"교육시간도 엄연한 근무시간"
대웅제약 측이 해당 교육을 평일에 진행하기로 변경했다고 밝혔지만 사용자의 지시에 의해 이뤄진 교육은 엄연한 근무시간으로 포함되므로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정의당 소속 최강연 노무사는 "교육이 '사용자의 지시'로 실시되고 그 지시를 노동자가 거부할 수 없거나 관계법령에서 정한 업무 수행에 필요한 의무교육이면 해당 교육시간은 노동시간"이라고 말했다.
최 노무사는 이어 "사용자의 지시에 의해 실시되는 교육이면 업무와 관련 없는 교양이나 취미에 관한 교육도 노동시간에 해당한다"고 부연했다. 만약 교육시간이 출근일이 아닌 휴일에 실시되거나 퇴근시간 이후인 경우 휴일노동 또는 연장노동에 해당하므로 휴일 및 연장노동시간에 대한 임금뿐만 아니라 가산수당(50%)까지 지급해야 한다.
한편 야간 연장·주말 근무가 많은 제약업계 특성상 근무시간 논쟁은 특정 회사에 국한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 52시간 시대라고 하지만 교육시간, 대기시간 등을 칼같이 근무시간에 포함시키는 분위기가 완벽히 정착되려면 더욱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올해 7월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된 300인 이상 제약사는 70여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