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보험사 CEO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은행회관 로비로 들어서고 있다. /명동=이지선 기자 |
'즉시연금' 직접 언급 없어…소비자 신뢰 강조하며 '약관' 지적
[더팩트ㅣ명동=이지선 기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보험사 CEO들과의 만남에서 '소비자 보호' 원칙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최근 '즉시연금 사태' 등 생보사와 금감원 사이에 긴장감이 돌고 있는 탓인지 간담회장은 분위기는 다소 경직돼있었다.
7일 오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과 보험사 CEO들과의 간담회가 열렸다. 이른 아침부터 시작됐음에도 즉시연금 사태,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 등 보험 관련 현안이 많은 만큼 취재진의 관심이 뜨거웠다.
윤 원장은 이날 간담회 자리에 참석하기 위해 들어선 은행회관 로비에서 기자들과 만나 "소비자 신뢰에 대해서 말하겠다"고 짧게 언급하고 간담회장으로 들어갔다.
이어지는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그는 "금융산업은 무형 재화를 거래하는 사업으로 견고한 신뢰가 생명이다"라며 "미래 불확실성을 보장하고 사후에 지급되는 고유 특성 때문에 보험업은 다른 산업보다 더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윤 원장은 소비자 분쟁 등을 언급하며 "보험약관이 어렵고 내용 자체가 불명확해 (보험에 대한) 소비자들의 민원과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소비자 눈높이에 맞게 제도와 관행을 개선할 TF(태스크포스)를 만들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현성철 삼성생명 사장(사진 왼쪽)과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이 윤석헌 금감원장과의 만남에서 윤 원장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이지선 기자 |
간담회 현장은 은근한 긴장감이 흘렀다. 최근 들어 소비자 보호를 내세운 금감원과 생명보험사들이 즉시연금 사태와 관련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탓이다.
윤 원장은 지난 5월 소비자 보호를 이유로 생명보험사들에게 즉시연금 상품에 가입한 소비자들에게 지급될 연금에서 사업비 명목으로 제한 미지급금에 대해 '일괄 구제'를 지시했다.
미지급금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진 삼성생명은 해당 상품 가입 고객에게 제시된 가입 설계서에 예시된 최저보증 이율만큼의 연금액을 지급하기로 하며 사실상 금감원이 권고를 거부했다. 게다가 민원인을 상대로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했다.
한화생명도 금감원의 '미지급금을 지급하라'는 분쟁 조정안을 불수용했다. 분쟁에 대해서 '법률적으로 검토'한다고 밝히며 소송이 제기되면 적극적으로 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금감원은 민원인들의 소송 지원에 나서며 전면전을 예고했다. 소송 비용을 지원하고 자료를 제공하며 민원인들의 정보 비대칭 해소에 도움을 주겠다는 계획이다.
윤석헌 금감원장(사진 중앙)은 소비자 보호를 강조하며 보험사의 약관이나 관행 등을 개선할 것을 당부했다. |
윤 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즉시연금 사태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소비자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당부하며 소비자 민원과 분쟁 등을 지적해 에둘러 즉시연금 사태에 대해서 말한 셈이다. 특히 약관이나 보험사 관행 등을 고쳐야 한다고 강조하며 생보사들이 즉시연금을 지급하지 않는 근거로 꼽는 '보험 상품의 기본 원칙'도 은근히 지적했다.
이외에도 윤 원장은 새 국제회계기준과 신지급여력제도 도입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는 "보험 부채 평가 기준이 보험회사 재무상태와 손익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자본확충 등 건전성 강화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변동성 확대해 지급 여력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지급 여력 제도 도입에 앞서서도 결산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금감원도 보험사의 시스템 준비를 지원하고 신지급여력제도 단계적 도입 방안을 검토하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보험업계에서는 오는 2021년 새 국제회계기준과 신지급여력제도가 함께 도입되면서 자본확충에 여념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두 가지 제도를 함께 도입하는 것이 무리라고 재고 요청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윤 원장은 '단계적 도입'이라고 말하기는 했지만 두 제도를 동시에 도입할 계획을 공고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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