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가 자본 부족으로 신용대출 상품 판매를 다시 한 번 중단했다. 사진은 지난 4월 케이뱅크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유상증자 방안에 대해 설명하는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의 모습. /남윤호 기자 |
규제 완화 차일피일…어려운 자본 확충
[더팩트ㅣ이지선 기자]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미뤄지면서 케이뱅크가 다시 대출을 중단하게 됐다. 자본 확충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케이뱅크는 국회의 인터넷전문은행 특별법 통과만 간절히 바라고 있다.
케이뱅크는 12일부터 '직장인K 신용대출'과 '직장인K 마이너스통장'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대신 다음 달 1일부터 해당 대출 상품 판매를 재개한다는 계획이다.
케이뱅크의 대출 중단과 재개는 지난 6월부터 이어져왔다. 출범 후 석 달 만에 신용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가 재개한 바 있고 마이너스 통장 상품도 6월과 7월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다.
이러한 대출 중단은 자본이 부족한 탓이다. 대출을 내주려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등 건전성 기준을 맞춰야 하지만 자본이 부족해 대출을 늘릴 수 없는 것이다. 케이뱅크 또한 대출 중단이 여신 건전성과 포트폴리오 관리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케이뱅크는 자본 수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두 차례에 걸친 유상증자에서 1800억 원을 늘리는 데 그쳤다. 지난 7월 진행된 두 번째 유상증자는 1500억 원을 목표로 했지만 주주 전체가 한 번에 자금을 투입하기 어려워 300억 원만을 모았다.
유상증자가 어려운 것은 은산분리 규제 탓이다. 현 규제에 따르면 산업자본은 은행 지분 4%만을 보유할 수 있다. 케이뱅크 주주 중에서 이 규제에서 벗어난 곳은 우리은행과 DGB캐피탈 등 금융회사뿐인데 이들만 증자하면 다른 곳 지분율이 낮아지게 된다. 이에 따라 주주들의 증자에 대한 의견 일치가 더 어려운 셈이다.
케이뱅크는 실적도 부진하다. 상반기 395억 원의 순손실을 냈고 재무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여신비율은 6월 말 기준으로 0.22% 뛰었다.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 비율도 지난해 상반기보다 6.67% 떨어진 10.71%를 기록하며 악화됐다.
케이뱅크는 자본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담은 국회의 인터넷전문은행 특별법안 통과만을 바라고 있다. /더팩트 DB |
케이뱅크는 자본 부족과 실적 악화에 국회만 바라보고있다. 은산분리 완화로 우선 대주주인 KT의 투자만 가능해진다면 숨통을 틔울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1500억 원 규모 유상증자에 실패하면서 케이뱅크는 규제 완화에 대한 절실함을 표출했다. 케이뱅크 측은 "인터넷은행에 대한 규제개혁 논의가 다시금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고객 혜택 강화와 혁신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 법안(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은 문재인 대통령이 내놓은 금융 규제혁신 1호 안건이다.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를 제한하는 규제가 인터넷전문은행 성장을 막는다는 지적에서다. 오는 14일과 20일 정기국회 본회의에서 법안 처리 향방이 결정된다.
하지만 아직 법안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여당과 야당의 견해차가 크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자산 10조 원이 넘는 대기업집단을 제외하고 규제를 풀어주되 정보통신기술 분야 자산비중이 50%를 넘는 기업만 예외적으로 은행 투자를 허용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대기업 차별 조항을 만들면 안된다는 입장이다. 야당은 인허가권을 시행령에 위임하자고 주장하며 전면적인 규제 완화를 제시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은산분리 완화 없이도 케이뱅크가 자구책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케이뱅크의 경영난은 은산분리 규제 탓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지 못한 탓"이라며 "부실은 자신의 힘으로 극복해야한다"는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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