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금융 계열사의 실적 부진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 남대문구에 있는 롯데손해보험·롯데카드 본사 건물. /더팩트DB |
롯데 금융계열사, 총수 부재 속 지지부진한 지분구조 개선
[더팩트ㅣ이지선 기자] 롯데그룹의 금융 계열사가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통합감독 등의 규제에 따라 압박감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이 가운데 총수 부재에 지분 매각에 대한 불확실성도 더해져 침체한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 금융계열사인 롯데카드와 롯데캐피탈 실적이 동반 부진한 상황이다. 롯데카드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77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2% 감소했다. 당기순이익도 552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9.2% 감소했다.
롯데카드 수익 악화에는 상반기 마케팅비 지출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새로운 카드 라인업인 'I'm(아임)'을 내세우면서 광고선전비가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롯데캐피탈도 동반 부진했다. 영업이익은 897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8.8% 줄었고 당기순익도 696억 원으로 4.3% 감소했다.
롯데 지주사의 계열사는 아니지만 호텔롯데 산하에 있는 금융 계열사 롯데손해보험도 건전성이 악화됐다. 롯데손보는 올 상반기 기준으로 지급여력비율이 5.27%포인트 떨어진 155.60%였다. 9개 손보사 중 가장 낮은 비율을 나타냈으며 이는 금융감독원의 권고 비율인 150%를 겨우 충족한 수준이다.
롯데 금융계열사 부진은 업황 영향 등에 따라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미 롯데카드는 카드업계에 대한 수수료 인하 정책 등으로 2011년 이후로 줄곧 순이익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일각에서는 롯데 금융계열사가 실적 악화가 당국의 감시 압박으로 장기화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특히 롯데카드의 경우 금융감독원이 내부거래 의존도가 높다고 지적하고 나서 실적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달 롯데카드는 금융감독원의 금융그룹 통합감독 1호 대상으로 선정됐다. 롯데카드는 포인트 혜택 등이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등 유통 계열사에 몰려 내부거래 비중이 다른 카드사에 비해 높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때문에 금감원 점검 결과 이에 대한 개선요구가 나온다면 사업 기반도 약화될 수 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리뉴얼한 카드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며 "수수료 인하와 마케팅 축소 권고 등은 카드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으로 특별히 롯데카드에 국한된 이슈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지분매각 등 처리할 현안이 많은 롯데 금융 계열사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구속되면서 총수 부재에 따른 불확실성이 더 커진 상황이다. 사진은 지난달 국정농단과 경영비리 혐의에 대한 항소심 결심공판에 참석한 신동빈 롯데 회장의 모습. /임세준 기자 |
롯데 금융계열사는 지주사 체제 전환에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지난해 10월 지주회사 체제로 출범 후 공정거래법상 2년 내 금융회사를 처분해야 한다. 롯데그룹은 롯데카드(지분 93.8%)와 롯데캐피탈(25.6%) 등 투자목적의 금융회사를 처리해야 한다. 기한은 2019년 10월까지 약 1년 정도 남은 상황이다.
롯데카드가 그룹에서 떨어져 나온다면 신용도가 떨어질 수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금융계열사 중 그룹 지원이 줄어들 가능성을 반영해 롯데카드에 대해서만 장기신용등급을 AA/Stable에서 AA/Negative로 조정하기도 했다.
앞서 이러한 신용도 하락을 우려해 호텔롯데와의 계열사 간 지분거래가 유력한 지분구조 개편 방안으로 제시됐다. 호텔 롯데 재무구조가 비교적 안정적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텔롯데의 1대 주주가 일본 회사인 만큼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롯데그룹 지배구조 재편 계획에 따라 호텔롯데를 지주사로 편입시킬 경우 다시 한번 금융사 매각 절차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이 방안은 가능성이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 금융 계열사 지분이 '패키지'로 시장에 나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손해보험과 카드, 캐피탈 등을 일본 계열사인 호텔롯데가 아닌 제 3자에게 매각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최근 은행 금융지주사가 비은행 계열사 강화를 위해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전개하고 있어 '제 3자 매각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지주사들이 적극적인 인수합병 등을 위해 자본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매각 시 금융계열사 신용도 하락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면서 "롯데 금융 계열사는 포인트 등을 기반으로 충성 고객층이 확보돼 은행 계열 지주사들도 매력적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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